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황야를 향해 달린다(少年は荒野を目指す)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지은이: 요시노 사쿠미(吉野朔実) 병약한 오빠를 대신해서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세상을 받아들였던 미야코는 어느새 오빠와 자신을 혼돈하게 되지만, 오빠의 죽음 이후 지금까지의 남자였던 자신을 완전히 부정해야만 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비록 어린 시절이었다고는 하나 한때 남자였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지금도 남자이기를 원하지만, 현실의 미야코는 긴 머리칼에 치렁치렁한 원피스를 입고 거기에다 ‘하얀 꽃을 들려주면’ 너무나 잘 어울릴 완벽한 여자아이. 미야코를 알고 있는 모두가 그녀를 여자아이라고 하지만 정작 미야코 본인만은 여자인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힘들어한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아직 생리조차 시작하지 않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기만 하는 미야코 앞에 어느 날 그녀와 꼭 닮은 소년이 나타난다. 어린 시절 억지로 황야에 남겨두고 와야만 했던 남자인 자신이 성장한 모습으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인정할 수 없다. 남들은 나를 두고 다들 여자라 하지만 나 자신은 스스로를 여자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미야코의 꿈은 현실이 아닌 이상의 경계에 걸쳐져 있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며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노력하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는 희망이라면 모르지만 그런 가능성부터 아예 없다. 그렇게 자라고 싶었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생각했던 이상형의 완성된 형태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맥없이 무릎을 꿇는 것 외에 우리가 대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겪을 수밖에 없는 좌절과 실망에 빠져 허우적댄다 해도 현실은 명확하다. 미야코는 남자가 아닌 여자이며, 리쿠는 외면했던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 이제껏 피해 도망다니기만 했던 두 사람은 가출에 자살소동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현실을 마주할 용기를 낸다. 미야코를 만나서 나는 가고 싶은 곳에 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어.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까? 미야코도 한번은 그렇게 생각했었어. …만나서 다행이라고. 다음에 만날 때는 분명 그렇게 말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 가는 거니까. 그 때는 이미 닮아 있지 않을 거야. 우리들. 『소년은 황야를 향해 달린다』 6권, 175~176쪽.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처럼 닮아있다 느꼈던 그 느낌이 결국 현실에서 달아나고자 했던 도망자들의 연대의식이란 것을 깨달은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와, 그리고 각자의 유년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나, 세상 속에서의 나를 찾기 위한 그들의 진짜 여행. 미야코의 기억 속에 갇혀있던 소년이 마음껏 황야를 향해 내달리듯이 미야코와 리쿠는(그리고 언젠가는 토오루, 유키히코, 카이도도 역시) 저마다의 황야를 벗어나 세상을 위해 달릴 채비를 갖추었다. 아마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앞으로도 몇 번은 더 겪을 테지만 늘 그렇듯 시작이 가장 두렵고 첫 발이 가장 힘든 법. 어렵게 뗀 첫 걸음, 그렇게 이어가길. 그들이 두고 온 황야에는 미래라는 이름의 희망이 남아있으니까.*
2007/06/0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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