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야 하는 딸들(愛すべき娘たち)-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들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지은이: 요시나가 후미(よしながふみ)
출판사: 백천사/서울문화사 권수: 전1권(2004) 내 친구 중 한명은 지금 미국에 유학을 가 있다. 주위의 지인들 중 순수학문, 그것도 어릴 적부터의 ‘꿈’에 매진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 그녀의 생일은 6월 초순이라 어떤 선물을 보내주어야 할지 5월부터 계속 곱씹어봤지만 딱히 적당한 것이 생각나질 않았다. 음악 CD를 보내주자니 그녀의 취향은 나의 좁고도 얕은 입맛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무리고, 화장품을 사서 보내준다는 것도 좀 무리고, 소설 또한 나보다 많이 읽었으면 읽었지 절대 적게 읽지는 않는 사람이라 대체 무엇을 보내주어야 적당할꼬. 30여분을 끙끙대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내일 생각하자며 만화책을 한권 집어 들었는데 그 책이 바로 요시나가 후미의 『사랑해야 하는 딸들』이었다.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연인이라는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나’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여자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한권이라는 짧은 분량 안에서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상 우리는 필연적으로 주위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고 그 관계들은 나를 설명하고 증명하는 수단이 되고는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관계들의 의미에 얽매인 나머지 정작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를, 사랑을 다시 돌아보고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것이 비록 주위 사람들을 모두 납득시키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그녀들 본인들에게 있어서는 더없이 충실한 결정이라는 것에 더욱 눈길이 간다. 총 5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요시나가 후미의 스토리 텔링이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곳곳에 자리한 유머에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어느새 그 무게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진지함에서 ‘여자’라는 존재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엄마 역시 ‘여자’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 딸로서는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그러나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장면마저도 단 한 줄의 대사, 몇 개의 컷만으로 담백하게 표현해내는 작가의 능력은 『사랑해야 하는 딸들』을 수작으로 끌어올리기에 손색이 없다. 가느다란 펜선으로 슥슥 그려낸 가벼운 터치 아래 숨겨진 수많은 감정의 편린들을 마주하는 순간, 먹물을 듬뿍 묻힌 커다란 붓이 마음속을 한바탕 휘저어놓고 간 듯한 느낌에 숨이 탁 막힐 정도니까. 지금까지 요시나가 후미가 발표한 보이스 러브를 비롯한 작품들의 공통점이라면,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덮어두기 쉬운, 혹은 의식적으로 덮어두려했던 것들을 생각나게 한다는 것이다. 『사랑해야 하는 딸들』에서도 그 공통점은 역시 마찬가지여서 ‘여자’로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느끼는, 그러나 다시 들여다보기를 두려워했던 감정의 단편들에 거울을 들이대며 읽는 이에게 그 감정들을 마주보라 한다. 때로는 그로 인해 입술을 깨물어야 할지라도 언젠가는 인정해야만 했던, 마음 한 구석에 작은 가시로 남아있던 감정들을. 아마 읽는 이에 따라 이 작품집에서 유난히 가슴을 치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이고 충격 때문에 한동안 이 작품을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그 충격의 원인을 더듬어 가다보면 다시금 책을 집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야오이나 보이스 러브 작품에 익숙치 않은 이들이라도, 아니 그런 이들이라면 더더욱, 이 작품만은 반드시 읽어보길 권하는 바이다. 꼬리1>다음날, 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바로 『사랑해야 하는 딸들』을 주문하여 알래스카의 그녀에게 소포로 부쳐주었다. 꼬리2>개인적으로 이 책에는 유난히 와닿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특히 엄마를 ‘여자’로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와 ‘어릴 적의 꿈’을 지켜나가는 이야기를 보며 목이 꽈악 잠겨오는 바람에 조금 힘들었다. 마지막 마리코의 ‘뻐드렁니’는 그야말로 공감 200%. OTL 2005. 8. 1. 2005/11/26 23:58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0
|
후후후후, 처음엔 턱에 손 대..
09/08 - 멜Mel 전기콘센트 같이 위험한 거 만..09/08 - misha 기린이는 풋고추를 지가 먹으..09/08 - misha 그래, 맞아. 어디까지 엄하게..09/08 - 멜Mel 푸하하 귀여운 기린어린이. 저..09/08 - 우주인 이 얘기 알아? 한밤중에……...
다소공간多笑空間-2009 러버스 키스 - 후지이 토모아키Jini's home-2009 호텔 아프리카Jini's home-2009 20대 여성의 일상을 다룬 만화들일다의 블로그 소통-2009 심플한 40문답소루쟁이 풀밭-2008
궁금하면 물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