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이, 12개월 [일상/기린이 이야기]첫돌인 22일 저녁, 기린이는 엄마와 외할머니 앞에서 세 발짝씩, 그리고 잠시 후에 또 세 발짝씩 걸음마를 떼며 가족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 다음날도 오전에 1시간 반, 오후에 2시간 낮잠과 함께 모유도 이유식도 잘 먹고 간식으로 단호박과 귤도 납죽납죽 잘 받아먹고 밤잠도 저녁 8시에 곯아떨어지는 등 100점짜리 아가라는 찬사를 받았으나 우리 딸램 버릇이 어디 갈 리가 있나... 다음날부터 가차없이 하락하는 점수;; 결국 금요일에는 온 가족들이 진저리를 내며 빨리 데리고 가라는 무언의 압력을 온몸으로 견뎌내야만 했다(그러나 난 그날 회식이었을 뿐이고;).
때마침 물 건너 사는 gene냥 이모는 기린이 첫 생일인데 뭘 해줬음 좋겠냐고 물어왔고, 염치따위는 애저녁에 갖다버린 애엄마인 나는 기린이 출퇴근할 때 입는 놀이복이 한벌밖에 없다고 새 놀이복 바지를 떠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뜨개질이 얼마나 잔손많이 가고 성가신데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런 걸 부탁하면 어쩌냐고 친정엄마는 나무라셨지만, 막상 gene냥의 솜씨를 보고는 기왕 떠달라고 할 거였으면 원피스로 하지 그랬냐고;; (아이고 엄마;;) 엄마 : 어쩜 이렇게 솜씨가 좋을까~ 친구 애한테도 이리 귀여운 걸 해주는데 지 아 낳으면 얼마나 예쁘게 해 입히겠노~ 이쯤에서 인증샷~ ![]() 지금 딱 맞는 곰돌이 모자와 조금은 낙낙한 스누피 티셔츠~ (역시나 이 직후 모자 벗어던짐;;) ![]() 색깔이 정말 곱고 세련됐다고 엄마 아부지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에 칭찬을 거듭한, 그러나 역시 딱 맞는; 바지~ 수면 낮잠 불량한 거야 여전하고, 밤잠은 저녁 7시 반~8시면 확실히 졸려한다. 이때 온 집안 불을 다 끄고 젖을 물리거나 같이 누워 토닥거리면 한 시간 안에는 잠이 든다. 그러나 누구 한 사람이라도 안 자고 있으면 같이 놀려고 잠이 오는데도 뽈뽈거리며 기어나온다; 새벽녘에도 여전히 한번씩 잘 깨고 있다; 인형도 꾸준히 옆에 같이 뉘어주고는 있지만 기린이는 엄마 팔이 아니면 다 귀찮을 뿐이고-_- 이불도 덮어주면 갑갑한지 10초도 안 되어서 냅다 다 차내버린다. 뒹굴다가 내복이 말려올라가 배가 드러나는 게 신경이 쓰여서 슬리핑가운을 사서 입혀봤지만 역시나 버럭질. 대체 저 성질머리는 누굴 닮았을꼬(...). 게다가 잘 때 몸부림은 얼마나 과격한지... 매일 밤마다 나는 기린이의 니킥과 하이킥에 온몸을 가격당하고 있다. 뜨끈한 바닥에 온몸 지지면서 자는 걸 포기하는 것만도 서러운데...흑흑;; 수유 및 이유식 22일 이후로 사무실에서는 유축을 하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한번씩만 하고 있다. 아직 유축한 모유가 조금 남아있지만 아마 1주일 뒤부터는 분유나 생우유를 먹여야 할 듯. 그러나 젖을 떼야지하고 마음먹으니 오히려 더 젖을 찾는다. 저녁에 유축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으면 헤헤거리며 기어와서는 지가 먼저 내 옷을 잡아당기고 젖을 찾아 앙 문다. 그때의 그 행복한 표정이라니... 간식으로는 귤이나 사과, 삶은 감자와 단호박 등을 주는데 특히 과일을 아주 좋아한다. 귤은 제법 신 것도 잘 받아먹고 딸기는 씨 부분을 다 도려내고 안의 과육부분만 주는데 역시나 잘 받아먹는다. 딸기를 봤는데 안 주고 어른들만 먹고 있으면 심통이 아주 대단하다. 문제는 이유식. 이 녀석은 의외로 입이 짧은 편이다. 배고프면 잘 먹지만, 일단 고픈 배를 조금 채웠다 싶으면 금방 장난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뽈뽈거리며 기어가서는 헤작질을 하려고 한다. 애초부터 부스터로 버릇을 들였으면 나았을까 싶지만, 나와 smk군이 직접 기린이를 돌본 게 아니라 친정어른들이 그 나름의 경험과 방식으로 아이를 돌보다보니 아무래도 기린이의 고집이나 버릇을 다 받아주시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기린이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떠먹이신다는 뜻이다(...). 아직 너무 어린 아가이고, 일단은 먹이는 게 최우선이라는 친정엄마 말씀도 맞는 말이지만 벌써부터 지 마음에 안 들면 배째고 드러눕기 신공을 펼치는 기린이를 어르고 달래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이려고 진을 빼는 친정엄마를 보는 내 마음도 과히 편치 않다. smk군 같으면 과감하게 '싫으면 관두셈'하면서 다 치웠을 테지만;; 오늘도 한 열 숟갈 받아먹고는 거실의 서랍이란 서랍은 죄다 열려는 녀석 뒤를 쫓아다니면서 몇 번이나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친정엄마는 지금 당장은 안 먹는 것 같아도 계속 먹이면 밥도 간식도 다 잘 먹더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지만 어제 오늘 연이어 GG를 치고 한참을 나부대는 녀석 옆에 뻗어 드러누워 내일은 꼭 성공해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멍하니 있었다. 과연...-_-;; 버릇 갑갑한 걸 워낙 싫어해서 양말, 모자는 죄다 벗어던진다. 그나마 밖에 나갈 때는 그런대로 견디는 편인데 집에만 들어오면 제일 먼저 양말부터 벗어던지느라 정신이 없다. 요즘은 밖에 나가는 것에 흥미를 느꼈는지 베란다에 내다놓은 유모차를 가리키거나 아기띠를 질질 끌고 와서 나가자고 어필함. 집 전화, 할아버지 엄마 아빠 휴대폰은 완전 지 장난감이고,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려있는 지 사진을 보면 '아, 아~' 하면서 좋아한다(TV에서 다른 아기들이 나와도 '아~' 하고 외친다. 지도 아면서...). 컴퓨터 끄고 켜는 것도 완전 지 마음대로. 오늘 하루만 해도 계속 파워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윈도우 안전모드 부팅화면을 몇 번이나 봤는지... 친정엄마나 나, smk군은 기린이한테 가급적 TV를 안 보여주는 편이고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문제는 친정아부지... 외할아버지 방학 동안 기린이는 TV 리모콘의 사용법을 마스터하고 TV 본체의 전원스위치를 누르면 리모콘을 아무리 눌러도 TV가 켜지지 않는다는 것까지 눈치채서 예의 그 '배째고 드러눕기 신공'으로 결국은 TV를 켜게 만들고 있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애 버릇 다 버려놨다고 원망이 대단하지만 내일 모레면 아부지 출근하시니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_- 빠이빠이, 박수, 흉내내기, 과자 있는 곳은 귀신같이 눈치채서 달라고 떼쓰기, 귤 으깨고 뭉개기, 처음 본 물건은 득달같이 달려들기. 지 밥숟가락을 집어던지며 난동을 부릴 때 단호하게 야단을 치며 벌떡 일어서면 갑자기 실실 눈치를 보는 걸 보면 완전 메구*가 따로 없다. 그러나 여전히 엄마는 지 필요할 때만 부르고 다른 말은 별로 안 한다. 걸음마도 첫돌에 세 발짝 이후로는 무조건 기어서, 혹은 뭔가를 짚고서 이동함. 12개월 현재 몸무게는 옷 입고 10kg, 키는 76~77cm 정도. *메구 : 경상도 사투리로 여우. 눈치가 빤하다는 뜻. 2010/02/2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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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일상/보고, 듣고, 느끼다]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숨죽이고 옥사나 바이울의 연기를 멍하니 바라만 보았던 그때부터, 피겨를 좋아하게 된 건 어쩌면 오늘의 기쁨을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힘겨움, 어려움, 부담감, 중압감, 괴로움, 서글픔. 보통 사람들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감히 섣부른 위로조차 건네기 힘든 그 모든 것을 딛고 결국 꿈을 이룬 그녀를 바라보기 위해서. 축하해. 지금도, 앞으로도 그저 그 말밖에는. ![]() 2010/02/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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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이, 첫 돌 [일상/기린이 이야기]지난 주말, 기린이 첫 돌을 앞두고 집에서 간단하게 돌상 비스무리한 걸; 차렸다.
처음엔 기왕 집에서 하는 거 전통돌상을 대여해서 좀 그럴 듯하게 차려주려고도 생각했는데 때마침 야근 빵빵 터져주시고-_- 감기도 떨어질 줄 모르고-_- 과일에 무지개떡에 케이크 정도만 차리고 돌잡이 용품은 오픈마켓에서 배송비 포함 만원으로 해결봤다. 그런데 큼직한 조각으로 해달랬던 무지개떡은 죄다 손바닥만한 크기로 낱개포장되어 오는 바람에 조금 난감... 결국 시어머님이 이쑤시개로 서로 고정시켜서 그런대로 구색을 맞춰놓으시긴 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딸램은 왕할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기분이 완전 업되어서는 한참을 설쳐대다가 오후 세 시 정도에 기절하듯 잠들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보통 30분만 자고 발딱 일어나던 녀석이 한 시간이 지나도 일어나질 않는다! 식당 예약은 여섯시인데 오후 네 시가 넘어가도록 코만 도로롱 골아대는 딸램; 아니 왜 이럴 땐 30분만에 안 일어나는 것이야!! ㅠ_ㅜ 기다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기저귀 갈아주는 척 하면서 집적대다가 슬쩍 깨워봤더니 아뿔싸, 더 자고 싶은데 깨웠다고 짜증이 제대로 작렬했다; 안고 일어서서 둥개둥개, 젖물리기, 비장의 <꼬꼬마 꿈동산> 보여주기 등등 갖은 애를 쓴 결과 조금 진정이 되긴 했는데 이젠 어른들이 TV 화면을 가리고 서 있는다고 버럭질을 시작함. 아놔...;; 온 가족이 달래고 달래서 한복은 겨우 겨우 입혔는데 조바위는 끝까지 거부했다. 이후 돌잡이하는 내내 조바위 한번 씌워보려고 애걸복걸했지만 딸램은 꿋꿋하게 자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후...; ![]() 억지로 씌워놔서 기분 별로임(이후 바로 벗었음;) 다들 경황도 없고 무엇보다 기린이가 기분이 영 별로여서 옆에서 비위맞춰주느라 카메라 화이트밸런스도 제대로 못 맞추고 무작정 P로 놓고 셔터만 눌러댔다. 둘째 때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리...(먼산) ![]() 뿅망치고 마이크고 다 필요없고 그저 무병장수가 제일이라는 엄마의 바람대로 우리 딸램은 실타래를 제일 먼저 덥석 집어들었다(올레!). 그런데 다음엔 바로 공을 집어들어서 다들 깜짝; 자식들의 운동실력에 관해 익히 잘 알고 계신 양가 어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 저 배씨댕기머리띠도 한번 씌워보려고 시어머님과 친정 엄마가 어찌나 고생을 했는지... (이 한장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 모두 온몸을 불살랐다; 결국 양손에 과자 쥐어줘서 잠시 성공) ![]() 엄마도 한입? (역시나 이 장면 이후엔 바로 조바위 휙 벗어던짐...) 집에서 간단하게 차려서 잠시 돌잡이 하는데도 애 비위 맞추기가 이리 힘든데 아휴; 그래도 과일이랑 떡, 케이크도 양가 식구들이 먹을만큼만 준비한 덕에 다들 맛있게들 드시고 이후 저녁식사하러간 식당에서도 딸램은 엄마 몫으로 나온 전복죽을 납죽납죽 받아먹으며 어른들께 귀여움을 떨었다. 설 이후로 부쩍 말이 많아져서 혼자 종알종알종알종알. 사나흘 설사하느라 쏙 빠진 볼살도 조금씩 퐁퐁 오르고 있고... 새삼 1년 전 오늘, 긴박했던 그때가 막 생각난다. 흐...;; 워낙 진행이 빨랐던 덕분에 시댁이고 친정이고 가족들이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지, 금방 애 낳고 훗배앓이 때문에 끙끙대고 있는 나를 혼자 내버려두고 다들 밥먹으러 간다고 했었지-_- (잊지 않겠다;) 건강하게 태어나 잘 자라줘서 고맙다, 기린아. 엄마 아빠는 너를 정말정말 사랑한단다. ![]() 21:50 추가. 오늘 저녁, 기린이가 드디어 걸음마를 뗐다!! 세 발짝, 그리고 좀 있다가 다시 세 발짝. 첫 돌에 맞춰서 걸으려고 지금까지 참고 있었구나 우리 딸램!! >_< 2010/02/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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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9, 스쳐 지나가기엔 찜찜한 [일상/자기 전 물 한잔]1. 딱히 잘못한 게 있는 것도 아니다(사실 잘못한 게 없기도 하다. 내 입장에서 말이지만). 그런데도 눈치를 봐야만 할 것 같은 조바심에 사로잡힌다. 기분나쁘지만 어쩔 수 없다.
2. 모님이 말씀하셨던 '자기검열'에 대해 생각해봤다.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성격이라 별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3. 나 혼자 신경쓰고 챙기고 안달하고(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이젠 슬슬 지친다. 내 신경줄의 범위는 그리 넓지 않다. 4. 나도 좋아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다만 밥값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야 당당하게 월급을 받고 당당하게 쓸 수 있는거지. 5. 그래서 떠나고 싶다. 어디로든, 혼자서. 딸램 한 사람 정도는 같이 가도 좋겠지만. 2010/02/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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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 [일상/자기 전 물 한잔]1.
이놈의 감기! (크릉) 가뜩이나 안 돌아가는 머릿속이 산소결핍으로 더더욱 아득해진다. 이러다 딸램 감기 대비용으로 (오늘에야) 주문한 콧물 흡입기를 내가 개시하게 생겼구만. 사실 어떻게 쓰는건지 궁금하기도 하다... 2. 뒤늦게야 [서플리]를 9권까지 주문해서 읽었다. [워킹맨]도 그렇고 이 만화도 그렇고, 자기 직업에 이렇게 열정을 바쳐서 올인하는 모습은 참으로 낯설면서도 한없이 부럽다. 직업=좋아하는 일=평생 직장이라는 삼단콤보는 전생에 얼마만큼의 복을 지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잠시 궁금해졌음. 3. 본의 아니게 트위터 개설. 4. 딸램 돌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있지만 나와 smk군은 그저 아무 생각없이 콧물만 줄줄 흘리고 있을 뿐이고(이놈의 감기!!)... OTL 4-1. 딸램 돌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젖을 삭히려고 단술을 먹고 있다. 단술은 달아서 단술이라고 하건만, 내 입엔 쓴맛만 나는고나. 2010/02/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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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데뷔, 그 이후 [일상/기린이 이야기]기린이가 아프다. 지난 토요일부터 맑은 콧물을 흘리고 간간이 기침을 하다가 열이 38, 9도까지 올라서 결국 응급실 데뷔까지 마쳤다. 문제는 월요일부터. 일요일 밤에도 열이 많이 나는 바람에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목감기라는 진단 하에 감기약을 처방받아 왔는데 문제는 약 중에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 먹였는데 그날부터 설사 시작. 감기 때문에 소화가 안 되나보다 하고 기다려보다가 수요일까지 설사가 계속되자 우리 가족 머릿속에는 빨간등이 켜졌다. 좀 더 연륜있는 의사에게 데리고 가보자는 아부지 의견에 따라, 어제는 아부지 혈압약을 처방해주시는 다른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료를 받고 왔다. 예전 처방전을 보고는 설사의 원인이 항생제 부작용, 그리고 감기 바이러스 두 가지 경우일 수 있다며 일단 설사부터 낫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설사를 시작한지 오늘로 나흘째. 아직도 차도가 없다. 열은 더 이상 나지 않지만 맑은 콧물은 여전하고, 기침도 간간이 한번씩 하고 있다. 모유는 그런대로 먹지만 이유식은 통 안 먹으려 하고(설사 때문에 어제부터는 흰죽), 아프기 전과 다름없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고 잠투정은 훨씬 더 심해졌다. 친한 여사우분의 친구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라기에, 병원을 바꿔본다고 해서 뾰족한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연휴를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내일은 좀 멀어도 그곳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잖아도 잡고 서기 시작하면서 좀처럼 체중이 늘지 않고 있는데, 한층 더 해쓱해진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 지난 토요일 오후, 해열제 먹고 이마에는 해열시트. 열 때문에 볼 빨간 아기, 기린이. 2010/02/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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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라는 것 [일상/기린이 이야기]많은 이들이 모성애는 여성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기린이를 낳기 전에는(‘임신하기 전’이 아님에 주의) 모성애라는 것이 본능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덧 기린이가 돌이 다 되어가는 지금 돌이켜 보면, 모성애는 아가와 엄마가 서로에게 적응해가며 조금씩 함께 쌓아가고 다져가는 유대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온몸을 찢는 듯 한 산고産苦를 견디고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는 기쁨도 잠시, 지금까지 추상적으로만 생각했던 엄마로서의 역할, 책임, 무한정으로 베풀어야만 할 것 같은 사랑, 숭고한 희생 등은 온데간데없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바로 당혹감이었다. 아기는 어떻게 안아줘야 하나? 젖은 어떻게 물려야 하나? 기저귀는 또 어떻게 갈아주지? 저렇게 속싸개로 꽁꽁 싸매놔도 괜찮을까?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배냇저고리가 저렇게 크다니, 옷을 갈아입히다가 저 가느다란 팔이 꺾이기라도 하면 어쩌나? 맙소사, 어떻게 이 아기가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내 뱃속 안에 웅크리고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기린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기린이를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먹이고 어떻게 씻겨야 할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모성애’라는 범우주적인 명제 하에 그렇게 되어야만 함을 암묵적으로 강요했다. 어둑하지만 한없이 아늑한 엄마 뱃속에서, 출렁거리는 양수에 몸을 맡기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 때 놀다가 갑작스레 바깥세상에 나와 당황스럽기 짝이 없을 아기와, 열달 전에는 점보다도 작았던 존재가 어느새 제 몸을 키워 이렇게 내 팔에 안겨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에 그저 멍하기만 한 엄마가 그 충격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조금의 시간적 여유도 없이 말이다. 기쁘지? 얼마나 좋으니? 아기가 참 예쁘지? 미안하게도 나는 그런 질문들에 순수하게 내 감정을 표시할 수 없었다. 기쁨보다는 당혹감이, 사랑보다는 ‘엄마’라는 이름의 무거운 책임감이 나를 짓눌렀고, 내 서툰 손길에 아이가 불편해하고 젖을 토하고 잠을 못 이뤄 울어댈 때마다 죄책감은 날로 더해만 갔다. 나 때문이구나. 나 때문이구나. 내가 네 엄마라서 이렇게 너를 힘들게 하는구나. 하필이면 나 같은 사람이 엄마라서 이 귀한 생명을 이렇게 울고 지치게 만드는구나…. 2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의 어느 날, 기린이는 어김없이 잠투정을 시작했고 울음소리는 점점 더 높아져만 갔다. 화가 났다. 너도 힘들지만, 나도 힘들어. 잠이 오면 자면 되는데 왜 이렇게 자질 않니. 왜 내 마음을 몰라주니! 급기야 버럭 소리를 지르며 냅다 울고 있는 기린이를 smk군에게 던지듯이 안겨주고는 안방으로 뛰어 들어와 큰소리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순간 기린이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한참 울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아빠 품에 안긴 기린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때의 기린이의 표정은, 정말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놀란 듯도 한, 그리고 어딘가 미안한 기색이 보이는 듯도 한. 이제 2개월 된 아기가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해보질 못했건만, 그때의 기린이는 분명 내게 미안해하고 있었다. 순간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조심스레 다가가 기린이를 안으니 좀 전까지만 해도 온 집안이 떠나가라 울어대던 녀석이 이젠 내 품에 폭 안겨서는 눈을 감고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을 청하려 하는 게 아닌가. 아마도 그때가 아닌가 싶다. 내가 정말로 이 아이의 엄마구나, 싶었던 것은. 그저 신기하고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이 아닌, 그야말로 충만함이 가득한 기쁨을 맛보았던 것은. 한때는 탯줄로 이어진 세상 둘도 아닌 하나인 존재였던 우리가 독립된 개체로 만나 서로에게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걸,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에 스스로를 괴롭혀왔던 것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그때에야 비로소 깨달은 거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한번도 아기를 접해보지 않은 내가 단지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아이에 대한 모든 것을 이미 습득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열달 동안 뱃속에서 키워내는 그 이상으로, 세상 밖에 나온 아기와 엄마는 서로에게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기와 엄마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지도, 용인하지도 않는다. 엄마잖니, 왜 그걸 몰라? 왜 그걸 못해? 왜 아기를 울리니? 그리고 쏟아지는 충고를 가장한 질책, 질책들. 하지만 아기와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둘만의 시간이다. 11개월 반에 접어드는 요즈음, 자고 있는 기린이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나고 잘 자고 있는 아이의 볼에 괜히 뽀뽀 세례를 퍼붓곤 한다. 이 작은 아이가 불과 1년 전에는 내 뱃속에서 꼼지락대고 있었다는 사실에 아직 신기한 마음이 남아있지만, 이제는 정말로 엄마가 된 기쁨을 조금은 제대로 실감하는 것 같다. 이 감정을 굳이 모성애라는 거창한 낱말로 정의내리고 싶지는 않다. 이 세상에 내가 있고, 네가 있고,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너의 엄마이고, 너는 나의 딸. 단지 그게 전부일 뿐. 본능도 의무도 책임도 아닌, 그저 살아 숨쉬는 우리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는 것뿐. ![]() 2010/02/0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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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궁리해봐도 답은 안 나오는) 고민 [일상/보고, 듣고, 느끼다]1. 엄마 몸무게가 결국 48kg까지 떨어진 이 시점에서 회사를 계속 다녀야만 하는가?
2. 고기류는 일절 입에 안 대는 엄마에게 어떻게 하면 고기의 맛을 깨우칠 수 있는가? 3. 입이 짧은 엄마가 그나마 잘 드실 수 있는 음식은 어떤 종류인가? (현재 과일류, 떡, 빵 등이 가능하지만 엄마 입맛이 또 보통 입맛이 아니라서-_-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이 아니면 한입 딱 베어물고는 바로 치워버림;) ...속상해서 원. 2010/02/0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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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엄마랑 같이 TV 보는데..
08/27 - misha 저도 어머니라는 개념에 대해..08/26 - 곤도르의딸 그러고보니 나도 인터넷은 smk..08/23 - misha 우하, 이사간 집에서 인터넷..08/22 - gene 아니 동지분이 여기에!! (손..08/20 - misha 이 얘기 알아? 한밤중에……...
다소공간多笑空間-2009 러버스 키스 - 후지이 토모아키Jini's home-2009 호텔 아프리카Jini's home-2009 20대 여성의 일상을 다룬 만화들일다의 블로그 소통-2009 심플한 40문답소루쟁이 풀밭-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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