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이, 12개월 [일상/기린이 이야기]첫돌인 22일 저녁, 기린이는 엄마와 외할머니 앞에서 세 발짝씩, 그리고 잠시 후에 또 세 발짝씩 걸음마를 떼며 가족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 다음날도 오전에 1시간 반, 오후에 2시간 낮잠과 함께 모유도 이유식도 잘 먹고 간식으로 단호박과 귤도 납죽납죽 잘 받아먹고 밤잠도 저녁 8시에 곯아떨어지는 등 100점짜리 아가라는 찬사를 받았으나 우리 딸램 버릇이 어디 갈 리가 있나... 다음날부터 가차없이 하락하는 점수;; 결국 금요일에는 온 가족들이 진저리를 내며 빨리 데리고 가라는 무언의 압력을 온몸으로 견뎌내야만 했다(그러나 난 그날 회식이었을 뿐이고;).
때마침 물 건너 사는 gene냥 이모는 기린이 첫 생일인데 뭘 해줬음 좋겠냐고 물어왔고, 염치따위는 애저녁에 갖다버린 애엄마인 나는 기린이 출퇴근할 때 입는 놀이복이 한벌밖에 없다고 새 놀이복 바지를 떠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뜨개질이 얼마나 잔손많이 가고 성가신데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런 걸 부탁하면 어쩌냐고 친정엄마는 나무라셨지만, 막상 gene냥의 솜씨를 보고는 기왕 떠달라고 할 거였으면 원피스로 하지 그랬냐고;; (아이고 엄마;;) 엄마 : 어쩜 이렇게 솜씨가 좋을까~ 친구 애한테도 이리 귀여운 걸 해주는데 지 아 낳으면 얼마나 예쁘게 해 입히겠노~ 이쯤에서 인증샷~ ![]() 지금 딱 맞는 곰돌이 모자와 조금은 낙낙한 스누피 티셔츠~ (역시나 이 직후 모자 벗어던짐;;) ![]() 색깔이 정말 곱고 세련됐다고 엄마 아부지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에 칭찬을 거듭한, 그러나 역시 딱 맞는; 바지~ 수면 낮잠 불량한 거야 여전하고, 밤잠은 저녁 7시 반~8시면 확실히 졸려한다. 이때 온 집안 불을 다 끄고 젖을 물리거나 같이 누워 토닥거리면 한 시간 안에는 잠이 든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이라도 안 자고 있으면 같이 놀려고 잠이 오는데도 뽈뽈거리며 기어나온다; 새벽녘에도 여전히 한번씩 잘 깨고 있다; 인형도 꾸준히 옆에 같이 뉘어주고는 있지만 기린이는 엄마 팔이 아니면 다 귀찮을 뿐이고-_- 이불도 덮어주면 갑갑한지 10초도 안 되어서 냅다 다 차내버린다. 뒹굴다가 내복이 말려올라가 배가 드러나는 게 신경이 쓰여서 슬리핑가운을 사서 입혀봤지만 역시나 버럭질. 대체 저 성질머리는 누굴 닮았을꼬(...). 게다가 잘 때 몸부림은 얼마나 과격한지... 매일 밤마다 나는 기린이의 니킥과 하이킥에 온몸을 가격당하고 있다. 뜨끈한 바닥에 온몸 지지면서 자는 걸 포기하는 것만도 서러운데...흑흑;; 수유 및 이유식 22일 이후로 사무실에서는 유축을 하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한번씩만 하고 있다. 아직 유축한 모유가 조금 남아있지만 아마 1주일 뒤부터는 분유나 생우유를 먹여야 할 듯. 그러나 젖을 떼야지하고 마음먹으니 오히려 더 젖을 찾는다. 저녁에 유축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으면 헤헤거리며 기어와서는 지가 먼저 내 옷을 잡아당기고 젖을 찾아 앙 문다. 그때의 그 행복한 표정이라니... 간식으로는 귤이나 사과, 삶은 감자와 단호박 등을 주는데 특히 과일을 아주 좋아한다. 귤은 제법 신 것도 잘 받아먹고 딸기는 씨 부분을 다 도려내고 안의 과육부분만 주는데 역시나 잘 받아먹는다. 딸기를 봤는데 안 주고 어른들만 먹고 있으면 심통이 아주 대단하다. 문제는 이유식. 이 녀석은 의외로 입이 짧은 편이다. 배고프면 잘 먹지만, 일단 고픈 배를 조금 채웠다 싶으면 금방 장난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뽈뽈거리며 기어가서는 헤작질을 하려고 한다. 애초부터 부스터로 버릇을 들였으면 나았을까 싶지만, 나와 smk군이 직접 기린이를 돌본 게 아니라 친정어른들이 그 나름의 경험과 방식으로 아이를 돌보다보니 아무래도 기린이의 고집이나 버릇을 다 받아주시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기린이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떠먹이신다는 뜻이다(...). 아직 너무 어린 아가이고, 일단은 먹이는 게 최우선이라는 친정엄마 말씀도 맞는 말이지만 벌써부터 지 마음에 안 들면 배째고 드러눕기 신공을 펼치는 기린이를 어르고 달래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진을 빼는 친정엄마를 보는 내 마음도 과히 편치 않다. smk군 같으면 과감하게 '싫으면 관두셈'하면서 다 치웠을 테지만;; 오늘도 한 열 숟갈 받아먹고는 거실의 서랍이란 서랍은 죄다 열려는 녀석 뒤를 쫓아다니면서 몇 번이나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친정엄마는 지금 당장은 안 먹는 것 같아도 계속 먹이면 밥도 간식도 다 잘 먹더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지만 어제 오늘 연이어 GG를 치고 한참을 나부대는 녀석 옆에 뻗어 드러누워 내일은 꼭 성공해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멍하니 있었다. 과연...-_-;; 버릇 갑갑한 걸 워낙 싫어해서 양말, 모자는 죄다 벗어던진다. 그나마 밖에 나갈 때는 그런대로 견디는 편인데 집에만 들어오면 제일 먼저 양말부터 벗어던지느라 정신이 없다. 요즘은 밖에 나가는 것에 흥미를 느꼈는지 베란다에 내다놓은 유모차를 가리키거나 아기띠를 질질 끌고 와서 나가자고 어필함. 집 전화, 할아버지 엄마 아빠 휴대폰은 완전 지 장난감이고,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려있는 지 사진을 보면 '아, 아~' 하면서 좋아한다(TV에서 다른 아기들이 나와도 '아~' 하고 외친다. 지도 아면서...). 컴퓨터 끄고 켜는 것도 완전 지 마음대로. 오늘 하루만 해도 계속 파워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윈도우 안전모드 부팅화면을 몇 번이나 봤는지... 친정엄마나 나, smk군은 기린이한테 가급적 TV를 안 보여주는 편이고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문제는 친정아부지... 외할아버지 방학 동안 기린이는 TV 리모콘의 사용법을 마스터하고 TV 본체의 전원스위치를 누르면 리모콘을 아무리 눌러도 TV가 켜지지 않는다는 것까지 눈치채서 예의 그 '배째고 드러눕기 신공'으로 결국은 TV를 켜게 만들고 있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애 버릇 다 버려놨다고 원망이 대단하지만 내일 모레면 아부지 출근하시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_- 빠이빠이, 박수, 흉내내기, 과자 있는 곳은 귀신같이 눈치채서 달라고 떼쓰기, 귤 으깨고 뭉개기, 처음 본 물건은 득달같이 달려들기. 지 밥숟가락을 집어던지며 난동을 부릴 때 단호하게 야단을 치며 벌떡 일어서면 갑자기 실실 눈치를 보는 걸 보면 완전 메구*가 따로 없다. 그러나 여전히 엄마는 지 필요할 때만 부르고 다른 말은 별로 안 한다. 걸음마도 첫돌에 세 발짝 이후로는 무조건 기어서, 혹은 뭔가를 짚고서 이동함. 12개월 현재 몸무게는 옷 입고 10kg, 키는 76~77cm 정도. *메구 : 경상도 사투리로 여우. 눈치가 빤하다는 뜻. 2010/02/2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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