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기적'인지 '백일의 기절'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으나 일단 잘 때 손가락을 쭉쭉 빨며 혼자 잠드는 경우가 잦아졌고 이제는 엄마를 알아보는지 아빠나 할머니 품에 안겨 있어도 내가 움직이면 나를 바라보려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눈동자를 굴린다(그러나 '엄마'라고 인식을 하는 건지 '맘마'라고 인식을 하는 건지는 아직 미지수...).
수면 잘 때는 안아서 재워버릇하지 않지만 대신 평소 때는 자주 안아주고 부비부비를 하곤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 졸릴 때는 그냥 눕혀줘야 쉽게 잠이 들곤 한다. 그러나 만약 그 타이밍을 놓치면 결국 울고불고해서 안고 한참 달래서 재워야 하는데 문제는 선 채로 안아 달래줘야지 앉은 채로 안아서 달래주면 버럭질을 한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싶어서 살짝 앉을라치면 아직 눕힌 것도 아닌데 귀신같이 알고 앵앵앵앵앵-_- 그리고 졸릴 때 누워 있으면 그대로 혼자 손가락을 빨며 잠들려고 하는데 안겨 있을 때 졸음이 오면 결국 안아서 재워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다; 요는 타이밍을 잘 보고 좀 이르다 싶을 때 그냥 뉘여놓고 같이 좀 놀다가 혼자 안정적으로 손가락을 빨기 시작하면 궁디팡팡 살짝 좀 해주고 가만히 놔두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패턴. 낮잠은 여전히 길게 자봐야 40분 남짓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시어른들 오실 때면 접대모드로 돌변해서 두 시간씩 내리 낮잠을 자는 바람에 엄마 아빠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있다-_-
버릇 손가락 빠는 건 억지로 못하게 말릴 생각은 아직 없는데 한번씩 제 주먹을 통째로 입안에 우겨넣으려고 한다든가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을 입안에 다 집어넣다가 켁켁거리는 일이 잦아서 조금 걱정이다. 그렇다고 공갈은 물릴 생각이 없고 몇 번 물려는 봤는데 서너 번 쭉쭉 빨다가 살며시 뱉어내고는 다시 자기 손가락에 열중하는 딸램... 내가 뭐 못 해준 게 있나, 혹시 벌써 애정결핍인가 싶다가도 마주보고 웃으면 좋다고 나부대는 걸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고-_-;
수유 및 기타 대상포진 치료 때문에 열흘 정도 젖을 끊었다가 다시 물렸는데 역시 나와 smk군의 딸램답게; 별 헤매는 일 없이 바로 답삭 물고 그동안 못 먹어 서러웠다는 듯 힘차게 쭉쭉 빨아댔다. 어른들은 젖병 물던 녀석이 엄마 젖 다시 쉽게 물려고 할지 어떨지 걱정하셨는데 일단 맛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던 것이 분유보다 내 젖이 단 맛이 더 강했기 때문. 그리고 안 먹겠다고 버티면 먹을 때까지 물리는 수밖에 별 수 있남; 무엇보다 새벽녘 비몽사몽간에 분유 탈 일 없이 그냥 데구르르 굴러가 옆에 끼고 바로 젖 물리면 되니 비바 모유 만세ㅠ_ㅜ 분유 먹을 동안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응아 색깔도 노오란 황금빛으로 돌아왔고 무엇보다 트림하다가 먹은 걸 살짝 올려서 옷자락이 젖어도 하루 정도는 그냥 입혀놔도 냄새가 별로 안 난다는 게 좋다. 분유 먹을 때는 조금만 젖어도 그 묘한 (인공적인) 냄새가 어찌나 거슬리는지...; 죽 젖만 먹다가 갑자기 분유를 먹게 되니 그 차이를 더욱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댁/친정식구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백설기랑 수수팥떡도 나누는 등 백일기념 가족행사는 간단하게나마 치렀다. 진짜 백일인 어제 집에서 사진 좀 몇 장 찍어보려고 했는데 때마침 얼굴에 거하게 생채기를 여러 군데 내놓은 데다가 과식했는지 몇 번 깩깩 올린 것을 처리하고 옷 갈아입히고 또 빨래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저녁-_- 어차피 2주 뒤에 백일사진 찍으러 갈 테니까 그때까지 손톱이나 열심히 깎아주마 딸램...
2009. 5. 20. 여전히 푸우와 그 친구들은 인기만점
차가 움직이면 가만 있고 정지하면 앵앵거리고-_-;
2009. 5. 31. 나 불렀어요?
백일까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기린아. 앞으로도 그저 아픈 데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렴.
꼬리>가족들끼리 식사하러 간 식당에서 기린이가 잠투정을 하는 바람에 엄마와 시어머님이 번갈아 아이를 안고 이리저리 다니시다가 마침 옆방에서도 백일기념 식사를 하러 온 가족들이 있는 걸 봤다. 그집 아기도 잠투정하느라고 할아버지가 안고 달래는 중이었는데 아기 엄마 얼굴이 낯익다 했더니만 같은 병원/조리원에 있던 산모; 잠시 인사하고 아기 얼굴도 한번 보고 다시 식구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는데 시어머님의 말씀-'그 집 아 이름은 준상이란다.' 그래서 동생이 한 마디 했다. '우리는 [가을동화]고 그 집은 [겨울연가]네.' 끄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