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과 마요네즈(南瓜とマヨネ-ズ)-이런 것도, 행복일지도 몰라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지은이: 난난 키리코(魚喃キリコ)
출판사: 寶島社/닉스미디어 권수: 전1권(1999) *일본 祥傳社에서 2004년 2월에 새로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일상이란 어떤 것일까. 같은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같은 욕실을 쓰고, 같은 치약을 눌러쓰며 같은 수건에 얼굴을 부비며 서로의 체취에 익숙해져 가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크게 변할 것 없는 하루하루. 그날의 저녁거리를 걱정하며 잠시 미간을 찌푸리다가 대충 손에 집히는 것들을 골라 요리를 하는 그런 나날들. 하지만 그럴듯한 프로포즈와 멋진 예식으로 시작된 '일상'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서로가 곁에 있게 된 상황이라면. 굳은 언약과 맹세로 시작한 일상이 아니라 그 누구가 먼저랄 것 없이 옆의 빈 자리에 자리하게 된 생활은 과연 어디까지 진실되고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던져주고도 모자라 매달리기까지 하는 그런 감정의 파고(波高)에 휩쓸리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정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새 서로에게 익숙해져있는 사랑도 있을 것이다. 그 어느 것이 옳은 것이라고,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인공 츠치다는 옛 연인 하기오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그를 그리워한다. 돈을 갖다주고,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가 지우고, 계속해서 다른 여자들을 만나는 그 때문에 상처받았으면서도 우연히 만난 하기오에게 가슴설레어 한다. 믿음을 주었지만 배신당했고, 사랑을 주었지만 상처만 되돌려 받았는데도 아직도 애틋함이 남아있는 걸까. 아마도 츠치다는 사랑인지 일상인지 모호한 세이와의 생활에서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생활'이 되어버린 지금을 벗어나, 혼자만의 희생을 강요당하면서도 그것을 사랑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과거의 추억 속으로. 세이는 내 히스테리를 나만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나 아닌 타인과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 그 안에서 오가는 감정의 흐름. 어느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줄 수만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사실을 깨닫는데 긴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조그만 것 하나를 두고서도 서로의 생각을 묻고 상대방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라며 새삼스런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일. 그런 것이 바로 '일상'에서 발견하고 느끼는 자그마한 행복이 아닐까. 우리들의 이 흔해빠진 일상은 실은 아주 망가지기 쉬워서 끝내 잃어버리지 않는 건 기적이다. 처음 시작은 불같이 격정적인 감정의 격류였다 할지라도 결국 우리는 긴 시간을 함께 호흡하기를 원한다. 같은 것을 보고 함께 웃음짓고 눈물흘리는 그런 것. 굴곡없는 매일매일이기에 그 소중함을 너무나도 쉽게 생각하고,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행복을 잃고 나서야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스크린톤의 효과에 의지하지 않고 기교 역시 부리지 않는, 손맛이 살아있는 담백한 그림 속에 녹아나 있는 일상들. 베란다에 나란히 널려있는 두 사람의 옷가지와 약간 어질러져 있는 생활의 흔적들. 어쩌면, 사랑하는 이들이 꿈꾸는 그네들의 생활 역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싸우고 그때문에 상처받기도 하며 다소 먼길을 돌아가겠지만 가끔 가다 서로를 처음 만났을 때, 불현듯 서로에게 끌렸던 그 언젠가를 떠올리며 몰래 미소지으면서. 그런 것도, 행복이라면 행복이겠지. 2004. 5. 7. 2005/11/2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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