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구두(2004, Non ti muovere: Don't move) [창고/영화볼 땐 조용히]감독: 세르지오 카스텔리토Sergio Castellitto (2004)
이딸리아, 엘자, 그리고 안젤라까지. 띠모떼오와 연결된 세 여자는 모두 불행하다. 사랑하지만 같이 있을 수 없는 이딸리아와 영혼이 아닌 껍데기와 살고 있는 엘자, 빛도 보지 못하고 없어져버린 또 다른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죄책감에 매번 휘둘려야만 했던 안젤라. 적어도 안젤라는 사춘기 소녀의 불안정한 감정에 힘입어 아버지 띠모떼오에게 대항할 수는 있었지만 이딸리아와 엘자는 그저 속절없이 인내할 수밖에 없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귀한 시간들을 그렇게 한 남자로 인해 가슴아파하며 스스로를 희생할 정도로 그녀들이 무에 그리 큰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그녀들의 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사랑했던 남자, 그리고 결혼한 남자가 띠모떼오였다는 것뿐이건만. 영화는 이딸리아와 엘자에게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딸리아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띠모떼오에게 일부 털어놓기는 하지만 그것은 띠모떼오가 이딸리아를 더욱 애틋하게 받아들이는 도구로 이용될 뿐이지 이딸리아라는 독립된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이야기와 사건과 감정의 중심은 띠모떼오이다. 그런데 이 남자, 참 이기적이고 겁쟁이인 것도 모자라 옹졸하기까지 하다. 이딸리아를 강간하고 다시 찾아와서는 술이 취해 그랬다고 변명하는 것까지 참으로 파렴치한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너무나 전형적이어서 치가 떨릴 정도다). 남들의 이목을 두려워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버리려는 용기도 내지 못하면서 이딸리아와의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지독히도 이기적이면서 소심하기 그지없는 띠모떼오.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그런 것이 사랑일까?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그저 숨만 쉬고 있다 처음으로 경험한 강렬한 일탈에의 유혹, 금단의 과실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그 잊을 수 없는 쾌감…. 그것이 과연 사랑인가? ‘나는 어떤 여자를 강간했다.’ 띠모떼오는 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을 신을 향해 고해성사를 하지만 그 고백은 이내 바닷물에 씻겨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딸리아를 강간했다는 사실이 속죄받고 용서될 수 있는 것인가? 그것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래서 나는 그의 ‘사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띠모떼오는 이딸리아를 진정 사랑한 게 아니라, 그녀를 사랑한다고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 두려움, 설렘, 기다림, 절정, 질투, 환희…. 처음 느껴보는 그 잊을 수 없는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 그렇게 무턱대고 자기 자신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딸리아가 그렇게 희생당하다 못해 띠모떼오를 위한, 그리고 안젤라를 위한 마지막 구원의 표상으로 남아있어야만 했던 이유가 조금은 납득이 간다. 처음부터 그런 ‘장치’였으니까. 한 남자가 삶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그로 인해 희생당한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지난 과오를 반성하며 앞으로의 새 삶을 다짐하기 위해서. 세상에, 그걸 위해서 영화 속 그녀들은 그렇게 울고 괴로워하고 고통받고 그를 대신해서 다치고 피흘리며 죽어가야만 했던 게다!! 안젤라는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살아나고 띠모떼오는 구원받는다(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러나 십자로 한가운데 앉아 있던 빨간구두를 신은 여자의 환상은 오로지 띠모떼오 한 사람만의 것이다. 띠모떼오 뿐만 아니라 그의 딸 안젤라의 목숨까지 떠맡아야 했던 가엾은 이딸리아. 조건없는 사랑이라 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런 건 일방적인 희생일 뿐이다. 그 희생을 발판삼아 그동안 간직해두었던 이딸리아의 빨간구두 한 짝을 이제야 십자로 위에 놓고 돌아서는 띠모떼오의 순정을 칭찬이라도 해줘야 하나? 그래, 그걸로 띠모떼오가 후련해질 수 있다면야 뭐가 문제겠는가. 처음부터 이 영화는 ‘그녀들’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었는데 말이다. 브라보, 띠모떼오. 당신은 이제 새 삶을 살 수 있어!(짝짝짝)
2007/07/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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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셨어요!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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