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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펫(きみはペット)-결국 찾게 되는 것은 너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
지은이: 오가와 야요이(小川彌生)
출판사: 강담사(講談社) / 학산문화사
권수: 11권~(2000~)


사회인으로서, 조직 내 구성원으로서 ‘약한 사람’으로 비춰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가능한 한 믿음직한 사람으로, 언제 어디서나 흔들림없는 한결같은 이로 비춰지기를 원하며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다들 스스로를 채찍질할 것이다. 그것이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라면 더욱 더.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많은 직장여성들이 있는 힘껏 노력하고 또 그만큼의 성과를 손에 넣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그녀가 지금껏 일궈온 것들에 대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이루어냈음에도 대체로 ‘여성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가사나 요리 등을 조금 소홀히 할라치면 ‘여자인데도 그걸 못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한다. 그래, 하는 데까지 해보자. 직장일과 집안일, 두 가지를 완벽히 해내는 말 그대로 슈퍼우먼으로 거듭나면 이런 말까지 나온다. ‘그렇게 완벽한 여자는 너무 부담스럽지 않냐?’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란 말이냐!!!

나를 비롯한 내 주위의 평범한 20대 여성의 일상과는 다소 동떨어진 듯한―도쿄대와 하버드를 거쳐 신문사의 열혈 여기자로 동분서주하는 나이스바디 쿨뷰티인 스미레에게 생각보다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책임이 그 자체로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 최선을 다해 행하는 것들이 ‘어차피 결혼하고 애 낳으면’이라는 시한부 꼬리표 아래 파묻혀버리는 현실. 그렇기에 다들 악착같이 일에 매달리고 누구에게나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려 애쓰지만 한번씩, 그런 날이 있다. 이유없이 짜증이 온몸을 휘감는 날. 별달리 아픈 곳도 없는데 눈자위가 쿡쿡 쑤시며 손끝발끝이 저릿해져 오는 그런 날. 아무리 짜증내고 신경질을 부려도, 남들에게는 정말로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밑바닥, 치졸함까지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도 아는 척, 조용조용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 누군가에게 미친 듯이 매달리고픈 불면의 밤.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 무엇 때문에 속상했어, 누구 때문에 울고 싶었어….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 안에만 묻어두기엔 그 무게에 점점 짓눌려버릴 것만 같은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따스한 온기로 되돌려주는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할 때. 『너는 펫』의 모모가 바로 그런 존재다.

배변훈련 시킬 필요도 없고(…이게 가장 중요할지도-_-;), 뭔가 잊은 물건이 있으면 전화해서 가져오랄 수도 있고, 아무에게도 퉁퉁 부은 눈을 보이지 않고 마음껏 울고 싶을 때 말없이 등을 토닥거려주는 그런 펫. 물론 어릴 때부터 아껴온 인형, 힘겨울 때마다 듣고 또 듣던 음악, 조용히 옆에 와서 드러눕는 개나 고양이만으로도 무겁던 마음이 한결 나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기대한다. ‘괜찮아. 걱정하지마.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을 귓가에서 속삭여주기를, 내 심장고동에 맞춰 조용히 호흡을 맞추며 나를 따스하게 감싸주기를, 다른 무엇도 아닌 살아 숨쉬는 ‘사람’에게 도움을 기대하고 청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인 것이다. 스미레와 모모가 그러하듯이.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쉽게 모든 것을 해내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멋대로 쌓아올린 편견의 벽 안에 갇힌 스미레. 어릴 때부터 춤을 좋아하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클래식의 세계에서 배척당하는 모모.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어도 뿌듯한 성취감 대신 돌아오는 것은 편견과 아집으로 가득 찬 말, 말, 말뿐이었던 그들이 서로를 발견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우연아닌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상처주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상처를 닦아주고 보듬어 주는 것 역시 사람이다. 닳고 헤어진 마음을 새로 덧대고 기워가며 내일을 맞이하는 것, 그 곁에 ‘당신’이 있어준다면 얼마나 힘이 되고 위안이 될 것인가. 자, 마음을 가다듬고 주위를 둘러보자. 내 주위에도 어쩌면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펫’이 있을지도, 내 자신의 누군가의 ‘펫’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꼬리>쓰다보니 바로 아래 글의 재탕이 되버린 동시에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엇나간 글이 되었습니다. 정말 쓰고 싶었던 것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는데 실뭉치의 ‘끝’이 쉽게 풀려나오질 않는군요. 죄송합니다.


2005.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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