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일상/보고, 듣고, 느끼다]보통 집에 와서 저녁을 챙겨먹을 경우엔 있는 밑반찬에다가 뭐라도 하나 더 지지든가 볶든가 끓이든가 해서 먹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식칼에 도마 가져다놓고 잠시 설쳐보기도 하는데 시간과 체력과 능력 모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다. 어제도 시댁에서 가져온 버섯들을 빨리 먹지 않으면 버리겠다 싶어서 집에 마침 있던 새우들 손질하고 양파에 청양고추 송송 썰어 볶기 시작했는데 이거야 원, 다 먹고 치우고 나니 어느새 밤 아홉시다. 목욕탕 청소는 보통 1주일에 한번씩 하는데 지난 주에는 설 연휴 때 여기저기 다니느라 하지 못했고 작은방 걸레질은 언제 했던가 기억도 나질 않고 분명 어제 청소기 돌린 거실과 안방에는 내 머리칼이 곳곳에 떨어져 있다(대체 왜 이래!). smk군이 오면 같이 해야지, 싶은데 평균 퇴근 후 귀가시간이 밤 아홉시 반에서 열시 사이인 smk군에게 오자마자 냅다 청소기를 쥐어주려니 그것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냥 또 내가 하고 만다. 어차피 회사 일이랑 병행해야 하니까 집안일은 조금이나마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머리로는 익히 알고 있는데다가 시댁이나 친정의 어머니 두 분 역시 무조건 쉬엄쉬엄 편한 게 최고라고 하시지만, 지금껏 엄마가 살림해온 모습을 봐왔기 때문인지(어마마마 살림솜씨가 좀...굉장하긴 하지-_-), 집이 어질러져 있으면 그만큼 내가 못하고 있는 건가 하는 마음에 괜시리 짜증이 솟구친다(음, 사실 많이 솟구친다. OTL).
청소는 그렇다 쳐도, 모름지기 음식이란 사람 입에 들어가는 만큼 즐겁게 만들고 맛있게 먹어야 하는 법인데 만들면서부터 애저녁에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마구 지쳐버리니 막상 이런저런 반찬이나 음식을 다 만들고 나서도 맛있다는 느낌이 안 난다(뭔가 생각했던 대로의 맛과 모양새가 아닐 때에는 그 피로도가 약 4.5배 정도 증가한다). 그러면서도 만들고 난 후의 뒷처리 역시 노동의 일부라, 종일 사무실에서 시달린 허리와 온몸의 근육들이 제발 스트레칭이라도 하자고 비명을 질러댄다. 그래도 어쩌나. 이걸 다 치워야 좀 편하게 발이라도 뻗지. 대충 물기닦고 스뎅그릇에 행주 담아 삶는다고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 드러누울라치면 곳곳의 먼지와 머리카락에 눈에 마구 밟힌다. 애를 낳으면 바로 일곱여덟살이 되어서 당장 가사노동전선에 투입했으면 좋겠다는 smk군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다음달부터는 또 휴일없이 눈 뱅뱅 돌아갈 터라 한동안 집이 잡초무성한 자갈밭으로 변할 텐데. 무섭다 무서워. 이 끊임없는 가사노동, 밑빠진 독의 그 시커먼 입구가. 꼬리1> 그래도 아직까지 행주 하나만큼은 매일 폭폭 삶는다.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 ㅠ_ㅜ 꼬리2> 아니, 아침 8시까지 출근하면 아무리 늦어도 저녁 6시에는 보내줘야 하는 거 아냐? 우리나라 회사들은 다 왜 이래!!!!! 2008/02/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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