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목란 [일상/식도락]한파가 조금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춥고 추웠던 지난 금요일. 이번 서울행의 주목적 중 하나였던 식도락 코스 목란(木蘭)에 들렀다.
위치는 서대문역 4번 출구로 나와 강북삼성병원 쪽. 삼성병원 장례식장을 끼고 좌회전해서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가다 보면 서울시교육청이 나오는데 교육청 정문 바로 앞에 목란 입간판이 서 있다. 가게에서는 걸어서 3, 4분 걸린다고 했지만 실제로 가보니 한 7, 8분은 족히 걸림. 속지 말지어다. -_- 이날 메뉴는 그 전날 미리 주문한 동파육과 경장육사, 유린기, 탕수육, 그리고 춘권과 군만두(만두는 군만두만 있다고 한다). ![]() 기본 상차림. 짜사이, 김치, 양파, 단무지, 춘장과 볶은 땅콩. 여느 중국음식점과 별다른 바는 없다. ![]() ![]() 맨 처음 나온 춘권. 꽉꽉 들어찬 속이며 얇으면서도 바삭하게, 힘있게 튀겨진 껍질이 사랑스럽다. 훌륭해, 훌륭해([오센]의 오센처럼 읽어주시라). 군만두. 춘권과는 또 다른 바삭함이 매력이다. 약간 두터운 만두피지만 그렇게 기름진 느낌은 안 든다. 저렇게 바싹 구워내면서도 기름기 쫙 빼고 담아내기가 어디 쉽냔 말이다.
![]() 가장 기대했던 음식인 동파육. 만화 [심부인의 요리사]에서는 동파육의 조리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동파육(東坡肉 : 돼지갈비살졸임) 지방이 붙어 부드럽고 껍질이 얇은 돼지삼겹살 800g의 껍질에 남아있는 털을 제거하고 덩어리째 열탕에 가볍게 데쳐 오그라뜨린다. 5, 6cm 크기로 썰고 거품을 떠내면서 강불에 가볍게 졸인 다음 냉수로 씻는다. 질그릇 위에 대나무 깔개를 깔고, 썬 파 1,2대 분량과 다진 생강 1개 분량을 얹은 뒤, 고기를 늘어넣고 1대 분량의 파를 위에 얹는다. 거기에 소홍주 120cc, 간장 90cc, 굵은 설탕 50gm 물 1리터를 넣고 약불에 천천히 5시간 졸여낸다. 이 요리는 송나라 관료이자 대시인, 서예의 대가이자 미식가인 소동파의 장기요리였기 때문에 그의 이름 '동파'가 붙었다. 아니 뭐 이런 부연설명 안 붙여도 충분히 멋지다. 저 좔좔 흐르는 윤기, 소담스럽게 담겨있으면서도 자신의 맛을 충분히 자신하고 있는 듯한 저 자태. 한입에 우겨넣기가 미안할 정도로 살살 녹아내리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정도 맛난 음식을 앞에 두고 구구절절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동파육에 대한 모독이란 말씀. 위에 올라간 것은 아마도 청양고추려나. 목란은 튀김이 일품이라더니 과연 유린기 역시 정말 맛났다. 튀김요리면서도 새콤매콤한 소스 덕에 느끼한 맛은 그다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담백함까지, 놀라워라 놀라워라.
![]() 탕수육 접시를 보고서야 아차, 소스를 따로 달라고 할 것을, 하고 후회했는데 웬걸. 소스를 끼얹었는데도 튀김옷이 눅눅해지지 않는다. 아니 대체 뭘로 튀김옷을 만들고 어떻게 튀겨내는 것이오!! 보통 탕수육 소스는 시큼한 맛이 강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목란의 탕수육 소스는 신 맛은 나지 않고 오히려 단 맛이 강했다. 그런데 그 단 맛의 정도가 딱 먹기 좋은 정도. 너무 달면 쉬이 물리고 달지 않으면 밍숭맹숭할 텐데 맛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 이날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요리, 경장육사. 춘장에 볶은 쇠고기(라고 들었다. 돼지고기 맛은 아닌 것 같았고;)와 당근, 가늘게 채썬 대파와 숙주나물 등등을 밀전병에 싸서 먹는다. 동파육과 함께 전날 미리 주문해야 하는 메뉴임(메뉴판에도 안 적혀있다). ![]() 요렇게 싸먹는다. 밀전병이 꽤 커서 속을 넉넉하게 넣고 싸도 될 것 같지만 욕심부리다가 다 터질 수가 있으니 적당하게. 아삭거리는 야채와 춘장, 고기가 한데 어우러진 것을 얇은 밀전병이 부드럽게 감싸주니 어찌 아니 좋을 수 있겠누. 이날 먹은 음식 중 대부분이 튀김류였는데도 기름지고 느끼한 맛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튀긴 후 한동안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튀김옷이 바삭바삭하게 살아있고 씹는 맛이 좋았고 육즙 또한 풍부했다. 동파육은 사람마다 조금 느끼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입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육질이 아주 그만임. 경장육사는 나오는 모양새부터 딱 별미라는 느낌. 이런 음식점이 집 근처에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니, 날이면 날마다 이곳에 갖다 부을 돈을 생각하면 또 다행일지도-_-;; 서울 갈 일 있으면 꼭 생각날 맛집 중 한곳이다. 목란 : 02-732-0054 2008/01/2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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