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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나츠메 - 해당되는 글 2건
2008/05/19   리스토란테 파라디조  (6)
2008/01/17   not simple  (6)
리스토란테 파라디조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

지은이: 오노 나츠메
권수: 전 1권
출판사: 애니북스


좋은 음식점의 최우선조건은 뭐니뭐니해도 첫째도 맛이요 둘째도 맛, 셋째도 맛이다. 제 아무리 퉁명스런 욕쟁이할머니가 주방과 홀을 한데 휘어잡으며 버럭질을 해댄다 해도 맛만 좋다면야 그저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손님된 도리이자 자세인 법. 그런데 맛도 좋은데다 주방 셰프부터 서빙을 하는 웨이터에 소믈리에까지 노안경을 살짝 걸친 미중년들이 포진해 있다면? 아니 그런 천국같은 음식점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설령 존재한다면 과연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단 말인가?

오노 나츠메의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는 위에서 언급한 궁금증과 기대를 120% 충족시켜주는 작품이다. 먼저 국내에 소개된 『라 퀸타 카메라』와 『not simple』, 『납치사 고요』에서 보여주었던 자연스러운 연출과 섬세하면서도 결코 임계점을 넘어서지는 않는 절제된 감정선이 자아내는 조화로움은 『리스토란테 파라디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총 여섯편의 에피소드와 짤막한 마지막 에필로그.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책 한권 안에 리스토란테 ‘카제타 델로르소’에서 일하는 6명의 종업원들과 니콜레타, 그리고 그녀의 엄마 올가…심지어는 엑스트라 중의 엑스트라 격인 루치아노의 손자 프란츠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사건 전개 없이도 대사 한 마디, 장면 하나, 주인공의 뒤편에 서 있는 이들의 작은 표정 하나하나에서도 『리스토란테 파라디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성격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이 저마다 얼마나 뚜렷한 개성과 깊이를 지니고 있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일반적인 모녀관계나 모성애의 발현이 아닌, 여자 대 여자로 다시 만난 올가와 니콜레타의 관계 역시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 어린 딸을 부모에게 맡기고 떠나버린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니콜레타는 어느새 동경하던 성숙한 여자의 면모를 엄마인 올가에게서 발견하게 되고,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난 딸에게서 자신과 닮은 구석을 찾아낸 올가는 뒤늦게나마 우정과도 같은 자신만의 모성애에 눈을 뜨게 된다. 친구 가브리엘라 앞에서 딸의 사랑을 응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올가와 아버지뻘인 클라우디오에게 거리낌없이 한 발짝씩 다가서는 니콜레타.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 위에 성숙한 어른/성숙한 여자의 삶과 사랑, 그들만의 새로운 유대관계의 한 장을 써나가는 모습 또한 잔잔한 수면 아래 조용히, 그러나 쉼 없이 일렁이는 물결 마냥 읽는 이의 마음까지 흔들어놓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리스토란테 파라디조. 어딘가엔가 분명히 존재할 듯한 천국같은 그곳. 맛있는 음식이 주는 즐거움, 공기 중에 녹아든 멋진 중년들의 관록, 세월의 축복이 더해져 더욱 깊어져가는 그들의 우정과 교감, 조금씩 시작되는 사랑. 그래서 더욱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카제타 델로르소, 『리스토란테 파라디조』다.


꼬리>이 작품의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파스타와 와인이 미치도록 먹고 싶다는 것이다. ㅠ_ㅜ


2008. 5. 19.



오노 나츠메

2008/05/19 21:19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6
not simple [창고/만화, 나의 오아시스]

지은이: 오노 나츠메
출판사: 애니북스
권수: 전1권


『not simple』. 제목이 의미하는 바와는 다르게 참으로 ‘심플’하기 그지없는 제목이다. 그리고 결코 쉬이 설명할 길이 없는 주인공의 인생을, 작품의 내용을 단 두 낱말로 정의내린 제목이기도 하다. 간단하지만 간단하지는 않은. 읽는 이의 눈길을 화악 잡아끌 정도의 화려한 그림도, 기교도 없이 그저 마음내키는 대로 슥슥 그어내린 듯한 무심한 펜선으로 그려진 이 만화는 말 그대로 ‘not simple’한 느낌으로 가슴속을 한가득 채워버린다.

가족이 주는 따스함과 사랑을 찾아 헤매다 결국 비참하게 죽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참으로 통속적이고, 지나가며 보고 듣는 숱한 사건·사고 소식들 중 단편적이나마 겹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not simple』이 그저 흔한 이야기로 남지 않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나치다 할 정도로 절제되어 있는 연출 덕분이다. 짐의 말마따나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안의 삶은 지극히 단조롭고 차분한 어조로 묘사되고, 이를 전달하는 등장인물들 역시 좀처럼 격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이런 일들이 있었다.’라며 설명해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결과 일어나는 감정의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어디까지나 독자들의 몫이다.

자신은 단 한번도 구원받지 못했으면서도 정작 이안은 짐, 그리고 아이린의 어머니가 가족의 온정에 다시금 눈을 뜨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출생의 비밀을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이안은 그저 가족들을 만나고 싶고 언젠가는 그들 곁에 돌아가겠다는 소박한 바람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너무나 오랜 시간 품어온 바람이기에 얼마만큼 간절한지조차 잊혀질 정도.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어디까지 더럽혀질 수 있는지―. 이안의 삶이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백짓장처럼 하이얀 이안의 순수함과 그가 받은 상처는 역설적으로 더욱 강조되기만 한다.

따스하고 잔잔한 일상의 소품 모음집인 『La Quinta Camera~다섯번째 방』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이야기의 주제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여간 예사롭지가 않다. ‘그저 좀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온정을 원했다.’라는 이안의 말처럼 『not simple』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참으로 심플하지만, 그 주제를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심플하지 않다. 주인공의 슬픔과 고뇌를 고스란히 독자들의 가슴을 향해 직격탄으로 날려보내는 그 저력이란! 다만 그 슬픔과 고뇌가 너무도 크고 깊어서 간만에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는 만화를 만났다는 기쁨이 상쇄되어버리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2008. 1. 17.



오노 나츠메

2008/01/17 19:42 | 관련글(트랙백) 1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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