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서울예술단)-2005. 6. 18. 16시 부산 시민회관 [창고/무대 위의 향연]*주의: 이곳의 모든 글이 그렇지만 이 글은 특히나 더, 제대로 된 감상문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주인장은 활기찬 군무와 당장 듣기에 거슬리지 않은 앙상블, 필 꽂히는 한 두곡만 있으면 그저 좋아라 하는 ‘나이롱’ 관객에 불과합니다. 좀 더 제대로 된 공연 리뷰를 보시려 했다면 부디 다시 생각하시어 구글신님께 청탁하시는 게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예술총감독: 신선희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번역: 최종철 연출: 유희성 작곡: 데니악 바르탁(Zdeněk Barták) 안무: 제임스 전 무대미술: 가즈에 하타노(Kazue Hatano) 주연: 민영기(로미오) 조정은(줄리엣) 박원목(캐퓰릿) 고미경(캐퓰릿 부인) 김수웅(몬테규) 정윤희(몬테규 부인&캐퓰릿 귀족) 박석용(로렌스 신부) 신영숙(유모♡) 배성일(머큐쇼) 안성빈(벤볼리오) 금승훈(티볼트) ![]() 이 작품을 보러 가기로 결정하기까지는 의외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빠듯하다 못해 이미 구멍이 나 버린 지갑사정도 그렇거니와, 가장 큰 이유라면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증오에서 사랑까지]를 먼저 접했고 또 좋아하기 때문이다. 서울예술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창작뮤지컬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먼저 접한 동명의 뮤지컬은 17인치 컴퓨터 모니터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믹서기가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온통 나를 뒤흔들었기에, 공연을 보는 동안 알게 모르게 비교하면서 쉬이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사실 공연 초반에 영주님이 등장했을 때는 ‘앗, “Verone”부르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고 스스로의 바보같은 생각에 혼자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러나 3월에 관람했던 [지킬&하이드]의 주연배우 민영기에 대한 호감도가 최근 알게 모르게 상승함과 함께 분명 공연전날 부산일보나 국제신문 문화면에 실릴 ‘이번 주말의 뮤지컬 공연은 어쩌구~’하는 기사를 무심하게 바라볼 자신이 전혀 없었으므로 눈 딱 감고 바로 예매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90% 만족. 서울예술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파워풀하다기보다는 오밀조밀한 편이었고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쉬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셰익스피어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뮤지컬을 보러오는 이들 대부분이 그 내용을 익히 잘 알고 있으며,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교적 충실하게 원작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나 노래에 별도의 재해석을 덧붙일 필요없이 그저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 어찌 보면 쉬운 일 같지만 달리 보면 아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로미오라는 인물에 대한, 그리고 줄리엣이라는 인물에 대해(그리고 그 외의 인물에 대해서도) 관객들이 갖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 내지는 선입견을 훼손하지 않고 그 범주 안에서 관객들을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 연기와 노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직접 공연을 본 몇 안 되는 뮤지컬 중([바람의 나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2004)], [지킬&하이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가장 훌륭한 연기였다. 캐퓰릿과 몬테규 두 가문이 서로 핏대 세워가며 내질러대는 넘버가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바로 이게 [증오에서 사랑까지]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로미오와 줄리엣 두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조연들의 연기는 오히려 주연배우들을 압도할 정도로 멋진 부분이 많았다. 극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는 유모(신영숙)의 연기와 노래는 단숨에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냈을 정도로 빼어났고, 몇 번 등장하지는 않지만 베로나 영주의 목소리는 진중한 울림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몬테규 가의 세 청년(로미오, 머큐쇼, 벤볼리오)이 중심이 된 만담과 장난. 극중에서 아직 십대를 채 벗어나지 못한 그들의 혈기와 순수함을 다시 느끼게 하는 부분이랄까(사실 16세와 14세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라기엔 역시 배우들의 나이가 좀 과하지 않은가;). 2막의 몬테규 가 청년들의 군무 역시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고력 대신 일단 저지르고 보는 십대의 치기를 잘 나타내는 장면이었다. 노래의 경우, 본시 음정에 대한 감각이 둔하기에 여간해서는 그냥 듣고 넘어가는 편이지만 캐퓰릿 부부와 몬테규 부부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캐퓰릿의 목소리가 제 음정을 찾지 못하고 캐퓰릿 부인의 노래에 묻혀서 조금 흔들리는 감이 있었는데 그 외에 귀에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다. 초반 줄리엣의 노래는 칭얼거리는 어린 아이마냥 가늘게 이어지다가 극 후반 로미오와의 사랑에 어둠이 짙어질수록 조금씩 목소리가 무거워져갔는데, 이에 비해 로미오의 노래는 극 초반이나 후반이나 음색에 큰 차이는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이 부분은 앞서 얘기한 연기로 충분히 보완이 되었기에 일단은 OK.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노래는 의외로 음색이 잘 어우러졌고 줄리엣 저음/로미오 고음 부분의 앙상블에서도 안정적이었다. 장난스레 주고받는 키스 장면과 함께 두 배우의 호흡이 잘 맞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케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극 전체의 긴밀한 연결에 있어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이 적지 않았다. 두 가문의 대립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 등 긴박하게 휘몰아쳐야 할 장면에서도 긴장보다는 느슨하게 늘어지는 느낌이랄까. 관객들이 익히 다 아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한두 군데 정도는 ‘쐐기’를 박아야 할 부분이 있어야 장면 장면의 유기적 연결이 보다 효과적으로, 설득력있게 이루어질 텐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 각 넘버와 장면을 따로 떼놓고 보면 좋지만 그것들이 한데 모였을 때에는 견고하게 엮이지 못하고 산만하게 자기 목소리만을 내고 있다는 느낌이어서 적잖게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들의 연기 및 노래와는 별개로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부산 시민회관의 음향시설이라는 것이 그 옛날 [우뢰매]를 상영하던 때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의심케 할 정도라는 거다. [지킬&하이드] 때도 굉장히 거슬렸던 부분인데 고음으로 올라가거나 앙상블에서 소리가 커질 때면 스피커가 노랫소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듯 웅웅거리는 바람에 기껏 몰입해 있다가도 김이 팍 새버렸다. 부산에 제대로 된 음향시설을 갖춘 공연장이 거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인데, 금정문화회관이나 부산문화회관 등에 비해 비교적 시민들이 찾아가기 쉬운 시민회관에서 앞으로 계속 좋은 공연을 올리고 싶다면 제발 음향설비부터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주었음 한다. 2004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시민회관에서 세 편의 뮤지컬을 관람했는데, 관객들의 호응도가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민영기 씨의 팬들이 꽤 많이 온 듯,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무대인사 때에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서서 흥겹게 박수를 치는 등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랄까. 처음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는 다소 익숙치 못한 광경이었겠지만 조금씩 뮤지컬이 대중화되어가는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5월의 [마리아 마리아]를 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조금은 그 후회가 가신 것도 같다. 비록 민영기·조정은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막을 내렸지만, 작품 자체의 힘으로 오래도록 관객들의 마음속에 남을 수 있는 창작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10년 후에도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꼬리1>무대인사 때 1층 나열과 다열 사이 복도 앞쪽에 서서 박수친 사람이 바로 접니다. 환호하느라고 쪼그리고 앉아서 박수칠 정신이 없었거든요; 그날따라 구두를 신고 있어서 뒤에서 무대가 안 보인 분들도 있었을 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ㅠ_ㅠ 꼬리2>공연 전 프로그램+OST+티셔츠를 19,000원에 팔고 있었는데 돈 없어서 못 샀다. 공연보고 나오니 다 팔렸더라. 돈이 웬수다. 서울예술단 홈에 가보니 지방공연에서 OST 수요가 많아서 재고가 없다고 한다. 월급날 직전 토요일의 뮤지컬 관람이 어떤 이들에게는(그러니까 나 말이오, 나!) 생존의 위협을 무릅쓰고 감행하는 모험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OST 좀 더 찍어주면 좋겠다(크흑). 꼬리3>그래도 콤발장+콰스트 씨 캐스트의 [레미제라블]을 볼 수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갈 테다(어이어이어이). 꼬리4>앞으로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관객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지방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꼬리5>OST 돈 없어서 못 사고 집에 와서 두 마나님의 ‘La Haine’만 줄창 들었다(…). 꼬리6>[바람의 나라]도 그러고보니 서울예술단 작품(별님사랑의 주작 님이 바람의 전령사로 활동)이고 민영기 씨가 나의 왕 대무신왕 역을 맡았더랬다. :-) 2005. 6. 19. 2005/11/2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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