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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제(大人の問題)-언젠가는 나도 이해할 날이 오겠지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
지은이: 이마 이치코(今市子)
출판사: 시공사
권수: 전1권


‘내가 5살 때 게이임을 자각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원만하게 합의이혼을 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작품 첫 장에서부터 말 그대로 ‘어른의 문제(유전적 요인에서부터 바이러스 감염에 이르기까지)’로 어릴 때부터 고민해와야 했던 순진한 청년의 좌충우돌 성장보고서이다. ‘게이가 뭐야? 가르쳐줘~’라고 식당 안에서 소리를 높이며 어머니를 졸라대던 아이는 아버지의 연인을 만나고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며 도와주려는 청년으로 성장한다. 아들을 위해,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꽃다운 2,30대를 희생해야만 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연인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어머니. 동생의 선의의 거짓말로 결혼에 골인하게 된 누나. 늦게나마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지금껏 자신이 쌓아온 것을 포기하는 형.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단행본 한 권에 알차게 들어가 있는 이 만화, 『어른의 문제』.

…라고 물 흐르듯이 쓰고는 싶지만, 솔직히 말해야겠다. 『어른의 문제』에 나오는 가족들은 한마디로 ‘콩가루 가족’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세상의 어떤 아들과 어머니가 남편의 새 연인, 그것도 아들과 몇 살 차이나지도 않는 동성(同性)의 연인을 만나러 간다는 말인가? ‘우린 아마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모자지간일 거야.’라고 중얼거리는 나오토, 그가 20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원형탈모증까지 겪어가며 고민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어른의 문제』에 나오는 가족의 형태는 어쩌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뒤늦게 깨닫고 그것을 가족에게 고백하는 용기, 그 고백을 받아들인 연후에도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아내, 아버지의 동성 연인과 대화하며 그간의 선입견을 스스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아들…. 혈연에 얽매여 아버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들, 아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편, 아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모가 아니라 한 인격체가 한 인격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나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에서 우러나온 행동과 열린 마음은 고로, 나오토, 유지, 유미코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다시 풀어 신뢰로 매듭짓게 하는 원동력이며, 이는 다시 에비 가의 사람들을 자극하여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또 다른 힘이 된다.

『어른의 문제』가 지닌 미덕은 바로 이것이다. ―더없이 심각한 주제, ‘어른의 문제’를 재치있게, 코믹하게 풀어냈다는 것. 아직까지 동성애라는 것이 터부시되는 사회에서 나이 40을 훌쩍 넘은 남성의 커밍아웃이란 그의 지인들에게 있어서는 실로 리히터 8.0의 대강진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만약 내 주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름대로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애써 자위하는 나는 과연 지인의 커밍아웃 앞에서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의 나날을 격려하고 축복해줄 수 있을까? 그러나 갑작스런 남편의 커밍아웃을 접한 유미코는 말 그대로 쿨하게 합의이혼을 하지만 정작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것에 대해 이렇다 할 반감은 나타내지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 문제시되는 것은 ‘남편이었던 사람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라는 것. 유미코가 유지에게 가지는 감정은 한때 가장 깊은 관계에 있었지만 이제는 타인이 된 사람을 향한 인간적인 집착일 뿐, 그의 성적 취향과 가치관까지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빠가 계속 내게 의지하는 게 기뻤어’라며 유지와 고로의 관계를 마뜩찮아 하지만 유지와 고로의 사랑을 점차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은 그녀가 ‘어른’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게이가 무슨 뜻인지 알려달라며 떼쓰던 어린 아들에게 ‘어른에게는 이런저런 사정이 있단다’라고 일러주던 어머니 덕분일까. 아들 나오토 역시 아버지 유지와 고로의 관계를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어느새 어머니 유미코처럼 어른인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들이 정체되지 않고 급류를 타는 것처럼 빠르게 전개되지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억지로 독자를 납득시키려 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심각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실상 『어른의 문제』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묵직한 소재를 솜씨좋게 포장한 이마 이치코의 발군의 유머 감각이며, 책장을 넘겨가며 한껏 웃음을 터뜨리고 나면 고로와 유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나오토의 그것과 닮아가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어릴 때는 쉬이 용납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꼭꼭 마음을 닫아두었던 어린 시절의 나.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앞에, 옆에, 뒤에 서 있는 이들의 이런저런 사정을 알게 되면서 그 빗장을 하나씩 열어가게 된다. 빗장이 풀릴수록 치기어린 옛날의 나를 내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관문과도 같은 것. 그러나 그 문을 하나씩 지나다 보면 어느새 어른이 되어 한층 여유롭게 ‘문제’들을 대하고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의 문제』의 나오토처럼 나 아닌 타인의 ‘문제’들까지 감싸안을 수 있는 진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다면, 반드시.

꼬리> 그렇지. 모두에게는 각자의 ‘어른의 문제’가 있는 법. 너무 깊이 알려고 하면 목숨이 위험할지도;


2004.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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