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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6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Return of the King)-그들은 그렇게 돌아왔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Return of the King)-그들은 그렇게 돌아왔다 [창고/영화볼 땐 조용히]
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 (2003)
주연: 일라이저 우드Elijah Wood (프로도 배긴스Frodo Baggins)
이안 맥켈런Ian McKellen (간달프Gandalf)
비고 몰텐센Viggo Mortensen (아라곤Aragorn)
숀 오스틴Sean Astin (샘와이즈 '샘' 갬지Samwise 'Sam' Gamgee)
빌리 보이드Billy Boyd (페레그린 '피핀' 투크Peregrin 'Pippin' Took)
도미니크 모나한Dominic Monaghan (메리아독 '메리' 브랜디버크Meriadoc 'Merry' Brandybuck)
올란도 블룸Orlando Bloom (레골라스 그린리프Legolas Greenleaf)
존 리스-데이비스John Rhys-Davies (김리Gimli)
미란다 오토Miranda Otto 에오윈(Eowyn)
버나드 힐Bernard Hill 세오덴(Theoden)
데이빗 웬햄David Wenham 파라미르(Faramir)
존 노블John Noble 데네소르(Denethor)
숀 빈Sean Bean (보로미르Boromir)
이안 홀름Ian Holm (빌보 배긴스Bilbo Baggins)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갈라드리엘Galadriel)
휴고 위빙Hugo Weaving (엘론드Elrond)
리브 타일러Liv Tyler (알웬 운도미엘Arwen)
앤디 서킨스Andy Serkis (스미골-골룸Gollum)


2001년부터 매년 12월을 잠 설쳐가며 극장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에 발만 동동 굴러야 했던 긴 기다림이 드디어 올해 그 끝을 맺었다.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길고 긴 고난과 역경을 딛고 진정한 인간들의 왕으로 돌아온 아라곤과,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로만 보였던 호빗들이 당당한 발걸음으로 샤이어에 돌아오는 그날. 그리고 이 땅에서 안식을 찾지 못한 프로도가 힘의 세 반지의 소유자와 함께 발리노르로 떠나는 그날. 그토록이나 보고 싶었건만 한편으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그 뿌듯함과 허탈함이 한데 뒤섞인 묘한 감정이란!

아이고 왕님T_T[왕의 귀환]에서 진정한 '왕의 귀환'은 대관식에서의 아라곤이 아니라, 아라곤이 사자(死者)들을 이끌고 펠렌노르 평원에 도착하는 장면이다. 그가 팔란티르와 나르실의 정당한 상속자이며, 그가 지니고 있는 바라히르의 반지는 분명 그가 엘렌딜과 이실두르의 후손이며 곤도르의 왕좌에 오를 인물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그것을 본 자라면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절대적 징표이다. 그러나 막상 엘론드가 손수 갖고 온 안두릴을 받아들면서도 곤도르의 왕이라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망설이던 아라곤은, 곤도르와 Middle-Earth의 인간들의 운명을 구원하기 위해 진정한 왕으로서의 자신을 자각한다. 사자의 길에서 안두릴을 휘두르며 스스로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아라곤은 단순히 로한의 에오메르를 처음 만났을 때 '아라손의 아들 아라곤'이라고 자신을 설명하던 때와는 다르다. 곤도르의 왕의 명령만을 받들었지만 이실두르를 배반함으로써 오랜 세월을 자책과 회한 속에서 끊임없이 몸부림쳐야만 했던 사자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허락할 수 있는 유일한 자. 그의 신하 보로미르가 그토록이나 소망했던 백색탑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사람. 신화와 전설이 아스라한 추억과 함께 저편으로 사라지고 네냐·빌랴·나랴 세 개의 힘의 반지의 소유자들이 발리노르로 떠난 후 인간이 주인공이 되는 Middle-Earth를 아우를 수 있는 자…. 그 누구도 범접하는 것을 허락치 않던 사자들이 안두릴과 그 앞에 머리 숙이고 백색탑으로 달려오는 순간―. 그의 친구들과 백성들과 반려가 함께 한 영광되고 축복된 대관식은 아니라 해도, '왕의 의지'로 칼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그 순간이야말로 아라곤 텔콘타르가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왕의 귀환]의 아라곤 못지 않게 보는 이를 감동케 하는 이들이 있다. [왕의 귀환]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반지원정대]의 레이디 갈라드리엘의 말 한 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존재라도,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서로들 반지의 소유권을 두고 다투던 그 상황에서 비록 자신없어 하면서도 반지를 모르도르까지 갖고 가겠다고 일어선 호빗 프로도. 프로도가 반지의 유혹 앞에서 흔들릴 때마다 굳은 의지로 그를 지키고 보호한 충직한 샘와이즈. 각각 로한과 곤도르의 기사로서 그 소임을 다하고 영광을 얻은 메리와 피핀. 여자라는 이유로 늘 성 안에서 다른 이들을 보살피는 데 만족해야 했던 공주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전장에서 위치킹을 쓰러뜨린 강인한 에오윈 공주. 그 누구도 그들에게 그만큼의 임무도, 의지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마음 안에서 빛나고 있는 진정한 자신을 찾아 그 빛에 의지해서 가시밭길을 헤쳐간다. 프로도의 손 안에서 빛나던 에아렌딜의 별빛은 비록 갈라드리엘의 선물이긴 했지만 급박한 순간에서 마지막 희망 한 자락을 놓지 않았던 호빗 프로도 배긴스의 의지의 산물이다. 그들은 남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역할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대신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을, 마음이 원하는 것을 향해 발을 내딛었고, 비록 쓰라린 고통을 감수할지언정 결국에는 원하는 것을 거머쥐었다. 왕좌, 명예, 부….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제각기 꿈꾸던 자그마한 행복, 그것을 지키기 위해 일어섰고 그런 작은 힘들이 결국은 Middle-Earth를 구해낸 것이다. 특히 처음부터 비교적 비중이 컸던 프로도와 샘에 비해 시작은 미미했던 메리와 피핀은 [왕의 귀환]에서 그 누구보다도 빛나는 인물이다. 그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해낼 수 있는 것은 비록 작은 것이었지만, 메리와 피핀은 그 마음속에 누구보다도 큰 용기와 우정을 품고 있었다. 함께 자란 친구, 공유하고 있는 따스한 고향의 기억, 같이 나눠 피우던 담뱃잎의 냄새….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끝까지 간직한 메리와 피핀은 그 용기로 인해 반지 전쟁의 중요한 한 막을 차지하게 된다.

[왕의 귀환]에서 또 하나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공포와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모습이다. 공포에서 달아나서 몸을 보전하려는 일시적인 안위가 아니라 한계가 있음을 알고서도 끝까지 가볼 수밖에는 없다는,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 그것이 어떤 희망이나 구원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공포에 '직면해서' 얻어낸 결론이라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세오덴은 절대적으로 그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선두에서 적진을 향해 뛰어들고, 간달프와 피핀은 성문이 무너지고 오르크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그 순간에 평화로운 정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짓는다. 그들은 '이겨야만 한다'라는 생각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지금 살아 있으니까, 살고 싶으니까, 살아서 다시 한번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으니까! 세오덴은 에오윈에게 나라를 잘 다스려야만 한다는 등의 왕으로서의 충고는 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서 지금처럼 웃어다오, 그것뿐이다, 라고. 계속해서 선조의 과오에 대한 죄의식과 그처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려오던 아라곤은 '난 죽음이 두렵지 않아'라고 말하며 사자의 길에서 그 모든 것에 정면으로 맞선다. 블랙 게이트 앞에서의 아라곤의 연설은 그가 지금까지 겪은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였으며, 승리에 대한 확신이나 희망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지금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살고 싶다는 인간의 마지막 절규이다. 엘다르의 영생을 누리는 엘프들의 삶이 아닌, 언젠가는 끝을 맞이하기에 더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삶.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는 것도 안다. 어쩌면 그들에게 '내일'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것은 '내일'이 아닌 바로 '오늘'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싸우고, 피를 흘리고, 사랑하며 눈물 흘리는 것이다.

아름답고도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미나스 티리스의 대관식에 뒤이은 따스한 샤이어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 대관식에 전혀 뒤지지 않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1년여의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온 호빗들의 고향은 예전처럼 떠들썩하고 시원한 맥주와 담배연기가 함께 어우러진 변함없는 모습이다. 맥주 한 잔씩을 들고 탁자에 둘러앉은 호빗들이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쳐다보던 그때. 정말로 많은 일들을 겪었고, 위험한 상처를 입었지만 훌쩍 성장해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그들이 그 순간 무슨 말을 나누어야 할까. '수고했다', '잘 했어', '좋았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그들은 결국 1년 전의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고 웃음을 터뜨리며 술잔을 부딪친다. 그들은 정말로, 샤이어에 '돌아온' 것이다.

놀랄 정도로 훌쩍 커버린 호빗들 못지 않게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은 바로 김리이다. '요정들에게 반지를 넘겨줄 수 없다!'라며 도끼를 휘둘러대던 호전적인 그는 어느새 그토록이나 경멸하던 요정 레골라스를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이며 그의 옆에서 싸우는 것에 흡족해한다(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갈라드리엘 마님의 살인미소의 위력이 지대했음은 무시할 수 없다).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일관하며 투덜대던 김리는 그만의 소탈함과 솔직함으로 무겁게 가라앉는 전장의,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를 다시 본궤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죽은 줄 알았던 메리와 피핀을 보며 볼멘 소리를 내뱉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블랙 게이트 앞에서 레골라스와 조용히 미소를 주고받는 그의 모습은 긴 여정을 통해 나누어 온 원정대원들간의 우정과 사랑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혹자는 골룸에게 그리도 쉽게 속아넘어가는 프로도를 답답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골룸을 향한 프로도의 연민과 동정은 바로 그 자신을 향한 것이다. 절대반지가 없었다면 평범한 호빗의 삶을 살다 평화롭게 죽어갔을 스미골의 삶은 절대반지의 유혹 앞에서 철저히 무너지고 만다. 악의 정수, 절대권력의 원천이자 힘의 세 반지를 비롯한 모든 반지들을 아우르는 유일무이의 절대반지. 위대한 현자인 간달프와 갈라드리엘마저도 그 유혹을 두려워했건만 선과 악이 늘 공존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범인(凡人)들은 오죽했으랴. [왕의 귀환] 도입부의 스미골과 디골의 다툼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앞에서 무너지고 마는(혹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나약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지를 증오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골룸을 보면서 반지에 매혹된 자의 말로를,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골룸의 모습에 비추어 짐작하는 프로도. 그런 그가 어떻게 골룸에게 매몰차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

Aiya Eärendil Elenion Ancalima!그러나 만약 프로도가 점점 강해져만 가는 반지의 의지와 유혹을 끝까지 이겨내고 발걸음도 당당하게 개선장군처럼 돌아왔다면, 나는 이렇게나 『LotR』(책, 영화 모두)에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결국 반지의 힘에 굴복한다.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며 운명의 산까지 다다른 것도 그의 의지였지만, 마지막 순간에 반지를 손에 낀 것 역시 그의 의지이다. 그래서 실망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사람이다. 그것이,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제 아무리 선량하고 순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계속되는 유혹을 당당히 뿌리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인가. 하지만 살아가는 매 순간 순간의 판단의 기로에서 조금이나마 더 선한 쪽, 옳은 쪽에 가까운 쪽을 선택하며 그 선택에 대한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동정이든, 넓은 아량이든 간에 결국 프로도는 골룸을 끝까지 증오하는 대신 반지에 함께 사로잡힌 동병상련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결국은 골룸 덕분에 반지의 짐을 벗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화염 속으로 빠져들어 가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한 미소를 띄우던 골룸이나, 그만큼의 대가를 치른 후에야 비로소 샘을 바라보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프로도. 누구나 유혹에 빠질 수 있고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완벽한 프로도 배긴스가 아니어서, 나는 그것이 참 고맙고 또 가슴아프다.

위치킹의 칼에 당한 상처는 끝내 낫지 않았고 그는 결국 발리노르로 떠나는 길을 택한다. 또 다른 여행, 모험?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다. 절대반지는 처음부터 호빗 프로도 배긴스가 이겨낼 수 없는 고난이자 무겁기 그지없는 '짐'이었고,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의지로, 나중에는 유혹에 빠져 반지에 한때 묶여 지내야 했던 시간의 대가로 영원한 고통을 짊어지게 된다. 그런 그에게 발리노르에서나마 긴 안식이 허락될 수 있다면, 그것이 비록 정든 고향과 평생을 함께 할 친구들과 헤어지는 슬픔을 겪어야 할지라도 떠나는 그를 어떻게 원망할 수 있을까. '레드북'의 뒷장을 샘에게 맡긴 채 배에 오르는 프로도와 그런 그의 고통을 이해하며 말없이 전송하는 메리와 피핀, 그리고 샘. 이제야 정말로, 긴 원정의 끝에서 작별을 하게 된 그들에게 발라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빈다. 그리고 반지원정대원들 못지 않게 긴 여정을 무사히 끝마친 영화 『LotR』의 연기자와 스태프 모두에게도.

꼬리1> 이왕 이렇게 된 거, 피터 잭슨!! [RotK] 확장판 빨리 내주오!! 레골라스만 예뻐하지 말고 곤도르 섭정가도 좀 예뻐해 달란 말예요!! T_T
꼬리2> 아직 두 번밖에 안 봤기 때문에 지금 이 감상문은 앞으로도 수정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200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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