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15제-알테마 님&필리아나 님
1. 심장이 울린다
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째깍―.
거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이 가는 소리를 들으며 초조하게 그가 오기를 기다린다. 한 시간 반 전에 사무실을 나섰다고 전화했으니 지금쯤이면 아마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을 것이다. 기다린다. 지하 1층으로 엘리베이터가 내려간다. 밤이 되어 한층 짙어진 어둠이 지하의 습한 공기와 뒤섞여 켜켜이 내려앉은 지하 1층의 계단참, 딩,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그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선다. 9층을 누르고 나서 엘리베이터 벽에 몸을 기댄 채 지그시 눈을 감는 것은 그의 버릇이다. 기다린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다시 딩, 하는 소리가 울리자마자 현관 타일 바닥을 맨발로 딛고서 걸쇠를 풀고 철문을 열어젖힌다. 벨을 누르려 내밀었던 손이 멈칫하고 그의 눈은 놀랐다는 듯 순간 크게 떠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힘껏 그를 내 쪽으로 끌어당긴다. 손에 들려있던 가방이 현관 바닥에 떨어져서 그대로 나뒹굴고 0.5초 전까지 가방 손잡이를 쥐고 있던 그의 오른손이 내 허리를 휘어 감는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그의 손을 잡아 내 허리에 올려놓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고 했다는 듯 아무 말 없이 감싸 안아주는 것이 바로 그다―. 안경 너머로 왜 그러냐고 묻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지만, 실제로 그렇게 물으려는 듯 입술을 살짝 달싹거리지만 나는 내 입술로 그의 입을 막아버린다. 바싹 마른 입술을 축이려고 냉수 한 모금을 애타게 찾을 때처럼, 그렇게. 두 손으로 감싼 그의 얼굴, 손바닥 너머 관자놀이에서 맥박이 뛰고 있다. 그 느낌만으로도 족하다. 이렇게 그를 안고, 그의 숨소리를 듣고, 내 목언저리에 그의 짧은 머리카락이 부벼지는 것을 느끼면서. 아침나절에는 빳빳하게 세워져 있었을 연하늘빛 셔츠의 목깃이 습기를 잔뜩 머금은 내 숨결에 녹아내리고 걸리적거리던 그의 안경은 내 손에 세차게 밀쳐져 바닥으로 떨어져버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헤어날 수 없는 뻘 속에 잠겨드는 듯한 끝없는 아득함, 발밑으로 푹푹 빠지기만 하던 진흙탕 속에서 혼자 꺽꺽대던 나는 그렇게 하염없이 매달리고 그는 늘 그랬듯이 구덩이 안에서 나를 건져낸다. 날 구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몸도 마음도 머릿속도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정처없이 제 갈 길을 잃고 사방팔방으로 비틀거리며 헤매는 나,를 되돌려주는 것은 두근, 두근, 두근, 두근―조용히, 그러나 쉬임없이 규칙적으로 고동치는 그의 심장소리뿐. 그의 고동에 맞춰 갈팡질팡하던 내 심장도 그 울림을 같이 한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 둘의 심장이 같이 울린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것만 같던 울음이 조금씩 목안으로 사그라든다. 천천히 늘어지는 나를 그가 조심스레 안아올린다. 알 수 없는 무언가로부터 나를 지키려는 듯 두 팔로 꼭 보듬어안고서 귀맡에 대고 나직이 그가 속삭인다.
―괜찮아.
그 한마디를, 기다렸어.
Fin.
2006.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