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맨(動きマン)-당신을 본받고 싶어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지은이: 안노 모요코
출판사: 학산문화사/강담사 권수: 2권~ ![]() 그저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숨이 턱에 차오르던 전작 『해피 매니아』와 『젤리 빈즈』와 비교하면 『워킹맨』은 한층 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언뜻 보면 그 편안함이 안이함으로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주인공 히로코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더욱 치열하면 치열했지 그 강도가 결코 덜하지는 않다. 다만 『해피 매니아』와 『젤리 빈즈』의 주인공들이 무조건 앞으로만 달려나가다 넘어지고 부딪치며 몸으로 하나씩 깨달아간다면 『워킹맨』의 히로코는 지금까지 쌓은 경험에 힘입어 눈앞의 장애물을 잠시 옮겨놓고 피해갈 줄 아는 지혜와 여유를 갖고 있다는 차이랄까. 한없이 끓어오르기만 하던 혈기를 마냥 폭발시키지 않고 누그러뜨릴 줄 아는 히로코를 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그려내는 인물들 그 이상으로 한층 원숙해진 안노 모요코의 연출력을 실감할 수 있다. 『워킹맨』에는 제목 그대로 많은 워킹맨이 등장한다. 막다른 벽에 부딪치고도 새로운 출구를 뚫기 위해 다시 시동을 거는 히로코, 시대를 앞서나가는 파워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부조리함의 실체를 응시하는 편집장 우메미야, 여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싸우는 것보다 순순히 그것을 인정함으로써 약점을 훌쩍 뛰어넘은 유미, 비록 지금 당장은 자신이 원하던 일이 아니라도 늘 꿈꾸고 있던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스가와라, 자신의 일에서 얻는 작은 성취감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치바…. 저마다 갖고 있는 생각과 목표는 제각각이지만 그들 모두가 갖고 있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바로 그것이다. ―난 「오직 일밖에 없는 인생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죽는 건 사양하고 싶어요.
―그럴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으며 분명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난 일을 했다…고 생각하며 죽고 싶어. (안노 모요코, 『워킹맨』 1권, 학산문화사, 2006, 30쪽) 위의 대사는 어쩌면 안노 모요코가 『워킹맨』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핵심이 아닐까 싶다. 힘들다. 지친다. 때로는 왜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하는지 회의감도 든다.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히로코가 다시 펜을 집어들고 ‘워킹맨~!!’을 외칠 수 있는 것은 역시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자신이 바라던 일에서 조금은 거리가 있을 지라도 언젠가는 해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 한 자락을 붙잡고 그것을 놓치지 않는 것. 누가 억지로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지극히 당연한 정의(定義)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현하지는 못하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작품을 읽으며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재 속에 묻혀 사그라지던 불씨에 다시 나뭇가지를 갖다놓는 내 자신을 다시 발견한다. 그래도 아직은 내게도 조금은 희망이 남아 있다고, 그 불씨가 허무하게 꺼지도록 놔두지만은 않을 거라고 다짐하는 나를. 그렇기에 비록 읽으면서 한없이 괴로워지더라도 내 책장에서 안노 모요코의 만화책이 치워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히로코와 안노 모요코같은 워킹맨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또 다시 느슨해질 나를 다잡기 위해서라도.
2006/10/02 23:42
| 관련글(트랙백) 2
| 댓글 0
젤리빈즈(ジェリ-ビ-ンズ)-가슴 속에서 빛나는 그 무엇을 찾아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지은이: 안노 모요코(安野モヨコ)
출판사: 시공사 권수: 전5권 누구나 어릴 적 “커서 뭐가 될 거야?”라는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 과학자, 화가, 피아니스트….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의 행적을 마냥 눈으로만 따라가던 어린 시절이 지나면 가슴속에 품고 있던 미래상 역시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바뀌어가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면 즐거운 것, 언제나 질리지 않고 몰두할 수 있는 그 무엇.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손에 넣은 이들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며 부러움을 사게 된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은 이들이라면 더욱 더. 『젤리빈즈』의 주인공 마메는 뜨겁게 달군 철판 위에서 톡톡 튀어오르는 콩(=마메)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상력의 소유자이다. 보고 듣는 모든 것에서 만들고픈 옷의 아이디어를 얻고, 빼어난 미모를 지닌 친구나 동경하던 모델들을 만나면 그네들에게 어떤 옷을 입힐 지를 궁리하며 스케치에 열을 올리는 마메. 그저 즐거움만으로 옷을 만들던 그녀는 고등학생임에도 디자이너 못지 않은 감각을 지닌 후쿠다 란도를 만난 후 남과는 다른 자신만의 ‘옷’을 만드는 일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지만 어느 순간 벽에 부딪치고 만다. 유행이 무엇인지, 패션은 무엇인지, 인정받을 수 있는 옷이란 어떤 것인지, 나만의 감각이란 게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과 괴로움 끝에 마메는 결국 가위를 들고서 묵묵히 옷본을 자른다. “그래도, 옷을 만들어.” 옷을 만드는 게 그저 좋고,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부터 한없는 그리움까지 알게 해준 오랜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 평범한 여자애들의 만족스런 미소에 가슴 설레어하는 평범한, 그러나 옷을 향한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마메의 선택은 결국 옷을 만들며 살아가는 것. 아름답고 완벽한 몸매의 모델들이 무대에서 입는 화려한 옷이 아니라 적은 용돈을 쪼개어 장만한, 마음에 꼭 드는 옷 한 벌이 주는 기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마메가 만든 옷을 싫어할 여자애가 그 누가 있을까. 같은 패션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야자와 아이의 『내 남자친구 이야기』나 『파라다이스 키스』에 비하면 시각적인 화려함과 세련됨이 떨어진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젤리빈즈』는 안노 모요코만의 원색적인 리듬감으로 가득 차 있다. 다소 가파르다 싶은 내용전개이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흐름은 주인공 마메의 생각·행동과 일치한다. 머릿속에서 떠다니는 모든 것을 옷으로 표현하려 정신없이 스케치화를 그려대고 하나라도 놓칠세라 가위질을 해대는 마메를 보노라면, 읽는 사람마저 어느새 턱까지 숨이 차올라 잠시 심호흡을 해야 할 정도이니. 옷감의 올 하나하나를 매만지는 듯한 섬세함은 아니어도 열정으로 가득 찬 거친 순수함은, 애써 예쁜 척 하지 않은 역동적인 안노 모요코의 그림에 힘입어 그 느낌을 한층 더하며 급기야 보는 이의 어깨까지 들썩거리게 만든다. 남들과는 분명 다른 감각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건만 『젤리빈즈』를 읽으며 별반 거리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마메의 고민과 내 기억의 한 부분이 묘하게 겹치기 때문이다(아마도 이 점이, 야자와 아이의 작품과는 또 다른 안노 모요코만의 매력일 것이다). 나 역시 마메처럼 연습장에 낙서 아닌 낙서를 휘갈기며 머릿속에서 금방이라도 빠져나갈 것만 같은 생각의 단편들을 잡으려 애썼고, 재능있는 이들의 흔적을 엿보며 한없이 모자란 자신을 질타했다. 다만 마메와 나의 차이라면, 그녀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끝까지 붙잡고 놓치지 않았지만 나는 ‘현실’을 핑계로 어느샌가 도망쳐 버렸다는 것. 그렇기에 넘어졌다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는 마메를 보며 질투아닌 질투를 하고, 격려아닌 격려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을 잡고서 끝까지 안간힘을 쓰던, 누구나 한번씩은 겪어보았을 안타까운 기억. 『젤리빈즈』를 읽을 때마다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앞으로 남은 시간에 대한 각오로 마냥 부풀어 오르는 것은 나만의 감정일까. 오늘도 나는 『젤리빈즈』를 읽으며 아직 빛바래지 않은 나만의 ‘무엇’을 향해 종종걸음친다. 2004. 12. 3. *리브로(http://libro.co.kr) 제2회 독자리뷰대회용으로 쓴 글을 아주 약간 수정했습니다. 2005/11/26 23:23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0
|
예전에 엄마랑 같이 TV 보는데..
08/27 - misha 저도 어머니라는 개념에 대해..08/26 - 곤도르의딸 그러고보니 나도 인터넷은 smk..08/23 - misha 우하, 이사간 집에서 인터넷..08/22 - gene 아니 동지분이 여기에!! (손..08/20 - misha 이 얘기 알아? 한밤중에……...
다소공간多笑空間-2009 러버스 키스 - 후지이 토모아키Jini's home-2009 호텔 아프리카Jini's home-2009 20대 여성의 일상을 다룬 만화들일다의 블로그 소통-2009 심플한 40문답소루쟁이 풀밭-2008
궁금하면 물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