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선배님 [일상/보고, 듣고, 느끼다]아트걸 님 블로그에서 글을 읽다가 11년 대학 후배가 전화 와서는 ‘~씨 되시죠?’라고 하더라는 대목에 눈길이 머물렀다. 후, 11년이라…. 내가 1학년 때 창립기 선배님들 뻘 되는 거 아닌가. 11년 선배님께 전화를 걸면서 ‘~씨’라니; 참 씁쓸한 일이다. 그런데 사실 나도 그런 전화를 받은 적 있다. 그리 오래 된 일도 아니다. 바로 올 2월 초니까. 2월 첫주 토요일이 졸송인가 뭐 그랬던 거 같은데 졸송 연락 겸 주소록 갱신 겸 해서 겸사겸사 전화를 한 것이 졸송 직전의 수요일인가 목요일인가 그랬다. 굳이 따지고 들자면 여기서부터 ‘삐~!!’가 되어야겠지만 통화내용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었다. -여보세요.
=신*민 씨 핸드폰이죠? -네, 그런데요(여기서 살짝 의심 시작. ~씨라고 나를 호칭할 정도로 나이가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절대 아니었으므로). =안녕하세요, 에이하튼데요. 이번 주 토요일에 졸송이 있어서 어쩌고(무조건 얘기 시작). -저기요-_-+ 잠깐만요. =(그러나 내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 듯 계속 얘기) -잠깐만요!!! -_-+++ 대략 상황은 요러했다; 정말 어찌나 당황스러운지. ‘이 녀석들, 혹시 1, 2기 선배님들께도 전화해서 ~씨 핸드폰이죠? 이러는 거 아냐???’ 평소에 안면이 있는 후배였다면 아마 따끔하게 얘기했을 것이다(13, 14기 녀석들이 그랬다면 목을 쥐고 짤짤 흔들었을 게다-_-). 그러나 전화한 후배에게 있어서 나는 10기 주소록에 기재된 생판 낯선 사람 중 한명에 불과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연찮게 10기 연락을 배정받아서 전화를 돌리게 된 것이지 그 일이 끝나면 전혀 관심을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야단맞아봤자 기분만 나빠지고 나머지 연락을 돌릴 의욕도 떨어질 뿐 뭐 하나 좋을 것이 하나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때 난 예정일 보름 남짓 앞둔 만삭이었단 말이지; 그렇게 말을 끊고 일단 전화 건 당신이 누구인지, 에이하트라고 했으면 몇 기 누구인지부터 밝히고 용건을 말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좋게 일렀다(정말이다! 너무나 부드럽게 얘기했다구-_-).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몇 기 누구라고 얘기하는 후배님. 지적을 하자면 호칭 문제부터 시작해서 사나흘 남은 졸송을 이제야 전화연락 돌려도 되는 것인지, 전화할 때 자기 기수도 밝히지 않고 다짜고짜 본인 용건만 얘기해도 되는 것인지 등등을 조목조목 짚었어야 했겠지만 그 상황에서는 다 소용없는 일이고, 나도 해봐서 알지만 얼굴도 모르는 선배님들께 갑작스레 전화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아마 이 다음에 바로 smk군한테 전화를 할 것 같은데(순서대로 하면 나 다음이 바로 smk군 이름이니까) 그 친구는 나랑 같이 살고 있고 우리 둘 다 졸송에는 참석할 수 없으니 그 친구한테는 전화할 필요가 없다고 친절하게-_- 얘기해줬다. 어떻게 보면 후배들이 까마득한 선배들한테 난생처음 전화를 하면서 겪게 되는 흔한 시행착오일 뿐이다. 낯선 사람한테 전화해서 새삼 후배랍시고 연락처와 주소 등등을 묻는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니까. 그러나 끝까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역시 ‘~씨 되시죠?’ 바로 요 부분이었다. 전화하는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다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10기 선배라는 것은 알고 전화하는 게 아닌가. ‘~씨’와 ‘~선배님’의 차이를 굳이 설명해줘야 한다면, 그런 것이 세대차라면 내 상식선에서는 상당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전화받는 선배는 후배들에 대해, 그리고 지금의 동아리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도 다분하다. 이제라도 후배들이 더 이상 선배들에게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후배들이 19기 이하 후배들에게 차근차근 알려주면 고맙겠다. 내가 하면 안 되냐고? 이 누님은 딸램 키우고 세계평화를 걱정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단다. -_-;
2009/07/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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