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려온다. 천천히 무대 앞으로 나오던 그 모습...
내 아무리 생각해도,
제작진은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니 무휼 의상에 상반신 쫙 붙고 하반신 랩스커트인 것도, 그 랩스커트가 골반께에 미묘하게 걸쳐진 것도 좋다 이거야. 그런데 2막의 그 독무에서 그렇게 다리를 쭉 뻗으면 어떡하라고!!(요가의 역물구나무서기를 연상하시라) 당신들 노린 거지, 그런 거지, 아니 그냥 바닥에 뒹굴며 괴로워하는 동작이었어도 되는데 일부러 그런 거지이이이이!!!!(아니, 그것보다 그 장면 사진은 왜 없는 거요!! 첫날밤 사진도!!) 게다가 그 첫날밤은, 맙소사 이거 8세 이상 관람가인 거 알고 있잖소. 16일 낮공연 때 내 앞(정확히는 아트바크 님 앞;)에 꼬마들이 앉아 있었다고; 그러고 보니 그 장면에서도 다리 쭉 뻗어주시지(난 몰라 난 몰라). 16일 김산호 씨 때는 휘장 자락이 엉킬까봐 그랬는지 좀 조심스럽게 하는 것 같긴 하더라만(실제로 조금 엉켜서 도정주 씨가 갈무리했지;) 15일의 무휼과 이지는 보는 사람을 어찌나 긴장시키는지(역시나 좋다는 소리다;).
[바람의 나라-무휼]에서 무휼은 대사나 노래에서 급격하게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쌓이고 쌓인 그의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것은 역시 2막에서의 독무다. 가슴을 부여안고, 한껏 웅크리고, 바닥에 쓰러지며 허우적거린다.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 눈물, 속으로 삼켜야만 했던 한…그런 그의 몸짓이 점점 단호해진다. ‘붉은 까마귀’에 맞춰 탕/탕/탕 세 번을 내리치던 그 손, 자신의 피로 백성들의 눈물을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왕의 다짐. 정말 이 장면도 사람 잡기 딱 알맞다(이 세번 내리치는 장면에서 확실히 고영빈 씨와 김산호 씨가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경험과 내공의 차가 너무 나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모든 건 역시 정의로운 몸매를 갖춘 배우들 덕분이지만; 고영빈 씨도 그렇고 김산호 씨도 그렇고 아아아아아주우우우 바람직하다. 골격의 선이라면 고영빈 씨 쪽이 조금 더 거칠고 남자다운 느낌이 든다. 대신 김산호 씨는 키가 더 크고 얼굴이 무지 작다!! 정말 작다!(쿨럭) 무휼 뿐만 아니라 괴유도 그렇고, [바람의 나라-무휼]의 주요 남자캐릭터들의 외모며 의상 등은 실로 모범답안이다(무엇의 모범답안인지는 묻지 마시오). 그래도 찜찜한 분이 있다면, 10년이 넘도록 미중년으로 혹독히 단련해온 misha냥의 심미안을 믿어보시라고 말할 수밖에;

제아무리 호환마마가 무섭다지만 이 정도로 사람 혼 쏙 빼놓지는 못 할 거다;
괴유 의상은 또 어떤가. 대체 어깨부터 허리께의 그 문신 생각해 낸 사람은 어디의 누구란 말이더냐(상줘야 한다!). 2막의 전투장면 끝자락에 무대 왼편에 쓰러진 채 숨을 몰아쉬는데 땀 맺힌 상체에 조명 쫙 비춰주니 이건 그냥 #*&)^*)$^*_!!!(토혜 언니는 아시리라, 이 차마 말로 표현 못 하는 절규를;) 쓰는 무기도 보통 창이나 칼이 아닌 두 개의 단도를 자유자재로 휘두르고 있으니 심적인 부담도 꽤 컸을 텐데(아니, 멋지게 빙그르르 돌리고 있는데 순간 삐꾸날 수도 있잖나;) 무난하게 잘 해냈고.

아주 그냥 한폭의 그림이다. 미인도도 이런 미인도가 없다(퍽).
사실 괴유는 격렬한 동작이 많다보니 대사나 노래가 그만큼 부각이 안 되어서 좀 아쉽다. 해명과 세류, 괴유가 함께 노래를 부를 때 괴유 목소리가 많이 묻히기도 했고, 가희나 해명과 대화를 나눌 때도 좀 가벼운 느낌이었으니까. 체력적인 부담을 생각하면 괴유도 더블로 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사실 그런 (외모도 몸매도) 바람직한 캐릭터를 한 명 더 찾아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느새 '완전소중호동이'로 낙찰된 호동 왕자. ㅠ_ㅜ
무휼이나 해명태자 이상으로 염려했던 캐릭터가 바로 호동이었다. 게다가 이번 공연에서의 호동은 어린 아이였기에 더더욱. 섣불리 아역배우를 쓸 수도 없고 그 누구보다도 치밀한 감정연기와 노래실력을 필요로 할 텐데 과연 어떤 배우가 이 역을 소화해낼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체 누구냐, 무대 위에서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할마마마에게 옛날 얘기를 듣고 있는 저 사람은!! 맙소사, 조정석 씨 알고 보니 80년생이더라. 내가 아는 80년생 후배들을 잠깐 떠올려본다…상상을 말자. OTL 이번 공연에서 가장 풍부한 감정을 드러내고 관객들이 가장 듣기 편한 대사를 치는 것도, 관객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인물도 바로 호동이다. 2막에서 ‘피냄새 나는 아버지의 부도를 내가 정말로 따라가길 원했을까!’라고 외치며 무휼과 마주 서는 장면은 정말이지. ㅠ_ㅜ 게다가 2막의 마지막, 스크린에 비친 바로 ‘그’ 장면은!! 이건 진짜 원작 팬들의 눈물 콧물 뽑아내는 것도 모자라 그냥 피를 토하게 만든다. 이지나 님은 ‘김진 선생님께 호동이 죽는 장면을 그려달라고 했는데 끝까지 안 그려주셨다.’며 웃으며 말씀하시던데 아니, 팬들에게 있어서는 ‘그’ 장면을 넣은 게 완전 히트 작렬이라고 확신한다.
홍경수 씨의 해명태자도 굉장히 평이 좋더라. 김법래 씨의 해명태자가 거의 절대무적의 느낌이라면(하긴, 그런 태자마마였다면 부왕이 죽으라고 해도 순순히 죽을 리 없다는 느낌이;) 홍경수 씨의 해명태자는 좀더 인간적이고 부드럽다. 빨간그림자 님이 올리신 ‘저 부도로’를 들어보니 과연 그렇다. 이 분이 부른 ‘저승새의 신부’는 어떠했을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으으으 역시 배 째고 17일 낮공연까지 논스톱으로 달렸어야 했나보다;
공연이 계속될수록 조금씩 보완되는 것 같은데 가사도 계속 바뀌는 것 같다. 아래는 16일의 가사. 17일의 가사는
빨간그림자 님의 포스트 참조.
혜압: 무엇을 버렸는가.
해명: 무엇을 버렸는가.
혜압: 너의 무엇을 버렸나!
해명: 너의 무엇을 버렸는가.
무휼: 무엇을 버렸는가. 너의 무엇을 버렸는가.
혜압: 마마도 잔인하십니다. 이들 부자의 살을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무휼: 무엇을 버렸는가. 무엇을 버렸느냐 네 손으로. 왕 될 자의 표식, 왕 될 자의 신수! 어떤 꿈도 이룰 수 없게 되었구나. 후회없는 분노 뿐(?).
무휼: 보아라, 이 땅의 눈물을. 들어라, 바람의 소리를. 이 땅을 지키려 했던 영혼들. 그 피눈물을 닦아라. 약한 자는 왕위에 올릴 수 없다.
해명: 그의 땅과 너의 하늘이 만나는 곳에 부도가 있을 것이니라.
무휼: 네가 네 스스로 신수를 버렸을 때 이미 그렇게 결정된 것이다.
혜압: 아들에게 활을 쏘는 아버지여, 아버지를 돌아서는 아들이여!
해명: 가리라, 원한을 풀으러. 가거라, 네 칼을 들고서. 세상이 네 손에 피를 묻혔으니 나 피의 원한 피로써 풀리라.
호동:
눈물 없이도, 이별 없이도 살아가는 세상은 정녕 없는 걸까.
나의 부도는 하늘 나무 위.
피 흘리지 않아도 평화로운 세상, 그런 세상 원하는데.
혜압: 아버지는 험한 산과 같아, 아들은 그 산과 싸워야 하지. 세상엔 더 높고 험한 산이 있나봐.
해명: 너무 일찍 핀 꽃은 시절과 맞지 않아 빠르게 지고 너무 이른 꿈은 희생을 부른다. 넌 지금, 너의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라, 저 부도로.
무휼: 세상의 모든 아들들은 아버지의 세계를 정복하며 커가고 세상의 모든 왕들은 앞선 왕을 넘어 더 커지는 것. 왕이 되고 싶으면 목숨을 걸어라.
해명: 따르라, 태자의 운명을. 가거라, 저 피 묻은 길로.
호동: 내가 그런 걸 원했을까. 내 신수를 버리고. (이하 생략) 피냄새 나는 아버지의 부도를, 내가 정말 따라가길 원했을까!
해명: (앞서 생략) 네 목숨마저 위험해지리니.
호동:
무얼 원하나, 나의 아버진.
당신 품은 사랑이 바로 이런 건가.
나는 꿈꿨지, 하늘 부도를.
당신 손을 잡고서 함께 가길.
나는 누군가.
무얼 꿈꿨나.
왕의 자리였던가, 하늘 부도인가.
나는 가리라, 나의 뜻으로.
당신 손을 놓고서 푸른 하늘 길로.
푸른 하늘 저 부도로.
푸른 하늘 저 부도로―!!
색깔 처리된 부분이 바뀐 부분. 나머지는 빨간그림자 님 포스트에서 그대로 옮김
젠장, 이러면 보러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은 대체 어쩌란 말이냐!! 바뀌는 부분이 저것만 있을리가 없잖아!! 이렇게 달랑 일주일만 하고 막내리고서 입닦을 생각은 아니겠지 서울예술단. 빨리 여러 사람 숨넘어가기 전에 지방순회공연 일정 발표해주세요 제발. 아니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주 레퍼토리로 삼아서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올려주던가!!!
...보아하니 오늘도 제대로 자긴 다 글렀다. OTL
18일 저녁 공연 보고 오신 빨간그림자 님의 제보:
공연 좋아졌음. '연-무휼 멜로라인' 추가.(사실 이것 말고도 더욱 강력한 염장질이 따로 있지만 내 입으로 차마 말 못하겠심;; OTL)
//개인적으로 연장공연은 반대. 왜냐하면 내가 7월 31일까지 꼼짝달싹 못 하거든(이런 빌어먹을). 한 8월 중순까지 계속 간다면 또 모를까.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