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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The Prestige) [창고/영화볼 땐 조용히]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2006)
주연: 휴 잭맨Hugh Jackman (로버트 앤지어Robert Angier)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 (알프레드 보든Alfred Borden)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 (커터Cutter)
파이퍼 페라보Piper Perabo (줄리아 앤지어Julia Angier)
레베카 홀Rebecca Hall (새라 보든Sarah Borden)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 (올리비아Olivia)
사만다 마우린Samantha Mahurin (제스Jess)
데이빗 보위David Bowie(니콜라 테슬라Nikolas Tesla)
앤디 서키스Andy Serkis(앨리Alley)

이 년은 당신의 눈빛과 수트빨에 눈멀었습니다. OTL


이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사실 휴 잭맨과 크리스찬 베일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는데 대체 이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메멘토] 뺨칠 정도로 사람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듯한 반전? [배트맨 비긴즈]의 통쾌한 액션? 욕심도 과하다, 아니 글쎄 저 두 남자가 그것도 19세기 말의 런던을 배경으로 연기를 한다는데 뭘 더 바랄 수 있나.

[메멘토]의 촘촘히 얽힌 치밀한 짜임새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무난한 연출에 약간 실망했을 지도 모른다. 영화의 복선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게, 그것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영화 중반에 이르면 소위 ‘반전’에 해당하는 요소들을 대부분 짚어낼 수 있다(사실 놀란 감독은 굳이 ‘반전’을 노린 것 같지도 않다. 만약 노렸다면 훨씬 더 교묘하게 숨길 수 있었겠지). 바로 그 때문에 결말에서 내가 받은 심적 충격은 배가 되었다. 보든과 앤지어가 어떻게 공간이동이라는 마술의 경지를 성공시킬 수 있었는지 익히 짐작했지만 은연중에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러나 예상이 실제로 맞아들었음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선뜩하니 발끝에서부터 저릿하게 올라오는 이 감각이란. 어쩌면 그렇게 냉정하게, 잔혹하게, 자신의 인생과 영혼을 저당잡히면서까지 궁극의 마술을 추구할 수 있단 말인가. 도입부에서부터 바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마술사들의 이야기지만 [프레스티지]는 화려한 마술과 현란한 기술의 묘사로 관객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대신 관객들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전적으로 배우들의 힘이다. 미스테리에 얽매이지 않고 적절히 숨길 것은 숨기고 보여줄 것은 보여주며 물 흐르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연출은 배우들의 연기를 그만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준다.

아이고 이 죄많은 남자야OTL


아니, 사실 ‘배우들’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옳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프레스티지] 안에서는 보든과 앤지어라는 사람이 존재했을 뿐 그들을 연기한 ‘배우’는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그렇기에 이 영화는 그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힘을 신뢰하고 그에 의지했다는 느낌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군데군데 느슨한 얼개가 있긴 하지만 주연 조연 가릴 것 없이 제 위치에서 120% 주어진 역할을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인 영화 구조를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타고난 재능과 더 높은 곳을 향한 집념 덕분에 모든 것을 얻었지만 더불어 모든 것을 잃어야만 했던 보든의 싸늘하기 그지없는 광기. 자신이 미처 좇아갈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을 부러워하며 끊임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마술의 정수를 손에 넣으려 몸부림치던 앤지어의 좌절. 크리스찬 베일과 휴 잭맨은 마치 19세기말 런던에 정말로 발을 붙이고 살았던 사람들인 양 자신이 맡은 캐릭터와 완벽히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준다. 주연 배우 뿐만 아니라 (원조 알프레드) 마이클 케인, 처음에는 누구인지 몰라보다가 나중에야 그,임을 알고 입을 딱 벌리게 만들었던 테슬라의 데이빗 보위, 스크린에서의 조우가 더없이 반가웠던 앤디 서키스, 계속 저런 이미지로 남을까 정말 걱정된다 싶으면서도 참으로 예쁘장한 그 얼굴을 마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스칼렛 요한슨과 사랑하는 이의 거짓과 위선을 알아채고 막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새라, 레베카 홀까지. 한명 한명이 뿜어내는 매력은 잿빛의 런던과 함께 절묘하게 녹아들어 거부할 수 없는 아우라로 관객들을 휘어잡고 만다.

처음 시작은 분명 궁극의 마술, 프레스티지를 향한 열망이었으나 영화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진다. 끊임없이 서로의 성공을 밟고서 달려 올라간 계단 끝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그리하여 결국 무엇을 얻었던 것일까. 그들이 하나 둘씩 잃어야만 했던 것들만으로도 이렇게나 심장이 옥죄어오건만. 만약 앤지어에게 보든이, 보든에게 있어 앤지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두 사람은 자신이 파멸의 길에 발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선택을 했을까? 끝을 알 수 없을 것만 같던 열망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결국 한껏 입을 벌리고 있는 허무. 그 허무를 알지 못하고 악착같이 기어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이들. 눈물마저 삼켜버린 집착과 광기 앞에서 여전히 씁쓸한 것은, 앤지어와 보든 두 사람이 다른 시대 다른 공간에서 만났다 하더라도 같은 선택에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는 사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의 두 사람의 고백 앞에서 가슴이 아려오다가도 더 이상 앤지어와 보든을 연민하지는 않는다. 허무의 문을 여는 것은 그 둘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꼬리>그러니까,


2006. 11. 12.




2006/11/12 10:17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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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kesky R X
저도 나중에 크레딧 보고서야 알아차렸다는...-_-;; 하지만 데이빗 씨 여전히 섹시하지 않습니까? ㅠ.ㅠ
2006/11/13 22:39

misha X
전 첨엔 모르고 보고 있었는데 보다 보니 '어라라라라' 이러고 있었답니다. 오히려 중후함이 더해져서 더욱 색스러워졌어요. ㅠ_ㅜ
2006/11/18 21:35

사은 R X
전 나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저런 미중년스런 모습으로 나오신다니 심장이 마구 발딱거리지 않습니까! 이번 주에 집에 가서 남매합체로 보러갈까 하고 있습니다. 너무 기대되어요. (두근두근두근두근)
2006/11/14 19:47

misha X
미중년을 위한 진수성찬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6/11/18 21:35

레이 R X
저도 요번 주말에 보러 갈 예정인데,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뭐니뭐니해도 크리스천 베일인걸요. >_< (하지만 배트맨-_-은 안 봤음;)
2006/11/15 15:14

misha X
베일 씨도 잭맨 씨도 정말 작정하고 처자들 가슴에 불을 지른답니다. 내용 자체는 접어두고서라도 소녀 너무 행복했사와요(흑흑).
2006/11/1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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