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칸타빌레(のだめカンタ-ビレ)-쓰레기 속에서 울려퍼지는, 영혼을 울리는 소나타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지은이: 니노미야 토모코(二ノ宮知子)
출판사: 강담사(講談社) / 대원씨아이 권수: 9권~ (2002~) 천재들의 이야기는 깔깔대며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천재(天才), 그들이 누구던가? 태어날 때부터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타고 태어나 만방에 그 빛을 흩뿌리며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그 빛 앞에서 무릎꿇고 경배하게 만드는, 평범한 이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이들. 극소수의 이들만이 신들의 축복 속에 그 재능을 받기 때문에 평범한 이들은 그들을 질투하면서도 찬란하기 그지없는 그 능력 앞에서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다. 넘치는 재기와 열정을 감당하지 못해 막다른 길로 내달리기도 하고, 이른 나이에 활짝 만개한 후 미련없이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움을 남기기도 하는 그들. 언젠가 소다 마사히토가 단행본 날개에서 ‘지구를 움직이는 천재를 그리고 싶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천재라는 존재는 본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간에 주변의 모든 것들을 자신의 페이스 안에 몰아넣으며 해를 좇는 해바라기처럼 만들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니노미야 토모코가 그려내는 천재들은 어딘가 좀 다른 구석이 있다. 물론 천재도 인간인 이상 장점이 있는가 하면 단점 또한 존재하는 법. 그러나 『노다메 칸타빌레』의 두 천재 치아키와 노다메(본명은 노다 메구미)는 ‘인격적 결함’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설명하기에도 뭔가 부족한 단점들을 싸안고 있다. 타고난 재능을 갈고닦아 각고의 노력을 거듭한 끝에 일본 내 신예 지휘자로 이름을 떨치게 되지만 정작 배도, 비행기도 겁을 내어 일본 밖으로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치아키. 그리고 어릴 때부터 그녀의 재능에만 눈독을 들이고 정작 마음으로부터 피아노를 갈구하도록 가르치지 못한 선생들 때문에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한 피아노에만 몰두하게 된 노다메. 재능의 벽 이전에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무대의 벽에 가로막혀버린 불우한 천재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를 위해서밖에 쓸 줄 모르는 가련한 천재소녀가 함께 엮어가는 스펙터클 러브로망 교향곡 대서사시 오페라, 『노다메 칸타빌레』!! …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왜? 다름아닌 니노미야 토모코가 그려내는 『노다메 칸타빌레』이니까. 전작 『주식회사 천재패밀리』와 『그린』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책을 읽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안에 머금고 있던 물(혹은 주스, 혹은 커피 등등)을 풋,하고 뿜어낸 경험을 한 두 번씩은 갖고 있을 것이다. 과장되고 소란스런 슬랩스틱식 코미디가 아닌 재치 만점의 대사와 고무줄처럼 탄력있게 착착 감겨드는 스토리, 코믹한 장면에서 더할 나위없이 희화화되는 주인공들의 표정 묘사. 제 아무리 출중한 외모에 깔끔한 세미 정장 차림의 귀공자 치아키라 해도 피해갈 수 없는 코미디의 뻘밭은 여지없이 주인공들의 발목을 잡아채고, 책을 읽던 독자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웃다가 결국은 호흡을 고르기 위해 책을 잠시 덮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 ![]() 믿어라, 이렇게 보여도 이 두 사람은 천재다; 과학, 의학, 문학, 예술…. 다양한 방면의 천재들이 존재하지만 역시 예술 분야의 천재들은 평범한 이들로 하여금 눈물 한 줄기를 흘리게끔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도서관 책장에서 휘리릭 책장을 넘기다 우연히 눈길이 머문 글귀에, 서점에서 화집을 뒤지다 무심코 보게 된 그림 하나에, 출근길 버스 안에서 흘러나온 곡의 선율에, TV 화면 속 허공을 향해 뻗은 댄서의 발끝에 온 신경이 쏠리는 그 순간. 우리는 아무런 사전지식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향해 진심으로 찬탄하며 고개를 숙인다. 매년 수십, 수백, 수천의 전공자들이 배출되지만 그들 중 신의 손길이 닿은 이들은 극히 소수이고 그 소수를 알아보는 눈을 지닌 범인들은 스스로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자괴감에 사로잡혀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다메 칸타빌레』의 인물들은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패기로 천재들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간다. 악보대로, 정석대로, 단 하나의 쉼표도 틀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클래식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색채를 덧바르기 위해 연습에 몰두하는 오케스트라의 단원들. 한 명의 천재는 되지 못하더라도 훌륭한 오케스트라단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들은 각자의 색채를 뒤섞고 또 만들어내며 ‘떠오르는 별’이 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이처럼 『노다메 칸타빌레』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단 한 사람의 천재를 그려냄으로써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동정심마저 불러일으키는 의외성을 품은 천재들과, 천재들과는 또 다른 의미로 음악이라는 넓디넓은 바다에서 자신만의 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는 범인들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노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영혼을 악마에게 저당잡히면서까지 불태우며 음악에 자신을 내던지는 치열함은 아니지만, 넘쳐나는 웃음과 위트 속에도 나만의 선율을 위한 진지한 고민, 음악을 향한 사랑이 작품의 무게를 잡아주고 있다. 이제 세계라는 대해(大海)에 발을 담그기 위해 마음을 다잡은 노다메와 치아키. 그들이 영혼을 어루만지는 진정한 천재로 거듭날 수 있기를 빌어본다. 2004. 9. 7. 2005/11/2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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