어린이집 문제 [일상/기린이 이야기]기린이가 돌보기 수월한 아기는 아니지만 지난주에는 유독 많이 칭얼대고 뻗대고 안 먹고 뽈뽈거리고 잠 안 자고(돌이 지나면서 힘도 고집도 파워업!)…. 결국 ‘느그 집에 도로 갖다놓고 올 생각까지 했다’라는 친정엄마의 한숨섞인 푸념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사실 엄마의 체력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가족들의 결론이지만 깡 하나로 버티는 것 역시 우리 집안 내력이다-_- 그래도 손녀가 밥 제대로 안 먹는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면서, 정작 자기 먹을 것 하나 제대로 챙겨먹지 않는 엄마를 지켜보는 나나 아부지 마음도 안타깝기는 매한가지. 고기도 싫어 인스턴트도 싫어 자기 손으로 만든 음식이 아니면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할 뿐 입에도 안 대, 게다가 입도 짧고 위장도 약하다!! 이런 총체적 난관으로 똘똘 뭉친 친정엄마의 고집을 그 누가 꺾으리오. 기린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문제는 복직할 때부터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실제로 집 근처 영아전담 어린이집을 알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보내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라는 친정엄마의 소신과 고집 때문에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는데, 내 딸 안심하고 맡긴답시고 정작 우리 엄마가 빠짝빠짝 말라가는 걸 보고 있자니 내 속이 터질 지경이라. 집 근처 영아전담 어린이집은 두 곳인데 한 곳은 가정식 어린이집으로 큰 길을 건너야 하고, 나머지 한 곳은 제법 규모가 있는데 집에서 아주 가깝다. 부랴부랴 다시 한번 전화해봤더니 집 가까운 곳은 일단 만 1세반은 한 두 자리 남아있다고 했다(맨날 전화만 해보는 아기엄마로 각인되었을지도). 토요일에 상담하러 갈 요량으로 슬쩍 친정엄마한테 얘기를 꺼냈다가 불벼락만 맞고-_- 아부지에게 여쭤보니 아부지 역시 엄마의 건강상태가 한계라는 데는 동감. 그러나 엄마를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답을 미루셨다. 일단 어린이집을 알아보되 천천히 설득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움직이려고 했는데 토요일 아침 다시 아부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금요일 저녁에 어린이집 문제로 두 분이 얘기를 나누신 모양인데…엄마가 정서적으로 기린이와 떨어질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아마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까지는 어찌어찌 된다고 해도 하루종일 어린이집 담벼락 밖에서 맴돌 것 같다며 당분간 이 문제는 보류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 아부지 생각이셨다. 엄마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젠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당장 어린이집에 보내겠다고 하셨다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란, MB가 4대강 사업을 깨끗이 접고 그 돈을 죄다 보육시설 확충에 투자할 가능성과 비슷한 정도? -_-a; 지난 주 내내 가문 여름날 밭고랑만 하릴없이 득득 긁어대듯 외할머니 속을 박박 긁어놓았던 딸램은 오늘 아침 외할머니 앞에서 눈웃음을 살살 치고, 엄마는 그런 손녀 앞에서 지난 주의 설움과 고생은 싹 잊어버린 듯 흐늘흐늘 녹고 계셨다. 50년 넘게 굳어져 온 성격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이젠 조금은 자기만을 위해서 살아주셨음 좋으련만 그런 바람마저도 당신께는 사치스럽게 되어버린 엄마의 중년. 꽃구경 대신 손녀딸에게 황사바람 미칠 세라 베란다 창 너머 매화꽃망울만 겨우겨우 보여줄 엄마의 쉰 일곱 번째 3월. 기린이가 초등학생 쯤 되어서, 기린이가 먼저 외할머니 손을 잡아끌고 꽃구경을 하러 나설 그 날까지 나는 꽃피는 봄이 전혀 반갑지 않을 것 같다. 2010/03/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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