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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晴天なり)-일그러진, 그러나 너무나 순수한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
지은이: 아이카와 사토루(藍川さとる)
출판사: 신서관(新書館) / 대원씨아이
권수: 6권~ (1995~)


가냘프지만 시원한 펜선, 아름다운 일러스트. 아이카와 사토루의 만화를 보면 만화라기보다 일러스트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장면 하나하나를 감정적으로 잡아내는 능력이 정말 탁월한 작가. 그러나 아쉽게도 아이카와 사토루의 작품은 『푸른하늘』을 제외하고는 라이센스 발매가 되지 않은 상태이고, 그나마 대원에서 6권까지 발매된 것도 지금은 절판된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푸른하늘』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 고토코와 카즈키의 대화. 마쓰우라 가(家)의 세 남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화천고, 성심고, 성심여고에 다니고 있는 혈연으로 혹은 친구 관계, 연인 관계로 얽혀있는 사춘기 남녀들의 이야기가 매편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방황에 대한 얘기는 아니다. 친누나 하루코를 좋아하는 케이고, 어릴 적 늘 곁에 있었던 그 감정 그대로 결국 사랑하게 되는 유지와 세타로(둘 다 남자―!!), 어릴 적의 심리적 상처를 극복 못해 늘 위태위태하지만 언제나 웃으면서 자신을 감추는 카즈키, 성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마리아,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사랑 받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익숙지 못한 마사노리, 작은 키에 여자처럼 귀여운 얼굴로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하지만 대신에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마코토, 철없는 큰언니 때문에 더더욱 형부에게 사랑을 느끼는 어린 꼬마 마유코에 이르기까지. 처음에 읽을 땐 다소 복잡하게까지 느껴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차분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작은 여운을 남긴다.

이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진정한 우정, 사랑? 차라리 그런 단어로 이들의 감정을 설명할 수 있다면 오히려 내 속이 후련하겠다.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피식 웃음으로 넘기면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는 『푸른하늘』의 아이들을 보면 가슴 한 구석이 시큰거리기 시작한다. '고등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그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여자인 자신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고1인 지금까지 남자가 되고 싶어하는 마리아. 그런 마리아의 콤플렉스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계속 그녀 곁에서 지켜봐 주고 있는, 그러나 마리아 못지 않게 상처입고 있는 카즈키의 경우. 그 둘은 사촌이라는 끈으로 묶여져 있지만(엄밀히 따지고 보면 피가 섞인 사촌은 아니다) 그들이 서로 나누는 고민은 사촌이기보다 같은 감정의 혼란을 겪고 있는 동류(同類)끼리의 만남이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낳아준 어머니에게서 버림받고 어머니를 좋아했던 남자의 손에서 자란 카즈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얼굴이 어머니와 닮았다는 이유로 양부가 자신을 키워주고 친아버지에게 매 맞으면서 자란다.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선 전혀 기억 못 하는 대신, 사진으로만 핏줄을 짐작할 수 있는 자신의 얼굴. 지금까지 자신을 좋아한 사람들이 '얼굴'을 보고 좋아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자신을 좋아해 주었던 것일까, 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카즈키는 사촌 마리아의 곁에 있는 자신과 꼭 닮은 고토코를 만나면서 혼란스러운 감정이 극으로 치달아간다.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생각했던 마리아마저도 결국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사람을 자기 대신으로 택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괴로워하던 카즈키는 다름아닌 고토코에게서 혼란의 해답을 얻는다. 고토코가 마리아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안자이 카즈키'라는 사람과 '카네모리 고토코'라는 사람이 전혀 다른 타인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것.

「뭔지 알겠냐? 그건 말야...나라고 하는 인격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마리아에게 있어서 네가 나를 닮았다는 게 아닐테지. 내가 널 닮은 거야. 마리아 옆에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나와 그 녀석 서로 말도 안 하는 사이였을 지도 몰라.
네가 계기였어.」



유지, 드디어 세타로와 맺어지다-!! :D유지와 세타로의 경우. 어릴 때부터 사회의 암묵적인 룰에 전혀 적응을 못하는 유지를 붙들어주는 유일한 존재였던 세타로. 그러나 세타로가 이사를 가게 되면서 유지는 세타로에 대한 그리움을 계속 간직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만난 세타로는 어쩐 일인지 유지와의 어릴 적 기억을 깡그리 잊어버린 상태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역시 동류인 카즈키를 만난 덕분에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을 몸에 익힌 유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전 학교 학생들의 우상이 되어있는 유지를 보면서 세타로는 '저 녀석 안 저랬는데'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계속 계속 기억을 되살려내려 노력한다. 결국 '네가 먼저 좋아했잖아―!!'라는 유지의 외침에 모든 것을 기억해 내버린 세타로. 너무 유지가 걱정이 되어서, 규칙을 잘 지키라고, 그러면 너도 자유로워질 거라고 소리소리 지르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어린 날의 세타로. 그런 아픈 기억을 저 깊은 곳에 묻어두고 '잊었다'고, 그러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세타로와 마냥 그런 그에게 섭섭하기만 한 유지. 그런 감정의 폭발을 겪고 난 아이들은 다시 서로의 손을 잡게 된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푸른하늘』의 주인공들은(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조연이니 '주인공'이라는 말 자체가 약간 우습기도 하지만) 약간씩 정상에서 어긋나고 뒤틀려 있다. 동성애, 사제간의 사랑, 친누나에 대한 애정, 콤플렉스, 애정결핍 등등. 어느 것 하나 쉽사리 넘길 수 없는 이야기건만, 그런 묵직한 주제이건만 『푸른하늘』은 제목 그대로 아주 가볍게 와 닿아서 살짝 자국을 남긴다. 자신의 위치를 다시 짚어보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토로하는 것에 익숙지 못한 아이들은 친구에게서 원하는 모습을 찾고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한다. 그들은 세상에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끊임없이, 상처받는 것을 알면서도 문을 두드리고 다시 상처 입는다. 그리고, 조금씩 서로의 손을 잡아 이끌며 그들을 기다리는 세상으로 한 발자국씩 내딛게 된다. 시간이 흘러가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성장이지만 『푸른하늘』의 아이들은 너무나 아프게, 그렇지만 담담하게 자신의 상처를 쓰다듬는다. 아이카와 사토루는 그런 감정의 조각들, 자칫하면 손가락 사이로 억지로 움켜쥔 모래알 같은 기억들을 조금씩 조금씩 되살려놓는다. 분명히 대화를 나누는 건데도 마치 독백을 하는 것 같은 중얼거림, 컷과 컷 사이의 공백, 먼 곳을 쳐다보는 듯한 그러나 분명히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눈. 이 모든 것들이 『푸른하늘』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다.


200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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