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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쉬(FRESH)-내가 새내기였을 때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
지은이: 김진
출판사: 대원씨아이
권수: 2권 (1997~연재 중단)


처음 김진의(편의상 존칭은 생략. 죄송합니다 별님. T.T) 『FRESH』를 읽은 것은 내가 고 3때였다. 수험생들이라면 누구나 지칠 법한 시기에, 대학에 대한 약간의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그런 때. '대학에 가면 이렇게 이렇게 할거야' 라든가, '대학에 가면 해결될 거야' 라는 식으로. '대학'이라는 일종의 통과의례(적어도 나는 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치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로, 도피할 수 있는 곳으로, 안정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고3 때 내가 『FRESH』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약간의 분함이랄까, 뭐 그런 감정들이었다. 참고로 나는 김진을 거의 신봉할 정도로 그분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FRESH』를 보고서는 솔직히 감정이입이라든가 공감이 가질 않았다. '외로움, 그게 대체 뭐 어떻다고. 우린 낼도 또 모의고산데―'라는 생각에 왠지 씁쓸한 기분을 느꼈을 뿐이었다.

현수와 12345(;;;)그러나 대학교 2학년이 되어 다시 읽는 『FRESH』는. 눈물이 날 만큼이나 새롭게 내게 와 닿았다.(그렇다, 이 글은 작년에 썼던 글이다!! ;;;) 새내기만이 느낄 수 있는 불안정과,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듯한 그런 느낌. 분명히 나는 이 학교의 학생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 어디에도 내가 있을 곳을 찾지 못한 채 부초처럼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그런 느낌 말이다. 사각진 공간에서, 그 밖은 무척이나 밝을 것이라고 기대했고, 또 그렇게 믿어야만 견딜 수 있었던 그 좁은 공간에서 나와서 본 그 '밖'은 또 다른 좁은 공간이었던 것이다. 단지 구획이 틀려지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이 부대낀다는 차이점을 제외하고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는 싶지만 이제는 '성인'이란 생각에 쉽사리 손을 내밀지도 못하고, 동기들에게도 얘기할 수 없다. 그들도 같은 새내기―같은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고 고등학교 때의 친한 친구들에게 얘기를 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같은 학교라도 과가 틀리면 각 과의 분위기에 적응하는 문제로 만나기가 힘들어지고 다른 학교라면 그 갭은 더욱 커지게 된다.

'나현수, 너는 네 친구들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애야.'
'나는 내가 속한 과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친구들이었다. 늘...'

(주인공 현수의 독백 중에서)

자기가 가고 싶은 과에 가기보다 성적에 맞춰서, 혹은 친구가 가니까 같이, 라는 식으로 선택하게 된 대학, 그리고 과. 그러나 새내기들은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된다. 대학이란 시스템은 새내기들에게 자유라는 이름 아래 결단과 책임을 강요한다. '무얼 해도 좋다. 그러나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만 한다. 그럴 용기가 있다면―해도 좋다. 그것이 너희들이 그토록 바라던 자유다.' 라는 무언의 기득권층의 압력. 이제는 그들 스스로가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사고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같이 다니던 '무리' 라는 개념은 점점 희박해져 간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는 좀더 심한 편이다.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어.' '같이 도서관 갈 사람이 없어' '같이…할 사람이 없어'

동기 중 한 명이 술자리에서 말하길, 대학에 와서 적응이 안되었던 것 중 하나가 무의식 중에 같이 집에 갈 사람을 찾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는 등, 하교 때 항상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다녔던 생활이 이젠 철저히 혼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FRESH』는 새내기들이 느끼는 이런 감정들(나중에 되돌아보면 그저 쓴웃음만 나오는 그런 것들)을 아주 단편적인 것들에서 이끌어낸다. 친한 친구가 C.C가 되자 느끼는 일종의 부러움+배신감. 호감 가는 선배에게서 느끼는 외경심과 열등감. 막연히 꿈꾸는 사랑과 자유. 해결할 수 있길 바라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야' 라고 중얼거리면서 묻어두게 되는 감정의 조각들. 그러면서 모두들 시간이 지나면, 그리고 다시 되돌아보면 그 때보다 조금 더 커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FRESH』는 주인공 현수가 조금씩 커가는, 그리고 자신의 설 자리를 마련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또한 우리들 자신이 설 자리도 함께.


2000.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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