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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te)-2007. 3. 17/21, 부산 시민회관 [창고/무대 위의 향연]

음악, 제작: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rard Presgurvic)
안무 &연출: 레다(Redha)
음악 편곡: 제라르 프레스귀르빅(Grard Presgurvic), 카롤랭 프티(Carolin Petit)
무대 세트: 도미니크 르부르주(Dominique Lebourges)
의상: Frdric Delliaux (프레드릭 델리오), Laurent Djardin (로랑 데자르뎅)
조명: Tom Irthum (톰 이르튐)
음향: Philippe Parmentier (필립 파르망티에)

로미오: 쥘르 그리종(Jules Grison, 17일)/다미앙 사르그(Damien Sargue, 21일)
줄리엣: 조이 에스텔(Joy Esther)
벤볼리오: 씨릴 니콜라이(Cyril Niccolai)
머큐시오: 존 아이젠(John Eyzen)
티발트: 윌리엄 생 발(William Saint-Val)
캐퓰렛 경: 아리에 이따(Arie Itah)
레이디 캐퓰렛: 스테파니 로드리그(Stephanie Rodrigue)
레이디 몬테규: 브리짓 방디띠(Brigitte Venditti)
영주: 스테판 메트로(Stephane Metro)
유모: 이다 고르동(Ida Gordon)
신부: 조엘 오'깡가(Joel O'Cangha)
죽음: 크리스틴 아시드(Christine Has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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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유모님


몇 년 전 PLUTO님 집에서 함께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DVD를 보면서도, 국내에서 이 뮤지컬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저 하이라이트 CD만 듣고 또 듣고, 국내 정식발매된 DVD만 보고 또 보다가 이 공연이 우리나라에 온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얼마나 기뻐하고 또 슬퍼했는지 모른다(차비만 해도;). 예상치 못한 회사 스케줄로 결국 이 공연을 영영 놓치는 것인가 하고 절망할 무렵, 부산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에 또 얼마나 가슴 설레어하면서도 부산의 열악한 무대들을 생각하며 또 염려했었는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역시 처음 접한 버전이 중요하다는 것. 캐퓰릿 가와 몬테규 가의 대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DVD의 직선적인 세트 대신 2007년 버전에선 무대를 사선으로 나누는 거대한 아치를 중심으로 무대 위 장치들이 빙글빙글 춤을 춘다(덩달아 장치들을 직접 밀어야 하는 댄서들도 빙글빙글;). 무대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닌 이상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세트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만도 사실 벅차다(2번의 공연 모두 1층 제일 앞좌석에서 본 나는 두 번 다 무대를 바라보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노래하는 배우만 따라가기에도 바빴다). 무대 장치가 드러내는 대립이 약해지면서 캐퓰릿과 몬테규 두 가문의 레이디간의 대결구도도 훨씬 약해지고 대신 캐퓰릿 경의 비중이 높아진다. 만약 DVD를 보지 않고 이번 공연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처음 접했다면 모르되 DVD에서 두 레이디 간의 짱짱한 대결에 120% 감동했던 나로서는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이었다.

또 하나, DVD와 2007년 공연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죽음의 해석이다. 빨간그림자 님도 말씀하셨듯 DVD에서의 죽음의 등장은 참으로 멋지고 강하게 인상에 남는다. 실제 공연장에서의 관객들은 죽음이 지금 어떤 표정으로 춤을 추고 있는지 전혀 모를 테지만 DVD에서는 클로즈업이 가능하니까. 그러나 2007년 공연에서는(이 역시 내가 제일 앞줄에 앉아 있었기에 알 수 있었지만) 죽음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2001년의 죽음이 마치 여신과도 같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내려다보며 한치 앞 운명조차 알아채지 못 하는 캐릭터들을 향해 간간이 비웃음마저 띄우는 차가운 이미지의 신격화된 죽음이라면 이번의 죽음은 한층 표정이 풍부해지고 연민과 안쓰러움이 더해진 보다 인격화된 죽음이다. 즉 DVD 버전의 죽음은 무대 위에는 존재하되 인물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며 모든 인물들의 운명을 자신의 소맷자락 안에 가두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데 반해, 2007년 버전의 죽음은 인물들과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지며 때로는 그들의 감정을 함께 나누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를테면 2막의 Comment Lui Dire(어떻게 말해야 해)에서 DVD에서는 죽음과 벤볼리오가 따로 따로 연기를 하지만 2007년 버전에서는 죽음과 벤볼리오가 일체화된 연기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죽음의 의상도 확 바뀌었는데 DVD의 죽음이 마치 여왕님과도 같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우아함을 자랑했다면 이번의 죽음은 정말이지; 만약 공연을 중간부터 보는 사람에게 ‘지금 무대에서 춤추고 있는 저 사람이 누구게?’라고 물었을 때 ‘만투아의 노숙자?’라고 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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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죽음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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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졸지에 이 지경으로;;


전반적으로 DVD가 한 편의 장대한 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면 2007년 공연은 각각의 넘버가 따로 떨어져도 어색하지 않은 버라이어티 쇼와도 같다. 특히 캐퓰릿 가의 무도회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그 두 사람마저 흰 의상을 입음으로써 두 사람의 만남보다 무도회 전체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더 포인트를 주고 있다(분위기가 딱 1급 호텔 쇼다). 당연히 그 한 장면 장면이 주는 시청각적 임팩트는 크지만 문제는 그 모두가 한데 모였을 때 조화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DVD의 팬이었던 관객들이 2007년 공연을 보면서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면 아마 이게 원인이 아닐까 싶다. 무대며 부분 부분의 연출은 더욱 세밀해졌지만 역으로 극 전체의 응집력은 떨어진다는 것. 리뉴얼된 연출이 노리는 부분이 이것이라면 취향의 문제겠지만 역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 특히 댄서들이 대단한 게, 이 사람들은 그냥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아크로바틱 수준인데도 두 시간 반이 족히 넘는 공연 내내 파워풀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어느 정도냐 하면 La Haine(증오)에서 앙숙인 두 가문의 대결을 표현하기 위해 캐퓰릿 가와 몬테규 가의 댄서들이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는데 절반은 스텝을 밟고 절반은 그냥 날아다닌다; 그런데도 서로간의 호흡이 어쩜 그렇게 절묘하게 어우러지는지 감탄에 또 감탄. 댄서들 중 대부분이 무릎에 보호대를 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하긴 그렇게나 과격한 동작들이 이어지는 데 몸이 남아날 리가 있나. 맨 앞줄에서 어지럽게 왔다갔다하는 무대 장치들 때문에 정신 사나웠지만 그래도 덕분에 댄서들의 멋진 동작들(=멋진 몸;)을 바로 앞에서 봤으니 정말 눈호강 한번 거하게 한 셈이다.

댄서들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춤 실력도 수준급인데 그 정도의 안무를 소화해내면서도 노래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 참 놀라웠다. 특히 DVD로 볼 때보다 실제 무대 위에서 보니 배우들의 액션이 굉장히 컸는데, 특히 Les Roi Du Monde(세상의 모든 왕들)에서 머큐시오와 벤볼리오, 로미오의 안무가 같이 무대 위에 있는 댄서들의 안무만큼 복잡한 데도 전혀 힘들어하는 기색없이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17일 3시 공연에서는 언더인 쥘르 그리종의 로미오 캐스팅으로 보았는데 아무래도 몇 해 동안 계속 로미오를 해온 다미앙의 목소리가 훨씬 두텁고 안정적인 느낌이라면 쥘르 로미오의 목소리는 좀더 얇은 느낌이어서 보다 더 신선하게 다가왔고 연기도 노래도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DVD를 통해 다미앙 로미오에 익숙해져 있지 않았다면 쥘르 로미오에 대한 느낌도, 국내 관객들의 쥘르에 대한 반응도 사뭇 달랐을 터다. 21일 공연에서 티볼트의 목소리가 좀 힘겹게 들려서 마음에 걸렸지만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며 노래에 한해서는 무척이나 흡족했다. 단 하나, 줄리엣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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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도 좋지만 노래도 좀 어떻게 해줘 줄리엣;


이건 아주 큰 문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이 노래를 못 한다!!(콰광) 이 이상 가는 문제가 또 어디 있나? 어떻게 고음부가 로미오보다도 더 안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OTL 조이 에스텔의 음역 자체가 굉장히 좁은 탓인지, 중저음부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팍 하면서 시원스레 올라가야 할 부분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탁 막혀버린다. 물론 DVD의 세실리아 카라도 노래를 부를 때 가성을 많이 사용하긴 했지만 솔로 부분에서도 중창/합창 부분에서도 전혀 목소리가 묻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이 에스텔의 경우 로미오와의 이중창에서 고음부분에서는 줄리엣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도 애써 고음을 소화해내려고 하기 보다는 자기 한계를 알고 목소리를 죽인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게다가 21일 공연에서 Aimer(사랑이라는 건)의 듀엣 부분에서는 무슨 이유에선지 웃느라고 자기 파트를 제대로 부르지도 못했다. 이렇게 당황스러울 데가!!! 만약 조이 에스텔이 계속 줄리엣을 맡게 된다면 줄리엣의 파트를 대폭 수정을 하든가 아님 캐스팅을 아예 바꾸는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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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볼리오와 머큐시오. 간만에 미중년 아닌 미청년들 보며 소녀심이 작렬했다;

공연보기 전부터 절대 만만치 않은 티켓 가격과 부산의 얇은 관객층 때문에 분위기가 많이 썰렁하지는 않을지 내심 걱정을 했었고 실제로 17일 공연에서는 여기저기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무대 위에서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21일 마지막 공연에는 수도권의 [롬&줄] 팬들도 대거 내려오고 객석도 거진 메워지는 등 17일과는 비교도 안 되는 분위기로 앵콜곡까지 무사히 마무리했다. 비록 배우들은 군데군데 빈 객석을 어떻게 생각했을지언정 오랫동안 공연장에서 직접 그들의 노래를 듣기를 바라마지 않았던 나로서는 여러모로 귀중한 경험이었다. 비록 DVD와 다른 해석, 다른 연출에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해도, 수준급의 노래와 춤을 보고 들은 것만큼은 틀림없으니까.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다리며, 이렇게 2007년 그들의 모습을 마음속에 담으련다.

2007.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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휀서비스 한번 화끈하시고-



꼬리1>프랑스 팀의 내한공연인 이상 티켓 값이 상당 수준인 건 각오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팬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주었음 좋겠다. 내 허리가 휘어지다 못해 꺾이지 않은 게 다행스러울 정도다. -_-;
꼬리2>21일은 막공이어서 그랬는데 소소한 이벤트가 많았다. 특히 난데없이 등장한 그 해골이란(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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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te) 2007-빨간그림자 님




2007/03/23 23:52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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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R X
오오..팬서비스가 정말;(<-정성들여 쓰신 감상문에 대해서 일언반구없이 벗은 몸-_-에만 열광하는;) 1초 손호영이로군요.
뮤지컬은 오페라 등에 비해 대중적(?)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티켓 가격이 너무 높네요. 그나저나 줄리엣이 노래를 못한다니..생각해 보면 창~문을 열어다오오오~ 하는 건 로미오-_- 쪽이긴 하군요; 로미오의 친구들도 꽤 멋지네요! 가슴을 턱턱 막히게 하는 이 작품에서 그나마 괜찮았던 캐릭터들인데요. 사실 이제는 거의 기억도 나지 않지만;
2007/03/28 13:47

misha X
처음엔 노래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정신차리고 보니 배우들의 몸만 정신없이 따라가고 있더군요. 티켓 가격을 잊을 수 있다면 참으로 즐거운 공연이었겠습니다만; 그래도 그렇게나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호흡 한번 흐트러지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는 참 인상깊었답니다. :-)
2007/03/29 19:58

동용 R X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은 인해전술...
옛날에 동아리방에서 "로&쥴" 볼때..(2002년..)
플루토도 "잊지않고" 그 특징에 대해서 언급하더라.
책에 의하면 이게 무슨 약점을 감추기 위해서 라고 하던데....

뮬랭루즈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둥 어쩌구 하면서...
플루토가 언급한 직후에 모 불문학 책에서 봐서 인상깊었는데
그게 무슨 내용인지가 생각이 안 나는 게 또한 신기하기만 하구...
암튼 프랑스 예술은 독자,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를 의식하는 경향이 강함.
2007/04/03 23:13

misha X
인해전술입니까; 하긴 시민회관 무대가 워낙 좁아서 그렇지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2007/04/0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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