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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6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영원한 나의 엔돌핀 
2005/11/26   헤븐(HEAVEN)?-웃음 속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 진지함!!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영원한 나의 엔돌핀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
지은이: 사사키 노리코(佐佐木倫子)
출판사: 백천사/대원씨아이
권수: 전12권


유난히 피곤에 찌든 하루,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자리에 눕긴 누웠지만 그냥 자려니 마음 한 구석이 영 찜찜한 것이 편치가 않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켠에 쌓인 앙금이 목구멍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무엇이라 딱 짚어낼 수 없는 그 묘한 불쾌감. 이런 때에는 지금의 이 떨떠름한 기분을 한방에 날려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음악? 음악도 좋지. 하지만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줄 음악을 틀자니 그것도 여의치 않다. 군것질? 아까 냉장고 열어봤더니 생수병만 덩그러니 있고 거실 쓰레기통엔 동생이 먹고 버린 과자 포장지만 그득해서 이미 마음의 상처는 배가 되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꼭 집어드는 책은? 다름아닌 사사키 노리코의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에 대해서 이제 와서 감상문을 쓴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만화가 별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고, 막연히 수의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있다면 웃돈을 쥐어주고서라도 꼭 보라고 안겨주고픈 책이 바로 이 작품이다. 대체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이던가? 그 언제부터인가 시베리안 허스키를 거리에서 자주 볼 때마다 주인이 옆에 있든 없든 일단 그 튼실한 목덜미를 긁어대며 서너 번은 부비적거려야 직성이 풀리고, 애완견 가게의 쇼윈도 저편에서 ‘온갖 고뇌를 그 작은 몸으로 끌어안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곤히 자고 있는 새끼 허스키 견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만들었던 문제의 바로 그 작품. 나를 비롯한 순진한 중·고생들에게 ‘그래, 나도 수의사가 되는 거야!!’라는 야망에 가까운 꿈을 불어넣는가 하면, 알레르기·적성·성적 등등의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한 이들에게 ‘젠장 나중에 돈 벌면 마당 있는 집에서 꼭 허스키 견을 키우고 말 테다!’라는(수의사에 이은 차선책의) 바람을 갖게 한 바로 그 작품. 괜히 우울해져 손전화도 다 꺼버리고 방문도 꼭꼭 걸어 잠근 채 만 하루를 이불 속에서 보내다가도 단 한권, 그것도 반 정도만 읽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피식피식 웃다 결국 이불을 푹 뒤집어쓴 채 푸하하거리며 데굴거리게 만드는, 내 삶의 엔돌핀이나 다름없는 작품―바로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이다.

다소 엉뚱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순수하고 매력 넘치는 수의학과 사람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좌충우돌 중구난방, 매일 매일이 사건·사고의 연속이다. 분명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들, 내가 이제껏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그들의 희로애락에 함께 빠져들 수 있는 것은 작품 속 등장인물과 독자들의 거리를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는 작가 사사키 노리코의 ‘힘’이라 할 수 있겠다.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를 보고 한동안 작가가 분명 수의학과 출신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정도로 사사키 노리코의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생활 면면을, 그 속에 녹아있는 웃음을 종이 위에 가득 펼쳐낸다. 분명 수의학과 학생만이 알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건만 『닥터 스쿠르』를 읽어본 이들 모두가 수의학과 사람들의 생활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마치 자신이 수의학과 학생인 것만 같은 착각에까지 빠지게 된다.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의 묘사 그 이상으로 이 작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은 다름아닌 동물 캐릭터들이다. 마냥 주인에게 순종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람들과 시간을,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반려동물들. 그들이 바로 꼬마, 나비이고, 병순이다. 사람 못지않은 자기만의 개성으로 똘똘 뭉쳐 『닥터 스쿠르』에서 벌어지는 숱한 사건·사고들의 50%를(아니, 어쩌면 그 이상;) 책임지고 있는 동물들의 묘사를 보고 있노라면, 그 한 동작을 그려내기 위해 몇 백장의 자료사진 속에 파묻혀 있었을 작가 사사키 노리코의 정성과 노력 앞에 새삼 고개를 숙이게 된다.

치밀하고도 섬세한 묘사, 그에서 우러나오는 진지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한바탕 터지는 웃음 속에 한데 버무려넣는 사사키 노리코의 연출. 마치 작가가 그들의 삶을 살아본 것처럼,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수의학부 생활을 겪은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그 노련함이란! 수많은 독자들이 사사키 노리코와 그의 작품에 끊임없는 찬사를 보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신뢰와 웃음을 선사하는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 처음 이 작품을 접했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늘 그러했듯, 내 인생의 책장에서 절대 빠지지 않을 영원한 나의 엔돌핀이다.


2005. 6. 3.


사사키 노리코

2005/11/26 23:54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0
헤븐(HEAVEN)?-웃음 속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 진지함!!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
지은이: 사사키 노리코(佐佐木倫子)
출판사: 소학관(小學館) / 삼양출판사
권수: 4권~ (2000~)


막강 사장 카나코. 그녀를 막을 자 그 누구랴!! 내 또래의 사람들 치고 사사키 노리코의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를 안 본 사람이 있을까? 어느 하나 그냥 넘길 수 없는 매력만점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과 사람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렸던 꼬마. 그 만화를 본 사람치고 '나도 시베리안 허스키 키우고 싶어―!!'라며 헛된 꿈을 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쉴 새 없이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수의사의 길을 가려는 학생들과 그들을 지도하는 교수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동물에 대한 진심어린 태도와 애정. 그리고 '이 작가 정말 수의사 아냐?' 싶을 정도의 섬세한 묘사. 일본에서도 이 작품으로 인해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고, 우리나라에서도 <터치코믹스>로 발간되어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후로 우리나라에는 사사키 노리코의 다른 작품들이 소개되지 않았고,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못말리는 간호사』도 생각만큼의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물론 『닥터 스쿠르』가 워낙에 뛰어난 작품이었고, 『못말리는 간호사』가 약간 처진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못말리는 간호사』의 핵심은 햇병아리 간호사 유키에 한 명이고, 그녀와 함께 얽혀지는 환자들은 1회성 등장인물들로 꾸준히 독자들의 눈을 붙들어 둘 흡인력은 약간 부족했다. 그러나 『닥터 스쿠르』 때 쏟아졌던 수많은 관심을 생각하면 정말 의외였다. 여전히 사사키 노리코의 리얼리즘은 빛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프랑스 요리 전문점에서 3년간 서비스맨으로 일한 이가 칸. 그러나 웃음기 없는 표정 때문에 서비스맨으로서의 자신의 자질을 의심하기 시작할 무렵, 수상한 여자 쿠로스 카나코에게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레스토랑에서 중요한 것은 거리감이며, 손님과 종업원 사이의 적당한 긴장감과 친근감'이라는 카나코의 말을 들은 이가 칸은 일하던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밤 12시 귀신들의 정오에 카나코의 레스토랑 <로윈 디시(Loin D'Ici ; 이 세상의 끝)>로 찾아간다. 그런데 이게 웬일. <로윈 디시>는 어느 역에서도, 번화가에서도, 주택과도 동떨어진 공동묘지 한가운데 위치해 있던 것이었다. 게다가 점장과 소멀리에를 포함한 서비스맨 네 명중 프랑스 요리 전문점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가 칸 한 사람. 가는 곳마다 레스토랑이 망해 재수없는 요리사로 낙인찍힌 오자와 수석요리사. 전직 은행간부로 소멀리에의 길에 뛰어든 야마가타 시게오미와 중화요리점, 돈가스점 점장 경력의 츠즈미 케이타로,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카와이 타이치. 이 사람들과 함께 레스토랑의 실질적인 서비스를 책임진 이가 칸. 일찌감치 사장을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법칙을 깨달은 이들은 '관음의 미소=체념의 미소'를 터득하고 레스토랑을 오픈한다.  

카나코 폭탄선언! 이로써 '관음의 미소'에 한발짝 다가가다.직원들을 스카우트 할 때의 그럴듯한 말은 다 어디 가고, '어떤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은가?'라는 야마가타의 말에 대뜸 '술을 많이 마실 수 있어야 해요!'라고 대답하는 카나코. 어찌 보면 무슨 이런 막무가내 대책 없는 오너가 있나 싶겠지만 자세히 보면 카나코의 이 한마디는 손님들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철저히 손님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편히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음식을 들고 있는 손님들이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레스토랑이라야 한다는 (그리고 3시간이든 4시간이든 마시면서 먹고 싶다는 카나코의 신념과 함께) 오너 카나코의 의지는 어느새 직원들에게도 전달되어, 직원들은 손님들에 대한 최선의 서비스는 무엇인가를 몸소 실천하게 된다. 생일이벤트를 요구하는 손님에게 '그런 거 없어!!'라고 말하는 카나코. '박수나 노래로 다른 손님들을 방해하는 게 싫어. 생일 손님만 있는게 아니잖아!'라는 카나코의 말은 정말 제멋대로인 것처럼 들리지만 우리 모두 그런 경험이 한번씩은 다 있지 않은가. 울적한 날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싶을 때 난데없이 터지는 팡파레와 노랫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싶은 적 말이다. 카나코는 '주인'으로서의 책임감 대신 철저히 '손님'들의 입장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이 말은 즉 생계가 직접적으로 걸려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과도 통하겠지만. -_-a;;).

『닥터 스쿠르』나 『못말리는 간호사』가 다루고 있는 분야의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면이 적지 않았다면, 『헤븐』은 '프랑스 요리'라는 특정분야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레스토랑의 업무와 서비스의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만화는 『헤븐』말고도 충분히 많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사키 노리코의 작품에서 늘 느낄 수 있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 굳이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런 리얼리티. 그리고 여전히 억누를 수 없는 웃음(처음 이 만화를 볼 때 얼마나 웃었는지 주위 사람에게 약간 민망했을 정도였다. >_<). 『닥터 스쿠르』 이후로 사사키 노리코에게 관심을 가졌던 사람, 아니 그 누구라도 절대 실망하지 않을 작품이다. 오늘도 『헤븐』을 보면서 혼자서 킥킥거리다가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갈 내 자신이 눈에 선하다.


2001.6.29.


사사키 노리코

2005/11/26 21:29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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