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식당 [일상/보고, 듣고, 느끼다]부산대 구정문을 나와 오른편에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 옆 사잇골목으로 들어가면 식당 하나가 있다. 냉면그릇에 고봉으로 볶음밥을 담아주는 할머니와 ‘많이 먹어들.’라시며 반찬그릇을 챙겨주시는 할아버지가 계시는 곳, 한성식당. 98년 대학 1학년 때 멋도 모르고 그저 밥 많이 주는 곳이라는 말에 선배들을 따라 줄래줄래 따라간 그곳은 지하인 탓에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고, 식탁이며 의자, 책장에 수북하게 꽂혀 있는 만화잡지에까지 끈적하니 습기찬 손때가 묻어 있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식당이었다. 커다란 냉면그릇에 꾹꾹 눌러 하나 가득 담긴 볶음밥, 그 위에 척 하니 올려진 계란프라이 하나. 보통 여자애들은 두 명이서 겨우 겨우 한 그릇을 먹는다는데 나를 비롯한 동기 여자애들은 보란 듯이 볶음밥 한 그릇씩을 척척 비워내며 함께 간 선배들을 놀래키곤 했다. 그렇게 1년, 2년, 3년…. 수많은 밥집들이 망했다가 새로 문 열기를 일상처럼 반복하고, 하나같이 예쁘게 가게를 단장하고 한 명이라도 손님을 더 끌기 위해 안달인 학교 앞에서 그곳만은 마치 시간이 멈춰선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 밥알 하나까지 달달 긁어먹고 배를 두들기고 있으면 따끈한 다방커피 한 잔을 타다 손에 쥐어주시던 할머니의 푸근한 웃음과, 언제 가도 변함없는 넉넉한 밥과 조금은 짜다 싶지만 그래도 맛나게 먹어대던 반찬들. ‘고바우들 요즘 뭐하는겨?’ 라며 발길이 뜸해진 우리에게 살짝 무안을 주시고는 똘똘이를 어르시던 할아버지. 한쪽 벽에 걸려있던 P언니의 그림. 네 명이 가서 볶음밥 세 그릇을 주문하고는 한 명은 이미 밥을 먹고 왔다고 거듭 말씀드려도 끝내 억지로 식탁 위에 놓아주시던 따끈한 밥 한 그릇. 라면 하나를 시켜도 꼭 공기밥 하나를 같이 주시고, 늘 같이 붙어 다니던 동기 녀석들 없이 혼자 밥을 먹으러 갔을 때 녀석들의 안부를 하나하나 일일이 물어보시던 할아버지와 그 손끝에 들려 있던 담배 한 개비(학생들이 밥을 먹고 있는 바로 옆에서 담배를 태우시는 데도 전혀 거부감이 없는 식당은 아마 그곳밖에 없을 것이다). smk군하고 둘이서 밥을 먹으러 가면 니들은 언제 결혼할 거냐며 은근히 걱정스레 물어보시던 할아버지께 지금은 아니지만 만약 때가 돼서 하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라고 얘기하지도 못했는데. 동아리방 다음으로 학교 다니면서 가장 자주 들른 곳이었는데. 혼자 가서 밥을 먹고 있어도 어색한 느낌 전혀 없이 내 집 마냥 편안하기만 했던 곳이었는데.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이제 많이 늙으셨고(98년부터 하더라도 자그만치 몇 년인가), 학교 주변에도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는 곳이 생기면서 언젠가는 문을 닫을 것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언젠가는 그곳이 한성식당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곳이, 문을 닫았단다. 2007/06/0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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