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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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일상/보고, 듣고, 느끼다]
그 날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읽는 순간, 숨이 탁 막혔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그 5월에, 그렇게나 많은 피가. 눈물이. 아픔이.


5월 광주, 열여덟 소녀 천재시인을 낳다-오마이뉴스


2007/05/15 15:13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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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R X
저도 얼마전에 이 시 읽고 숨이 막혔다니까요. 갑자기 닭살이 팟-하고 돋는게... 아, 그때의 그 처참한 상황이 눈 앞에 사악- 지나가는게 등에서 식은 땀 흐르는 기분. 이런걸 인터넷 용어로 설명하면 '후덜덜덜'이려나요? 서울에 사는 여고생이라던데..대단해요. 정말로 진짜!

사족을 붙이자면 한참 감동에 겨워 하고 있는데, 모 게시판에서는 '이게 무슨 시냐?'는 둥 '나도 쓰겠다'는 둥 하는 말이 오가고 있어서 깜짝.;;;;; 그 밑으로 5.18을 모르면 이 시에서 큰 감동을 느낄 수 없을거라는 댓글이 달리니까 '나는 5.18 알아도 이 시에 별 느낌 없다'면서 감동 느낀 사람들보고 오바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 뭐 어차피 사람의 취향을 타고 제각기 느끼는 바가 다르니 뭐라 할 수 없지만 좀 많이 놀랐어요.

전 대학 들어가던 해에 5.18 관련 행사로 광주에 가서 직접 돌아보고 듣고 왔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저 시 읽는 순간 눈물 나올 뻔 했었는데 말이에요.ㅠ 처참하다는 말로는 한없이 부족한 그 사건이 시간이 지나도 누군가의 가슴에선 잊혀지지 않겠죠? 참 많이 슬퍼요.
2007/05/15 16:08

멜Mel R X
머리에 쥐나는 시네. 좀 추워졌다. 에효.
2007/05/15 16:54

곤도르의딸 R X
맙소사, 굉장한데요.... 가령 저 담시 형식이 할아버지에게 5.18에 대해 이야기 좀 해달라고 해서 들은 이야기라 쳐도, 정작 '저게 무슨 시냐'라는 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쓸 생각조차 못 했을 겁니다.
2007/05/15 17:05

misha R X
그쵸? 정말 굉장하지 않습니까. 책을 통해서든 주위 어른들을 통해 알았든 간에 이렇게까지 녹여낼 수 있다는 게. 처음에는 놀라고, 나중에는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어요.
2007/05/16 14:28

lukesky R X
여고생..........ㅠ.ㅠ 갑자기 저 인생을 헛산 기분이...쿨럭.
2007/05/19 11:22

misha X
백배 동감입니다!!
2007/05/21 09:57

gene R X
이새벽에.
나시 잠옷입고 읽었는데 팔에 소름이

생각해보니 다 읽고나서야 숨을 쉬었다. 대단해

.. 근데 이게 백일장에 나온거였다고?
윗분말씀대로 인생 헛살았네. -_-
2007/05/22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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