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릴 미(2008. 6. 28 15:00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창고/무대 위의 향연]주연: 김우형(네이슨 레오폴드/나) ![]() 작년에 한창 결혼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정신없던 시기에 [쓰릴 미] 부산공연을 놓치고 며칠 동안을 심란해했더랬다(이게 다 결혼 때문이야!! 징징징;). 워낙 인기를 끌었으니 한번 정도는 재연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그로부터 1년. 다행히 Novus양의 도움으로 오픈 티켓을 무사히 구해서 다녀올 수 있었다. 되도록이면 공연 자체에 집중하고 싶어서 특별히 넘버를 구해 듣는다든가 관련 정보를 알아보지 않고 그냥 보았는데 그편이 역시 나았던 듯 싶다. 작년 부산 공연을 보았던 Novus양의 말로는 굉장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공연을 막상 처음 보는 내 눈에도 공연 전체가 설명을 해주려 한다는 느낌이었는데 확실히 작년 공연에 비해 서술을 많이 하려고 한 듯 했다. 리처드는 상당히 알기 쉬운 캐릭터이니만큼 배우가 방향만 잘 잡으면 관객들을 쉽사리 휘어잡을 수 있는 인물인 것 같다. 일단은 성격이 딱 초딩스럽고-_- 감정선도 꽤나 분명한 편이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 동생에 대한 질투, 자기 능력에 대한 과신…. 너무 알기 쉬워서 얄팍하지만 그래서 어린애같은 순수한 면이 있다. 이를테면 소악마같은 매력이랄까. 김무열의 경우 이러한 리처드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참으로 노련하고 여유로운 리처드를 보여주었다. 오히려 너무 잘 해서 조금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이 부분은 페어를 이루는 네이슨 역의 배우와 어떤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자, 그런데 이 조화란 것이…. OTL 네이슨을 연기한 김우형의 경우, 일단 목소리 자체는 좋았다. 노래를 부를 때 살짝 힘이 딸리는 느낌도 없진 않았지만 이건 공연을 거듭하면서 노력하면 어느 정도 커버될 수 있는 부분이라 본다. 일단 배우의 잠재력은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네이슨’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리처드에 비해 네이슨은 훨씬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어쩌다가 하필이면 초딩-_- 리처드를 원하고 욕망하게 되어버린(대체 무슨 업보를 지었길래? ㅠ_ㅜ), 늘 리처드보다 한발 앞서 생각하고 판단하면서도 속내를 감추고 차근차근 리처드가 정말로 자신을 필요로 하게 되는 순간까지 몰아넣는 네이슨이라는 인물은 단지 대본에 쓰여져 있는 반전만으로 나타내기엔 좀 더 많이 꼬이고 꼬인 캐릭터다. 그런데 아직 김우형이 연기한 네이슨은 대본 그대로의 네이슨을 연기하기에 급급했다는 느낌이랄까. 최선을 다하려고는 하는데 아직까지 깊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네이슨과 리처드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네이슨의 목소리가 늘 묻혀버렸다. 극 초반에서는 리처드가 네이슨을 휘두르다가 점차점차 네이슨이 리처드를 압박하는 정도가 조금씩 단계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 점진적인 단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다가 반전 부분에서 그냥 대사로 나타나버린다. 그래서인지 네이슨이 발산할 수 있는, 또 그래야만 하는 애절하고 처절한 느낌이 전혀 나질 않았다. 나름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는 리처드만큼 더욱 더 깊고 위험한 아우라를 펼쳐야 할 네이슨이 다소 평면적으로 묘사된다는 게 상당히 아쉬웠다. 네이슨에 대한 아쉬움이 단지 배우에게서 비롯된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이건 연출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뭔 소린고 하니…키스신이 너무 많다. -_- 처음엔 한 번, 두 번, 세 번까지 세어보다가 이후로 나오는 장면은 분명 올해 추가된 부분이리라 싶어 그냥 세는 걸 관뒀다(Novus양이 세어봤는데 다섯 번이라고 한다). 네이슨이 리처드를 덮치는 장면도 과하다는 느낌. 리처드가 담배도 곧잘 피우는데 그 상황에서 꼭 그렇게 실제로 담배에 불을 붙여야 하는가도 의문이다. 전반적으로 좀더 자극적인 부분을 강조하려고 한 듯 했다. 그러나 뭐든간에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 하다. 이를테면 웃통을 대놓고 훌렁 벗고 있는 것보다 단추 한 두개를 풀어헤친 그 사이로 언뜻언뜻 엿보이는 가슴팍이 더욱 매력적이고 야해 보이는 법이다(-_-;). 대놓고 키스신을 왕창 늘려봤자 전혀 임팩트가 없다는 것은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특히 우형 네이슨의 경우 색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그 많은 키스신이 전혀 보람이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고(오히려 네이슨의 팔을 쓰다듬는 무열 리처드의 손놀림이 더 야해보였다면 말 다했지). 네이슨을 연기하는 배우가 어떻게 배역을 이해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리처드에 대한 감정선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자극적인 장면도 상당부분 가감 내지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적어도 첫날 첫 공연의 네이슨에게는 그 키스신들이 불필요한 장면들이었다. 물론 앞으로 계속 바뀌고 추가되면서 조금씩 나아지긴 하겠지만 배우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키스신은 좀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히려 그 장면 때문에 배우들간의 호흡이 깨질 우려도 있으니까(특히 무열 리처드와 우형 네이슨처럼 아무리 봐도 한없이 건전하게만 보이는―아유, 나중에는 안쓰러울 정도였음. 아무런 화학작용이 느껴지질 않아서;― 페어의 경우는 더욱 더 그렇다). 이러니저러니 불평불만을 조금 늘어놓긴 했지만 [쓰릴 미]는 기본적으로 꽤 탄탄하고 좋은 공연이다. 특히 재연의 첫 공연이 저 정도였으니만큼 지금쯤은 관객들의 반응도 다 수렴했을 테고 배우들간의 호흡도 제법 잘 맞아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같은 배우 같은 연출이라도 절대 100% 완벽한 재현이 불가능한 것이 공연 예술의 매력이니만큼, 2008년의 [쓰릴 미]도 빨리 안정권에 접어든다면 작년 못지않은 즐거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내 눈으로 그 즐거움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지만, 배우들의 매력과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공연이니만큼 재연에 재연을 거듭해서 더욱 새로운 또 다른 네이슨과 리처드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꼬리 1> 니체의 초인 부분을 작년에는 ‘슈퍼맨’이라고 했다는데(;;) 올해는 그냥 ‘초인’으로 옮긴 부분은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대체 ‘슈퍼맨’이라고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은 어디의 누구냐??? 2008/07/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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