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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하게 될 고민 [일상/보고, 듣고, 느끼다]

직장맘의 아이, 내가 거두려는 이유-아트걸 님


임신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치아교정을 끝내고 3개월 후에 있는 정기검진 때문에 잠시 치과에 갔다가, 아예 점심을 먹고 들어가야겠다 싶어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를 주문하고 신문을 보고 있을 때였다. 마침 바로 옆 테이블에 초등학생을 둔 엄마 4명이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리가 가깝다보니 이야기를 안 들을래야 안 들을 수가 없었는데 그 주된 내용이란 것이 자기 아이들과 같은 반에 있는 아이들의 엄마를 비난하는 내용들이었다. 이야기의 맥락상 함께 식사를 하는 4명은 전업주부이면서 학교 내에서 뭔가 책임을 맡고 있는 위치에 있는 듯 했고, 그들이 비난하는 다른 엄마들은 소위 직장맘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입덧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하던 때였는데,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한층 더 속이 상하고 또 서글퍼져서 기껏 시킨 쌀국수는 국물만 겨우 몇 숟가락 떠먹고 식당을 나와 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들이 직장맘을 비난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의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고, 내가 그들의 입장에 서지 않은 이상 뭐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트랙백한 글에서 나타나는 전업주부와 직장맘 사이의 갈등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교육현실이 빚어낸 것이지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만 내가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다보니 직장에서는 직장대로, 가정에서는 가정대로 제 몫을 다해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직장맘의 현실에 좀더 익숙해져 있고, 또 그런 현실을 묵묵히 감수해야만 하는 분위기가 못내 견디기 힘든 것이다.

직장맘은 직장맘대로 힘들다. 그러나 전업주부는 분명 직장맘들이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아직 친한 지인 중에 전업주부가 없어서 간접적인 체험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추측만 가능할 뿐이지만. 전업주부이기에 그만큼 가정과 자녀에 대하여 한층 더 완벽해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감이 더욱 그들을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개인에 따라 느끼는 어려움에 조금씩의 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나라에서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낳아서 입히고 먹이고 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비록 지금은 사교육 광풍에 아이를 내몰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내가 직장에 계속 다니는 이상은 정말 어쩔 수 없이 ‘학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성적 향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바쁠 때에는 몇 달 동안 밤 11시, 12시 퇴근이 예사인)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아이가 어딘가에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사실 엄마랑 아부지가 그 부분을 해주실 수 있다면 더없이 감사할 일이지만, 그 부분까지 바라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 또한 익히 잘 알고 있다). 나와 smk군이 우리 소신대로 영어 등의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았을 경우 기린이는 학교나 학원에서 따돌림을 당할지도 모른다. (다문화가정에서 자연스럽게 2개 국어를 생활속에서 익히는 아이들을 제외하고)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배우고 익히기 전에 억지로 외국어를 쑤셔 넣어봤자 말짱 헛일이라 여기고, 결국 공부는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지 남이 억지로 시켜서 해봤자 결국은 벽에 부딪칠 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나와 smk군이지만 막상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지금의 소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는…사실 자신이 없다. 그러나 옳지 않은 건 옳지 않은 거다. 그런 일이 안 생긴다면 가장 좋은 거겠지만 만약 아이가 위와 같은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나 역시 학부모 모임에서 그런 일을 겪는다면, 나는 차라리 아이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과정과 방법 중에 우리는 조금 다른 쪽을 골라서 가고 있을 뿐이라고,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가는 길이 조금 더 나을 거라고, 그렇게 이해를 구하는 쪽을 선택하련다.


꼬리1>아이는 어떨지 몰라도 내가 학부모 모임에서 따돌림 당할 확률은 99%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사실 내 성격부터가 그런 학부모 모임에 전혀 안 맞는다. 부산에서 나름 치맛바람이 가히 태풍급인 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초등학교 시절 소위 그런 ‘모임’들의 폐해를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또 겪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게다가 학교에서 급식당번이나 교통정리 당번하러 나오라거나 하면 난 아마 교육청에 항의전화를 할지도 모른다; (쓰고 보니 99%로는커녕 한 200% 확률인데….)
꼬리2>물론 아이가 처음부터 완벽히 이해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쩐지 나와 smk군의 아이라면 먼저 사교육을 거부할 것도 같다. -_-a;
꼬리3> 기린이가, 아트걸 님 같은 분을 엄마로 둔 아이와 친구가 된다면 가장 좋은 거겠지만 과연 그런 기적같은 행운이 존재할까?



2008/12/12 18:24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9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 http://mishaa.org/tts/home/trackback/696

gene R X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절대 빠지지않는 '어머니회'는 왜 필요한건지 모르겠다. 학교를 믿고 아이를 맡긴거나 다름없는데 왜 거기에 '엄마'라는 존재가 따로 있어야 하는 건지.. 왜 학교가 할 일을 애 엄마 부려먹을 궁리만 하는거냐. 이래놓고도 맘껏 아이 낳으세요. 이러나 -_-
엄마중에는 간혹 나서고 싶은 사람도 뭐, 있겠지만.
그 4명의 전업주부들 또한, 모두 처음부터 학교와 아이일에 관심히 지대해서 그 위치까지 가진 않았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지만. 아무래도 "전업주부시니 학교문제에 신경 좀 써주세요" 라는 담임 교사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사람도 있을게다. 전업주부란 이유로 거절할 핑계도 없고 아이를 볼모로 잡혔으니 억울해도 하긴 해야겠고. 그러자니 스트레스는 받고 모여앉아있자니 누군가는 까야겠고, 그네들이 보기엔 '직장인엄마'들이 가장 좋은 씹을거리가 되지 않았나 싶다.
부러움으로 인한 질투의 산물이려니.. 해버려 -_-
2008/12/12 19:45

misha X
내 말이! 요즘은 어린이집에서도 엄마들 불러 제낀다니까! 바로 사흘전에 내 앞자리 여사우분은 어린이집에서 애들 영어마을 견학가는데 엄마들 와야 한다고 결국 오전반일연가내야 했다-_-
난 내가 전업주부였다면 솔직히 직장맘들을 조금 원망하고픈 마음도 들 거 같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잖아. 그 사람들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정은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때. 게다가 아이가 선생님께 혹시 밉보이지나 않을까 싶으면 더더욱 학교 측에 끌려갈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선생님들도 원래 의도와는 달리 학부모들에 의해서 왜곡되게 비춰지는 부분도, 또 학교의 암묵적인 분위기에 그들 또한 숙이고 들어가야 할 부분도 있을 거 같고(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았지만 일단 '학교'도 엄연한 조직사회니까).
최소한의 사회화는 반드시 필요하기에 학교는 보내긴 할 테지만...지금처럼 과도한 경쟁으로 모든 것이 왜곡된 분위기에서 그 '사회화'마저도 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08/12/14 11:11

kingpanda R X
사회적 인격을 별다른 노력없이 유지할 수 있는 직장맘들과 달리, 전업주부들은 사회적 인격을 자식에게 투영하고 자식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간주, 간단하게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한 바(가민이 네가 겪었던 학창 시절의 씁쓸한 기억도 여기에 기반한다고 믿는다.) 이런 상황은 절대 개선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더구나 대부분 아파트를 기반으로한 주거 형태 탓에 그들만의 리그가 안 생기는 것이 이상한 게 현실임을 생각하면...(아파트의 해악은 비단 부동산값의 폭등만은 아닌 듯...)

그냥 지옥이자 막장이다라고 생각하고... 자식에게 피해가 최소한 덜 가면서 부모가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보는게 기린이에게도 너희 부부에게도 덜 고통스러운 길일지도...

슬프지만 이게 현실...
2008/12/12 22:55

misha X
'자식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간주'하게 되는 원인은 아마도 전업주부가 맡고 있는 가사/육아를 또 하나의 전문분야로, 엄연한 일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전업주부인 부인들더러 '집에서 노는데 뭐'라고 대수롭잖게 얘기하는 남자직원들 보면 머리카락을 죄다 뽑아버리고 싶어요-_-). 명백한 수치 등으로 결과물이 나오는 일이 아니다보니 결국 아이의 학업 혹은 기타분야에서의 성취도로 전업주부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느냐를 판가름짓고...악순환이죠 뭐.

저랑 smk군이 얼마나 굳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아이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제 어릴 때 경험을 돌이켜봐도(분위기가 좀 특수한 상황이긴 했지만;) 부모님들의 가치관이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고요. 전 대안학교도 괜찮지 않을까 했는데 이건 smk군이 '꼴보기 싫은 상황/사람들과도 무던하게 잘 지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면서도 부조리함을 인식하고 경계하는 스킬 또한 함께 쌓기 위해서는 공교육, 학교에 가야한다'는 주의라서(위 댓글에서 언급한 최소한의 사회화랄까-_-).

...써놓고 보니 저희 부부 또한 만만찮은 막장인 거 같기도 해요(콜록).
2008/12/14 11:11
kingpanda X
난 (정신 나간) 전업주부들을 문제의 주범 내지는 적어도 공범으로 생각하는터라, 사회적인 불편부당한 대우의 희생양으로 봐줄만한 연민은 없네. 인간관계의 기본도 제대로 안 지킬 정도가 되어버린 건 그네들 스스로의 선택일테니...
2008/12/15 13:42
misha X
물론 저도 다른 엄마들을 따돌리고 끼리끼리 뭉치는 엄마들에 대해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엄마들이 모두 전업주부인 것도 아니고, 직장맘 중에도 분명 전업주부들을 싫어하고 외면하려 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그건 그 사람이 전업주부이거나 직장맘이어서가 아니라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기 때문일 테죠. 그리고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공교육이 왜곡되어 있는 부분이 너무나 크고 깊기 때문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끝이 없는 경쟁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것부터가 너무나 힘든 일이니까요. 엄연히 사회구조적인 부조리함이 존재하는데 그걸 사람들(전업주부건, 직장맘이건, 아이들의 아빠이건 간에)에게만 원인을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2008/12/16 10:08

아트걸 R X
트랙백에 답방을 이제야 왔습니다.

위에 덧글 다신 kingpanda님께 약간 반론을 제기하자면요.
저도 인간관계의 기본을 안 지키는 엄따현상에 대해서 비판하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게 된 장본인이긴 하지만, 일단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고 봅니다.
친정언니가 미국에 잠깐 가 있어서 아는데, 그쪽은 행정적인 일, 학교의 일을 부모한테 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또한 선생님이 잡무에 시달리지도 않고요.
급식을 엄마가 한다던지, 학교 청소를 엄마가 한다던지...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죠.
물론 그쪽에도 어머니회 성격의 PTA 등의 모임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하던지 말던지 철저하게 개개인의 선택에 따른다고 합니다. 당연히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 받을 이유가 없고요.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에서 엄마들한테 노동이나 금전을 요구하는 건 아주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결국은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근본 원인인 것이지, 전업주부가 문제의 주범이라고 몰아세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장에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 세태가 많이 바뀌었지요. 예전이야 맞벌이 엄마의 숫자가 적어서 전업주부 엄마들끼리 대충 돌아가며 할 수 있었겠지만...요즘은 숫적으로도 거의 반반이고요.

그리고 전업주부가 자식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간주하고 자신을 잃어버린다...고 보시는 시각도, 약간은 어폐가 있다고 보는데요.
물론 그런 경우가 있긴 하겠지만, '허다하다'라고 보는 건 아이 열심히 키우시는 분들께 너무 심한 공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저의 경우는 아이를 열심히 키우려고 전업주부를 선택한 케이스거든요. 아이가 성공을 하고 말고는 그 본인만의 문제이고 엄마인 제가 매달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집에 있는 엄마로서 자식을 멋진 성인으로 키우는 일은 엄연한 저의 job이라고 생각해요. 밖에서 금전적인 소득을 얻어오는 것도 아닌 이상,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 또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트랙백에 덧글 달러 왔다가 다른 얘기만 하고 가는 꼴인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해석하시는 것 같아서 전업주부 입장에서 부연을 하고 싶었습니다.

misha님께서는 아직 머나먼 일이니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으셔도 괜찮다 생각해요. ^^ 우리의 아이들이 크는 사이에 사회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 더 좋겠고요.
2008/12/15 14:53

kingpanda X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2008/12/16 10:04
misha X
안녕하세요. ^^ 댓글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사실 결혼 전에는 당연히 일을 계속한다는 데 대해서 스스로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었는데(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합니다만;) 막상 결혼해서 임신을 하고 보니 가정과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기 위한 타협선을 정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모유수유만 해도 직장 사정상 육아휴직을 얼마 못 쓸 상황인데 또 직장에서 유축을 할 여건도 되지 않아서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어쩔 수 없이 혼합수유를 해야 하고, 그 외의 다른 소소한 부분들도(천기저귀 사용 같은)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저 혼자 열심히 하면 되는데 아이를 친정어른들이나 다른 곳에 맡겨야 하니 그저 제 희망사항만으로 고집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아마 이런 식의 불가피한 ‘타협점’들이 지금 공교육/사교육의 문제에 대해서 품고 있는 의문과 나름대로의 소신을 흐트러지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 자 적어봤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겠다.’라는 나름대로의 조그만 다짐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
2008/12/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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