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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버스키스(Lovers' Kiss)-6人6色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
지은이: 요시다 아키미(吉田秋生)
출판사: 소학관(小學館)/시공사
권수: 전2권 (1995~1996)


연인들의 키스.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는 키스. 상대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키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키스. 단행본 2권 분량, 총 6편의 이 짤막한 옴니버스에 담겨있는 6명의 사랑 이야기는 시원스레 읽히면서도 치밀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으며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각각의 입장과 시선에서 같은 사건이 다르게 해석되어지는 것도 그렇고, 사건의 발단이 되는 후지이 토모아키와 카와나 리카코의 만남은 어찌 보면 아주 평범한 고교생의 이성교제지만 그 내면에는 후지이의 집안 내력과 리카코의 상처, 그리고 그 둘을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이 한데 얽혀 있다. 그리고 후지이와 리카코의 만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성간의 애정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쯤 되면 이 작품이 그리 녹록하게 읽을 만한 작품은 아니라는 느낌이 오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었을 때의 그 안도감, 편안함은 전적으로 작가 요시다 아키미의 공이다.


단행본 1권 표지. 왼쪽부터 사기사와, 후지이, 오가타.산부인과의 외동아들인 후지이 토모아키는 바람둥이에 날라리 고등학생으로 전교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우연히 그와 새벽의 바닷가에서 마주친 리카코는 후지이에서 소문과는 다른 느낌을 받고 충동적으로 교제할 것을 제의한다. 리카코 역시 교내에서 소문난 플레이걸. 이 둘은 처음부터 "진지함"이란 건 생각지 않고 바로 러브호텔로 직행하고 팽팽한 둘 사이의 긴장감은 결국 말다툼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그 때까지 둘 사이에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조금의 노력도 없이 그저 '소문'만으로 서로를 판단하고 결론 내리고 있다. 그러나 리카코는 자신이 떨고 있었던 것을 유일하게 눈치챈 후지이에게 끌리게 되고 후지이 역시 리카코의 깊은 상처를 눈치채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술에 취한 리카코가 후지이 앞에서 자신의 상처를 아주 조금 드러내었을 때부터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어릴 때 담임선생님께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는 리카코와 육체적으로(性的인 의미까지 포함해서) 정신적으로 아들에게 집착하는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려는 후지이. 결국 서로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고 다시 처음처럼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 후지이는 어머니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오가사와라로 떠나지만, 리카코는 눈물을 참으며 여름의 햇빛 속으로 빠르게 걸어나간다. 끝난 게 아니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면서.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이후부터이다. 후지이를 고등학교 때부터 동경해온 사기사와, 그런 사기사와를 좋아하고 직접적으로 그에게 부딪쳐 오는 오가타. 리카코가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여러 남자를 옮겨 다니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미키와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는 리카코의 여동생 에리코까지. 게다가 사기사와는 어릴 적 리카코와 함께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리카코에게 잠시 끌린 적이 있고, 언니 리카코에게 항상 라이벌 의식을 느끼던 에리코는 어릴 때 일이긴 하지만 사기사와를 좋아한 적이 있다. 후지이와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인 미키는 후지이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남자'로서의 후지이가 '여자'이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인 리카코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까봐 그를 경계한다. 그리고 에리코는 자신이 좋아하는 미키의 시선이 늘 리카코에게 머무는 것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며 미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리카코를 질투하고, 삐딱한 눈길로 언니를 바라본다. 사기사와도 별반 틀릴 게 없어서, 리카코가 후지이의 아르바이트 장소를 물어왔을 때 부러 가르쳐주지 않고 대답을 피하고, 오가타 역시 사기사와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후지이에 대한 질투를 숨기지 못해 후지이를 도발시킨다(그러나 후지이는 넘어가지 않는다. '여자 임신시켜서 부모 병원에서 중절수술 시켰다는 거 사실입니까?' '반은 사실이지. 하지만 그 여자가 수술한 곳은 아버지 병원이 아니야. 안됐지만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하진 않다. 다른 질문은?' -_-;;). 동성간의 애정이지만 이성간의 애정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슬픔, 질투, 언젠가는 자신에게 마음을 주기를 바라는 바람. 언니가 계속 후지이 선배를 좋아해도 언니를 좋아할 거냐는 에리코의 물음에 미키는 "그래"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 난 리카코를 만나고 말았는걸." 단지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오가타가 사기사와에게 느끼는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우연히 보게 된 사기사와의 웃는 얼굴을 잊을 수 없어서 그를 따라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한 오가타 역시 '보고싶다, 좋아한다'라는 가장 중요하고도 단순한 이유 때문에 사기사와의 곁을 맴돈다.

"어째설까...상대는 남자인데.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난 이제 끝이다 싶었다고요. 그래도 좋아요. 좋아하는 건-어쩔 수 없잖아요."


굉장히 따뜻한 느낌. >.<성별에 구애되는 것이 아닌, 한 순간의 이끌림으로 향하는 마음을 그 누가 부정할 수 있을 것인가. 타인에게 어떻게 비친다 해도 그 순간만큼은 미키의, 사기사와의, 에리코의, 오가타의 감정은 진실된 것이며, 서로 엇갈리는 사랑이기에 언제 그 마음을 보답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 역시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고 집중되어 있는 리카코와 후지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이미 그 사람을 만나버렸기에 어쩔 수 없다고, 같은 성별이라고 해서 단념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은 자신의 사랑이 언젠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그들도 연인에게 키스를 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아주 가볍게 입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는' 그런 키스를.

『Lovers' Kiss』의 인물들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곁에 있으면서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고, 함께 달리고, 상대의 아픔을 구태여 들추려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향하는 엇갈린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줄 알고, 상대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니까'라는 것뿐. 우리가 늘 잊고 지내는 가장 기본적인 그 무엇을 그들은 가슴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비록 엇갈린다 해도) 그토록 잔잔하고 가슴에 와 닿는 것일게다.


2001.6.8.




2005/11/26 21:29 | 관련글(트랙백) 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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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Jini's home 2009/05/20 00:21 x
제목: 러버스 키스 - 후지이 토모아키
©YOSHIDA Akimi/SHOGAKUKAN/시공사 요시다 아키미의 최근작 '바닷마을 다이어리 1권 -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이 최근 애니북스에서 정식으로 발행되면서 '러버스 키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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