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ag Freetalk Guest Admin
20090508 / 이런 부모라 미안해 (10) [일상/자기 전 물 한잔]
1.
아무래도 나는 통증에는 좀 둔한 게 맞는 것 같다. 진통 때도 그랬지만 분명 아프기는 아프고 심할 때는 정말 허리도 못 펼 것 같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또 그렇게 못 참을 정도는 아니고... (어무이 왈 : '이 미련한 것아!!!') 그런데 바꿔 말하면 '내가 아플 정도'면 진짜 심하게 아픈 거라는 거지. -_-;
대상포진 통증이 진통과 비교될 정도라는데 약을 먹어서 그런가 한결 편해지긴 했다. 대신 딸램이 계속 눈에 밟혀서ㅠ_ㅜ 이 와중에 엄마는 어제 챙겨드렸던 앙뽀 젖병(실리콘 재질) 도저히 못 써먹겠다고 다른 젖병 사오라고 버럭하신 후 냅다 전화를 끊으셨다; 닥터브라운 젖병을 사갖고 갈까 했는데 세척이 힘들어서 또 쓰기 어려워하실 것 같다. 마트 젖병 진열대 앞에서 한동안 고민 좀 할 듯. 그나저나 어버이날에 이 무슨 민폐냐... 시집가서도 늘 부모님한테 매달리기만 하니 원. -_-


2.
오늘 병원가서 '아기 만지지 않고 얼굴만 보고 오면 안 될까요?' 하니까 '고런 아이디어 자꾸 내지 말고 집에서 푹 쉬기나 하세요'라고 야단맞았다. OTL 엄마는 애랑 떨어져있으면 그것대로 또 신경을 써서 안 좋을 것 같으니 일단 집에 데려와서 엄마가 함께 있어주면 안 되겠냐고 하시고, 의사는 또 딱지 앉을 때까지는 절대 안 된다고 하고, 모유수유의사회 상담내역 뒤져보면 상처 부위만 잘 가리고 주의하면 데리고 있어도 된다고 하고... 결국 판단은 내가 내려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3.
록소드펜정, 한미알마게이트정, 바이버크림, 발트렉스정 500mg
의사는 약 다 먹고 최소 2~3일, 안전하게는 일주일 있다 직수하라고 하고, 약국에서도 2, 3일을 얘기. 단골 소아과원장님은 4월까지 근 30년 동안 하던 병원 문을 닫고 떠나셔서 가볼 수도 없고; 급한 김에 부산에 모유수유전문가가 있는 소아과에 문의를 했더니만 처방전만 들고 가서 물어볼 거라고 몇 차례 얘길 해도 '모유수유 상담이시네요. 무조건 아기랑 같이 와야 합니다'라는 말만 수 차례 반복하길래 그냥 전화를 끊고 말았다. 푹 쉬라는데 세 시간마다 혹사당하는 내 손목... 결국 부랴부랴 유축기 주문하고 또 다시 낑낑대며 한참동안 젖을 짰다.

사실 치료할 동안 젖 끊으라고 하는 말에 잔뜩 실망해서 돌아와서는 smk군한테 바로 문자를 보냈다. '올 때 맥주 사오삼' OTL 대상포진 원인에 극심한 피로랑 스트레스도 들어간다니까 어차피 애한테 젖도 못 먹이는 거 맥주 한잔이나 하자는 심정으로... 그렇게나 기다렸던 맥주 한잔이건만 역시 마음은 편치 않더라. 후...


4.
루마밍(http://www.ru-moming.com)에 올라오는 글들을 요즘 하나씩 읽고 있다가 객원 필자 모집 안내 글을 읽고 나도 한번 신청해볼까 아주 잠시 생각하다가 관뒀다. 게으름 때문에 하라고 멍석깔면 절대 못 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밀린 업뎃도 안 하고 이제 2개월 조금 넘게 키워놓고(그것도 2주는 신생아실 간호사들이, 어무이가 그 나머지 반을 키웠지;) 무슨 육아 관련 글을-_-; 그나저나 업뎃하려고 틈틈이 메모해뒀던 수첩을 어디 뒀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한때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하고 근거없는 자신감이긴 했지만) '정 안 되면 나는 글로 먹고 살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대체 뭘 믿고????). 사실 내가 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일 중에서 그나마 가장 잘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름대로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글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내 자신에게 떳떳하고 올곧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조금씩 커져만 간다(아마 예전에 빨간그림자 님이 언급하신 '부담스러워한다는 느낌'이 아마 여기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나의 글은, -그것이 감상이든 생활하면서 느낀 단상이든 간에- 읽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할 만큼인가? 모든 글은, 일단 그것이 나 이외의 사람에게 보여질 때에는 더 이상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 힘들지 않은가.

그러니까 요지는... 감상글 업뎃을 한참동안 안 해서 찜찜하긴 한데 또 쓰자니 쉽게 글발이 안 오른다는 거다; 크흑;;


5.
문득 [현복이의 일기]를 썼던 신현복 씨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렇게나 소박하고 담담하게 속내를 써내려갔던 그 사람은 지금도 그런 글을 쓰고 있을까.

more..






2009/05/08 17:01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10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 http://mishaa.org/tts/home/trackback/733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9/05/08 22:04

misha X
조언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여름엔 뭘로 싸줘야 하나 고민했더랬어요. 앞으로도 이런 단비같은 정보 많이 부탁드립니다.
그렇잖아도 종일 손으로 짜고 있자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싶어 급하게 유축기 검색하면서 보건소에도 문의를 했더니만 메델라를 총 9대 보유하고는 있는데 다 대여중이라네요. 대기자 명단에 이름 올려도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모르겠다고-_-; 그냥 맘 접고 다시 겁색질하다가 결국 메*라 스윙 주문했습니다. 양쪽 동시 유축이 아니라 조금 아쉽지만, 오른쪽이 왼쪽 젖량의 1/3이니 유축시간도 1/3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과연 이게 좋아할 일인가;)
이 시간에도 일어나 손으로 젖 짜고 있자니 마치 후배들한테 젖소 젖 짜는 시범보이던 [닥터 스쿠르]의 찬우가 된 기분입니다요. 으하하;;
2009/05/09 02:57

약토끼 R X
대상포진!;;;;;;;

...기린이 만지지 마!!!
2009/05/11 02:49

misha X
다행히 딱지가 앉기 시작해서 일요일 낮에 기린이 데려왔어요. :-)
2009/05/11 18:27

Hue R X
우연히 루마밍 링크를 확인하고 구경하다가 갑니다; ㅎㅎㅎ
에디터 지원하셔도 손색이 없겠는걸요! ^^
2009/05/12 14:57

misha X
감사합니다. 하지만 위에도 썼다시피 멍석깔면 도망가고 또 내공도 부족하여...루마밍에 올라오는 글들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
2009/05/14 02:33

Ritz R X
misha님의 이런 부모.. 시리즈는 언제나 너무 재미있어요. : )
안그래도 아프시다길래 쾌차하시라고 댓글을 남겼...다고 생각했는데 꿈이라도 꿨나봅니다. -_-;;; 한참 젖량이 많을 때라 짜내는 걸로 힘드셨을텐데 젖이 불어 고생하셨겠어요. 에구..; 많이 나아지셔서 기린이도 데려오셨다니 다행이예요.

ps. 닥터스쿠르의 찬우 이야기를 하시니 저는 수술실에 누워서 하반신마취만 한 상태로 뭔가 수술 경과와 마무리하는 의사들의 잡담을 고스란히 다 듣고 있자니 이것이 맹장수술로 수술대에 누웠던 태영선배의 기분이었을까, 라고 생각했더랬군요. ^^;;
2009/05/13 01:03

misha X
처음엔 시리즈로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 나중에 기린이가, 그리고 기린이 동생이 자라서 엄마 아빠가 요렇게나 이상한 사람들...아, 이게 아니라-_- 여튼간에 조금이나마 더 즐겁고 여유롭게 너희들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이긴 한 거겠죠, 아마도;)했단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해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좀더 해피하게!

다행히 아픈 건 거의 다 나았고요, 신경통 등의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치료를 더 하긴 해야 하는데 일단 젖을 먹여야 해서 치료는 이제 끝내기로 했어요. 하지만 찜찜해서 젖은 한동안 더 짜내야 할 듯; 유축기 쓰니까 첨엔 편했는데 역시 피부가 시달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에너지도 두배로 드는 것 같아요 흑흑; ㅠ_ㅜ
2009/05/14 02:38

다소 R X
지금은 조금 괜찮으시다니 다행이에요.
대상포진 그게,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르는 고통이라던데.ㅠㅠ
요즘 수족구병인가 뭐시긴가 그런것도 유행한다고 하고...생리대에는 벌레 나오고, 신종 인플루엔자는 아직 활개치고, 멜라민도 아직 유효하고...세상 참 드럽지요잉~? -_-;;;;
아무튼 흐헤, misha님 부모 시리즈는 저도 역시 잼납니다.
그리고 기린이.... 인물 나고 있어요. 꺅. 우쭈쭈~
2009/05/17 21:50

misha X
제법 아프더군요; 그래도 평소에 건강관리 잘 하고 하면 평생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병이니까 다소 님도 몸관리 잘 하셔요~
2009/05/18 12:53

«   2010/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전체 (751)
공지를 읽어주세요 (3)
일상 (491)
창고 (183)
끄적끄적 (32)
바람의 나라 (42)

이 얘기 알아? 한밤중에……...
다소공간多笑空間-2009
러버스 키스 - 후지이 토모아키
Jini's home-2009
호텔 아프리카
Jini's home-2009
20대 여성의 일상을 다룬 만화들
일다의 블로그 소통-2009
심플한 40문답
소루쟁이 풀밭-2008

궁금하면 물어보세요

since 20001223
misha's WareHouse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Ritz
Powered by Tattertools, Eolin

web stats
Lilypie Second Birthday tick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