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프렌치-압구정 르 삐에 [일상/식도락]비요크 내한공연을 가기 바로 전날(그러니까 2월 15일), 갑자기 들이닥친 몸살감기 덕에 타이레놀 두 알에 생강차에 매실차에 컵수프까지 먹으면서 전기요 온도를 최고로 올려놓고 끙끙 앓았더랬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라 식도락 코스를 예약해놨는데 아.파.서. 못 먹게 되는 불상사가 있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공연도 보고 먹기도 먹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땀 빼고 젖은 옷 갈아입고 다시 땀 빼고 차 마시고 귤 까먹고 하기를 5시간. 겨우 몸을 추스르고 무사히 상경할 수 있었다. 이날의 메인 식도락 코스는 프랑스식 가정요리를 한다는 압구정의 르 삐에(이어서 앤드류스 에그타르트와 현대백화점 밀탑의 팥빙수를;). 성신여대 앞 마미 인 더 키친의 주인이 경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가게는 두 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전반적으로 소박하고 따스한 분위기다. ![]() 뭔가 시골틱해보이는 느낌을 주려 한 것 같은데 조금은 붕 뜬 느낌도 없지 않다. 전반적으로 볕이 잘 들기 때문에 뭐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음. ![]() 예약을 한 자리에는 reservation이라고 쓰여진 책을 한권씩 올려놓는다. 기본 세팅. Le Pied가 프랑스어로 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집의 주요리인 노르망디식 돼지 족요리에서 따온 이름인 듯 하다. 냅킨에 그려진 돼지 세 마리가 참 귀엽다. 지금 생각하니 냅킨 몇 장 좀 집어올 걸 그랬나보다. 식전에 나오는 바게트와 버터, 올리브. 소금 간 정도나 바삭한 껍질이 구워진 정도, 부드럽게 뜯어지는 빵 속이 아주 절묘한 맛. 여느 잘 한다는 빵집의 바게트 못지 않은 훌륭한 맛이다. 보다시피 양이 상당하므로 메인요리를 즐기려면 바게트는 적당히! (옆테이블을 보니 바게트는 리필되는 것 같음) 메인 요리인 꼬꼬뱅. 구운 닭을 적포도주에 조린 요리다. 원래는 수탉을 이용하는데 르 삐에에서는 암탉만 이용한다고 한다. 맛은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갈비찜과 비슷하다. 푹 익은 닭과 당근, 감자 등과 허브 등등이 어우러져서 한결 깊은 맛이 난다. 코끝에 은근히 풍기는 와인 향이 그 맛을 더 하는 것이 자꾸자꾸 손이 간다. 그야말로 따끈한 가정요리라는 느낌? (서울 다녀온 그 다음주 주말에 도전했다가 좌절의 극치를 경험했다-_-) ![]() 클로즈업. 사랑스런 당근당근. 메뉴판에 쓰여있는 걸 그대로 옮기자면 Tartine de l'escalope de volaille. 일곱가지 곡물을 갈아만든 빵 위에 각종 요리를 올려먹는 거라나 뭐라나. 닭가슴살을 오렌지소스에 버무려 고구마퓨레와 브리치즈를 곁들였다.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 접시 요리. 마구 헤쳐보기. 빵이랑 같이 먹으려해도 그럴 수가 없다; 달콤한 고구마와 상큼한 오렌지 소스, 브리치즈의 풍미. 좋구나 좋아! 두 사람이 함께 먹어도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는 푸짐한 양이다. ![]() 이것 또한 클로즈업. 오렌지소스가 배어있는 닭고기가 맛난다. ![]() 디저트로 나온 패션후르츠무스와 가또쇼콜라. 패션후르츠는 별로 안 좋아하는 맛이라 so so. 가또쇼콜라는 적당히 진한 맛이라 그런대로 만족. 커피와 함께 제공된다. 이것이 프렌치!라기보다는 부담없이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자주 발걸음할 수 있는 곳이다. 가게 이름처럼 노르망디식 돼지 족요리나 어부의 스튜라는 요리가 특히 유명하다는데, 이날 몸상태가 그리 썩 좋지 않아서 다른 요리를 못 먹어봤다는 게 무척 아쉽다(약 때문에 얼마나 헤롱거렸으면 요리 두 개를 모두 닭으로 했냔 말이지-_-). 15,000원에서 40,000원 사이 가격대인데 음식 양을 생각하면 비교적 합리적인 편. 앞으로 서울 나들이할 때 압구정까지 갈 일이 있겠냐 싶지만 그래도 한번은 꼭 더 가보고 싶은 음식점이다. 전화번호 : 02-511-2413 압구정 시네시티 옆 골목으로 들어가 크라제버거가 있는 골목 안쪽에 있다. 늘 다니던 동네가 아니다보니 이렇게 설명하는 게 한계-_-;; //아래는 그 유명하다는 밀탑의 팥빙수. 과연 집에서 연유 듬뿍 넣고 먹던 그 맛이로다. 이 팥빙수 먹겠다고 가쁜숨 색색 몰아쉬면서 가서는 서 있을 힘도 없어서 smk군 팔에 계속 매달려 있었으니; 역시 식도락을 향한 나의 열정이란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단타 싶다. ![]() 2008/03/1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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