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有罪) [일상/보고, 듣고, 느끼다]명실상부하다 강간의 왕국-쓴귤 님 왜 자꾸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왜 그들은 자신들이 남자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 증명하고 싶어할까. 똑같은 사람인데, 세상 사람들 중 절반이 남자고 절반이 여자이며 자신이 대하는 그 선수들도 같이 먹고 마시고 숨쉬며 살아가는 이들인데. 비단 스포츠계에서만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다. 회사의 회식자리에서, 같이 일하는 사무실의 어느 한 구석에서, 늦은밤 지하철 안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얼마 없는 학생회관의 어느 복도에서, 과방에서, 동아리방에서, 따스한 온기와 애정으로 가득해야 마땅할 어느 집의 안방에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유치원에서, 종일 책보따리를 메고 다니다 지친 아이들이 잠시 등을 기대는 학원 봉고차 안에서, 어제까지만 해도 인사를 나누던 앞집에서. 선생님에게, 친구에게, 선배에게, 낯모르는 어떤 남자에게, 갑자기 칼을 들이댄 남자에게, 경비아저씨에게, 사촌오빠에게, 삼촌에게, 배다른 오빠에게, 의붓아버지에게, 친오빠 친아버지에게. 그런데도 피해를 입은 이들은 말이 없고(혹은 말을 할 수가 없고) 남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엄청난 일을 저지른 자들은 여전히 넘치고 넘쳐난다. 무엇이 문제일까. 자신이 저지른 일이 똑같이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와 누이와 딸들에게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왜 모를까.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고 싶지 않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비명을 속으로 삼킨 채 까무룩 어둠속으로 정신을 놓고 있을지도 모른다. 술도, 우발적인 실수도 필요없고, 이유도 필요없고, 변명도 필요없다. 남자라는 이유로, 조금 더 완력이 세다는 이유로, 직위고하를 따져서 우위에 있다는 이유로 성(性)을 무기삼아 타인의 인생을 침해하고 짓밟는 일을 저지른 자들은(혹은 그런 시도를 한 자들 역시) 모두 유죄다. 집행유예도 사면도 반성도 필요없는 철저한 유죄여야만 한다. 법전에 구구절절 나열되어 있는 법에 의해 유죄판결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사람’이기 때문에 유죄다.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들의 삶을 난도질한, 사람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사람’이기 때문에. 2008/02/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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