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ag Freetalk Guest Admin
2008년 5월 25일 새벽에 [일상/보고, 듣고, 느끼다]
‘촛불’, 광화문 점거 아침까지 ‘끝장’시위 -한겨레
영상창작단 시선- 오늘 새벽 광화문 진압현장 동영상-kyoko님
2008년 5월 25일 있었던 3시간의 기적-hammer님

어릴 적 최루탄가스를 두어 번 맡아본 적이 있다. 내가 다니던 남천국민학교 근처에는 경성대와 수산대(그때는 부경대로 바뀌기 전이었다)가 있었는데 1학년 때던가 2학년 때던가...대학교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는데 그게 우리 학교가 있는 남천동까지 흘러온 것이었다. 1km 남짓 떨어진 광안리 집까지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비척대며 걸어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무슨 이유로 어떤 시위가 벌어졌는지는 전혀 모른다. 그냥 눈이 너무 따가웠고 코가 너무 매운데 갖고 있는 휴지를 다 써버려 옷소매로 얼굴을 연신 훔치며 돌아왔더니 소맷자락에 콧물이 잔뜩 묻어 번들거리던 기억, 그리고 난생처음 맡아본 최루탄이라는 것에(바로 앞에서 맡은 건 아니었지만서도) 막연한 공포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만이 아직 남아있을 뿐이다.

아마 어제의 저 시위현장에도 그때 나같은 어린아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사며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까까머리 중고생들도 보인다. 주말 친구들 약속에 나가는 것 같은, 가볍고 하늘하늘한 옷차림에 예쁜 가방을 든 젊은 여성들이 그 틈바구니 속에 끼어있다. 이게 대한민국이가, 이게 민주주의가? 라며 새된 소리로 외치는 젊은 남자가 보인다. 갑자기 몸이 떨린다. 희미하게 날아든 최루탄 가스에 울고불고 한 때부터 이십여년은 훌쩍 지난 지금, 다시 내 코끝에 그때 그 가스 냄새가 맡아지는 것만 같다. 2008년, 날 따시고 바람 시원한 계절의 여왕 5월의 휴일에 왜 이리 무섬증이 나는지 모르겠다. 이 좋은 계절에, 촛불을 들고 모인 사람들의 발길을 청와대로 향하게 한 건 누구며, 전경들을 시켜 그 사람들에게 방패를 내리찍게 한 건 또 누구란 말이냐.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고? 애꿎은 전경들 시켜 물대포 쏘고 방패로 찍지만 말아라 제발.


2008/05/25 20:52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4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 http://mishaa.org/tts/home/trackback/644

까스뗄로 R X
저런 거 보면 막 뭐서워서... 어우, 잔상이 며칠동안 꿈 속까지 따라다녀요. 전경들도 원해서 하는 일 아닐텐데,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최루탄 냄새 같은 거 잘 모르는데... 어쩜 누구 덕분에 맡아보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거, 참...
2008/05/29 08:37

misha X
사태가 갈수록 길어지고 또 심각해질 것 같아 걱정이에요. 집회에 참석하는 분들도, 진압하는 경찰 측도 앞으로 상황이 호전될 거 같진 않고. 늘 마음이 쓰이네요. ㅠ_ㅜ
2008/06/02 17:25

gene R X
4학년땐가, 아파트 단지내에서 초콜렛이 얇게 씌워진 바나나킥(아마도 이 이름이었던듯)을 먹으며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맡은 최루탄냄새가 너무도 독해서, 그 이후로 과자를 먹을때마다 희미하게 매운 냄새가 나는거 같아 과자를 더더욱 안먹게 된 거 같기도 하다. 그 최루탄냄새도 아마 경성대에서 흘러온 것이었겠지.

이거 참 무섭다. 왜 전경들과 시민들이 그렇게 집단에 취해서 서로 밟고 찍게 만드는건지. 별로 들여다 보지도 않는 인터넷동영상이지만 어쩌다 가끔 보이는게 왜이리 참혹하냐..

2008/06/03 18:13

misha X
사람들이 촛불과 우비를 들고 나서는 건 광기 때문이 아니라 이대로 가만 두었다간 정말 끝장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지. 공기업민영화, 한반도대운하, 무엇 하나 서민을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는 작태. 장작은 차곡차곡 쌓아놨고 기름도 자알 부어놨다가 쇠고기로 불을 붙인 셈. 작년 12월 20일 새벽에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온갖 두려움이 하나하나 현실로 드러나는 게 그야말로 내게는 둘도 없는 공포다.

지금까지 집회 다녀온 사람들 후기나 각종 영상들 보면 경찰 측이 시민들 후드려패는 게 압도적으로 많다. 오히려 패닉에 빠진 전경을 시민이 달래주는 모습도 있고(http://www.leedail.com/246). 부산 같은 경우는 경찰들이 그렇게 강압적이지 않다고 들었다. 오히려 시민들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면서 서로들 의견을 조율하는 모습도 보이고, 뭐 거의 사직구장 멀티 분위기라고나. -_-

조금이라도 분위기가 격해질라치면 비폭력을 외치며 서로를 제지하고, 한켠에서는 자진해서 돈을 모으고 자원봉사를 지원하며 생수와 김밥을 사다나르고, 자기 돈 주고 양초 하나씩 사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 이게 '잃어버린 10년' 동안 훌쩍 자라난 시민의식인데 정작 대처하는 경찰 및 그 윗대가리들은 10년은 커녕 20여년 전의 사고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네. 그저 한숨만 난다.
2008/06/03 20:27

«   2010/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전체 (749)
공지를 읽어주세요 (3)
일상 (489)
창고 (183)
끄적끄적 (32)
바람의 나라 (42)

이 얘기 알아? 한밤중에……...
다소공간多笑空間-2009
러버스 키스 - 후지이 토모아키
Jini's home-2009
호텔 아프리카
Jini's home-2009
20대 여성의 일상을 다룬 만화들
일다의 블로그 소통-2009
심플한 40문답
소루쟁이 풀밭-2008

궁금하면 물어보세요

since 20001223
misha's WareHouse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Ritz
Powered by Tattertools, Eolin

web stats
Lilypie Second Birthday tick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