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짱카레, 그리고 디 아트 [일상/식도락]안경도 맞출 겸 남포동에 가는 중에 점심을 먹기 위해 중앙동에 들렀다. 이날의 식도락 장소는 겐짱카레. 일본인 부부가 운영하는 이 곳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 만한 유명한데 어제 그렇게나 비가 쏟아지는 데도 가게는 꽉꽉 차 있었다. 가장 베이스인 겐짱카레와 돈까스카레를 주문해봤다. 참고로 주문할 때 남자손님이 어떤 메뉴를 먹느냐고 묻는데 남자손님들은 밥을 더 준다고. 카레소스가 모자라면 소스도 더 주니까 양이 많은 사람은 미리 밥을 더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을 듯.
![]() 겐짱카레. 달착지근하면서도 감칠맛나는 카레에 달걀노른자를 톡 터뜨려서 휘휘 섞어 먹는다. 얏호! ![]() 겐짱카레에 돈까스를 얹은 돈까스카레. 돈까스 고기도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겐짱카레의 맛은 세련됨이나 기교는 전혀 없다. 그냥 엄마 배고파! 했는데 어머니가 슬쩍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식새끼 먹이겠다고 뚝딱뚝딱 만들어서 달걀프라이 하나 둘 구워서는 턱 얹어서 차려주시는 밥상같은 느낌(어째 비유를 해도 꼭;;). 접시 가장자리에는 카레소스를 옮겨담다 묻은 소스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채 손님들 식탁에 서빙되지만 그건 그것대로 또 정겹고 푸근한 느낌이다. 바몬드카레에 익숙해졌다가도 한번씩 일본식 카레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진다면 겐짱카레로 고고. 중앙동 지하철역 13번 출구로 나와서 소라계단 오른쪽에 있다. 다시 장대비 속을 뚫고 국제시장으로 가서 안경을 맞추고 한 시간 정도 빈 시간을 틈타서 이번엔 카페 디 아트로. 이재모 피자 근처 고려당 2층에 있다. 벼르고벼르고벼르던 계절한정 딸기케이크와 치즈케이크, 핫코코아와 사이폰커피를 주문. 둘 다 커피를 시킬까 했는데 역시 비오고 썰렁한 날은 따신 코코아 한잔이 그리운 법이라. ![]() 사이폰 추출을 위한 준비. 저 소화기 모양을 한 라이터가 참 탐났다. ![]() 가열시작. 예전에 할로겐으로 가열할 때는 비교적 빨리 추출을 했는데 요즘은 알코올로 가열하다보니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손님들이 많을 때 사이폰 주문이 들어오면 살-짝 곤란할 때도 있다고. ![]() 때마침 등장한 치즈와 딸기케이크. 아름답다!! ![]() 아주 진하고 끈적한 치즈의 맛과 향이 물씬 풍기는 치즈케이크. 보통 제과점의 치즈케이크는 가비얍게 밟고 올라설 정도의 수준급 맛이었다. 치즈농도가 꽤나 진한 편이므로 같이 마실 커피는 필수. ![]() 이날의 최대 목표였던 계절한정 딸기케이크. 새콤달콤 포인트로 짚어주는 딸기무스, 부드럽게 입안을 휘감는 산뜻한 생크림과 어우러진 싱싱한 딸기, 더할나위없이 촉촉한 초코스폰지케이크로 마무리. 지금까지 먹어본 딸기케이크 중 최고봉에 등극했다. 내 어찌하여 이제야 너를 만났던고!!!(통한의 눈물) ![]() 안 그래도 케이크 덕분에 정신 못 차리고 있는데 나를 더욱 혼미하게 만든 코코아. 보통 커피숍에서 내놓는 코코아는 그냥 우유에 네스퀵타서 내주는 성의없는 맛이 대부분인데 디 아트의 코코아는 꿈에 그리던 코코아의 그 맛이다. 메뉴판에 어디어디의 초콜릿을 베이스로 만든다고 쓰여져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는구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솔솔 뿌려진 초콜릿가루가 혀를 간지럽히는구나. 이 사악하게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케이크와 코코아 이상 가는 명품이 또 따로 있었으니... ![]() 바로 커피를 추출하는 디 아트 바리스타의 섬세한 손길. 생긴 것도 나긋나긋 곱상하게 생긴 청년이 사이폰커피의 추출원리와 맛의 특징을 자신감넘치는 목소리로 설명해준다. 그 와중에 내 정신은 온통 그 청년의 손끝에 집중; 내가 지금 어지러운 게 방금까지 입안에서 우물거린 케이크와 코코아 때문이냐 아니면 저 길쭉길쭉 늘씬하게 뻗은 손가락 때문이냐. 어느 쪽이냐 한들 좋은 건 매한가지구나(으허허허허). '추출하시는 거 사진찍어도 되나요'하고 물으니 역시 자신만만하게 '그럼요'라고 대답함. 역시 한 두번 겪어본 일이 아닌게야... ![]() 추출된 커피. ![]() 니콰라과 원두를 썼다고 한다. 추출과정이 다소 복잡한데 비해서는 소박하고 얌전한 맛과 향기. 지금까지 마셔본 드립커피와 비교하면 좀 가볍다는 느낌도 들지만 이쪽도 어디 내놔도 빠질 맛은 아니다. 커피를 추출해준 바리스타는 '이번엔 사이폰 드셔보셨으니까 담에는 드립으로 드셔보세요.'라며 예의 그 자신감넘치는 코멘트 날려주심. 정말로 이 청년이 드립해주는 커피 맛이 궁금해졌다. ![]() 어쩌자고 잔까지 이리 예쁜 것이냐! 커피잔은 닛코. 케이크, 코코아, 커피에 이르기까지 맛이며 서비스에 120% 만족해서는 기세등등하게 딸기케이크 남은 거 다 사갖고 갈 테다! 했는데 smk군: 일단 포장이 되는지 어떤지나 물어봐. -_- 안 되면 되게 해야지!!!!!!!! 예의 그 늘씬한 손가락의 바리스타 청년: 이 케이크를 조각으로 포장해가실 만한 포장지가 없어요. 그냥 들고가시면 중심이 흔들려서 다 뭉개져버릴텐데...죄송합니다. 결국 포장구입은 실패. OTL 아아 저 케이크 맛을 보려면 다시 한 시간 넘게 걸려 가야 한단 말이지? (뭐 언제는 안 갔나;)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케이크 사진을 보며 어제의 그 맛을 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는 수밖에. ㅠ_ㅜ 비바람을 뚫고 강행한 이날의 식도락 기행은 이렇게 쫑을 맺었다. 디 아트의 경우 다른 커피류가 아직 산적해있으니 남포동 들를 일이 있으면 필히 한번씩 찍고 돌아와야 할 듯. 맛도 분위기도 서비스도 훌륭한 카페를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참 뿌듯한 하루였다. 2008/05/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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