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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5   겐짱카레, 그리고 디 아트  (4)
겐짱카레, 그리고 디 아트 [일상/식도락]
안경도 맞출 겸 남포동에 가는 중에 점심을 먹기 위해 중앙동에 들렀다. 이날의 식도락 장소는 겐짱카레. 일본인 부부가 운영하는 이 곳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 만한 유명한데 어제 그렇게나 비가 쏟아지는 데도 가게는 꽉꽉 차 있었다. 가장 베이스인 겐짱카레와 돈까스카레를 주문해봤다. 참고로 주문할 때 남자손님이 어떤 메뉴를 먹느냐고 묻는데 남자손님들은 밥을 더 준다고. 카레소스가 모자라면 소스도 더 주니까 양이 많은 사람은 미리 밥을 더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을 듯.


겐짱카레. 달착지근하면서도 감칠맛나는 카레에 달걀노른자를 톡 터뜨려서 휘휘 섞어 먹는다. 얏호!



겐짱카레에 돈까스를 얹은 돈까스카레. 돈까스 고기도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겐짱카레의 맛은 세련됨이나 기교는 전혀 없다. 그냥 엄마 배고파! 했는데 어머니가 슬쩍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식새끼 먹이겠다고 뚝딱뚝딱 만들어서 달걀프라이 하나 둘 구워서는 턱 얹어서 차려주시는 밥상같은 느낌(어째 비유를 해도 꼭;;). 접시 가장자리에는 카레소스를 옮겨담다 묻은 소스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채 손님들 식탁에 서빙되지만 그건 그것대로 또 정겹고 푸근한 느낌이다. 바몬드카레에 익숙해졌다가도 한번씩 일본식 카레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진다면 겐짱카레로 고고. 중앙동 지하철역 13번 출구로 나와서 소라계단 오른쪽에 있다.

다시 장대비 속을 뚫고 국제시장으로 가서 안경을 맞추고 한 시간 정도 빈 시간을 틈타서 이번엔 카페 디 아트로. 이재모 피자 근처 고려당 2층에 있다. 벼르고벼르고벼르던 계절한정 딸기케이크와 치즈케이크, 핫코코아와 사이폰커피를 주문. 둘 다 커피를 시킬까 했는데 역시 비오고 썰렁한 날은 따신 코코아 한잔이 그리운 법이라.

가게 안. 손님들이 앉아 있어서 다른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디 아트는 갤러리를 겸한 커피숍이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세련된 편이고 잔잔히 흐르는 음악도 대화에 방해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딱 적당했다.


사이폰 추출을 위한 준비. 저 소화기 모양을 한 라이터가 참 탐났다.



가열시작. 예전에 할로겐으로 가열할 때는 비교적 빨리 추출을 했는데 요즘은 알코올로 가열하다보니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손님들이 많을 때 사이폰 주문이 들어오면 살-짝 곤란할 때도 있다고.


때마침 등장한 치즈와 딸기케이크. 아름답다!!


아주 진하고 끈적한 치즈의 맛과 향이 물씬 풍기는 치즈케이크. 보통 제과점의 치즈케이크는 가비얍게 밟고 올라설 정도의 수준급 맛이었다. 치즈농도가 꽤나 진한 편이므로 같이 마실 커피는 필수.


이날의 최대 목표였던 계절한정 딸기케이크. 새콤달콤 포인트로 짚어주는 딸기무스, 부드럽게 입안을 휘감는 산뜻한 생크림과 어우러진 싱싱한 딸기, 더할나위없이 촉촉한 초코스폰지케이크로 마무리. 지금까지 먹어본 딸기케이크 중 최고봉에 등극했다. 내 어찌하여 이제야 너를 만났던고!!!(통한의 눈물)


안 그래도 케이크 덕분에 정신 못 차리고 있는데 나를 더욱 혼미하게 만든 코코아. 보통 커피숍에서 내놓는 코코아는 그냥 우유에 네스퀵타서 내주는 성의없는 맛이 대부분인데 디 아트의 코코아는 꿈에 그리던 코코아의 그 맛이다. 메뉴판에 어디어디의 초콜릿을 베이스로 만든다고 쓰여져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는구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솔솔 뿌려진 초콜릿가루가 혀를 간지럽히는구나. 이 사악하게 귀여운 녀석 같으니라고!

케이크와 코코아 이상 가는 명품이 또 따로 있었으니...


바로 커피를 추출하는 디 아트 바리스타의 섬세한 손길.

 
생긴 것도 나긋나긋 곱상하게 생긴 청년이 사이폰커피의 추출원리와 맛의 특징을 자신감넘치는 목소리로 설명해준다. 그 와중에 내 정신은 온통 그 청년의 손끝에 집중; 내가 지금 어지러운 게 방금까지 입안에서 우물거린 케이크와 코코아 때문이냐 아니면 저 길쭉길쭉 늘씬하게 뻗은 손가락 때문이냐. 어느 쪽이냐 한들 좋은 건 매한가지구나(으허허허허). '추출하시는 거 사진찍어도 되나요'하고 물으니 역시 자신만만하게 '그럼요'라고 대답함. 역시 한 두번 겪어본 일이 아닌게야...



추출된 커피.



니콰라과 원두를 썼다고 한다. 추출과정이 다소 복잡한데 비해서는 소박하고 얌전한 맛과 향기. 지금까지 마셔본 드립커피와 비교하면 좀 가볍다는 느낌도 들지만 이쪽도 어디 내놔도 빠질 맛은 아니다. 커피를 추출해준 바리스타는 '이번엔 사이폰 드셔보셨으니까 담에는 드립으로 드셔보세요.'라며 예의 그 자신감넘치는 코멘트 날려주심. 정말로 이 청년이 드립해주는 커피 맛이 궁금해졌다.


어쩌자고 잔까지 이리 예쁜 것이냐! 커피잔은 닛코.

케이크, 코코아, 커피에 이르기까지 맛이며 서비스에 120% 만족해서는 기세등등하게 딸기케이크 남은 거 다 사갖고 갈 테다! 했는데

smk군: 일단 포장이 되는지 어떤지나 물어봐. -_-

안 되면 되게 해야지!!!!!!!!

예의 그 늘씬한 손가락의 바리스타 청년: 이 케이크를 조각으로 포장해가실 만한 포장지가 없어요. 그냥 들고가시면 중심이 흔들려서 다 뭉개져버릴텐데...죄송합니다.

결국 포장구입은 실패. OTL 아아 저 케이크 맛을 보려면 다시 한 시간 넘게 걸려 가야 한단 말이지? (뭐 언제는 안 갔나;)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케이크 사진을 보며 어제의 그 맛을 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는 수밖에. ㅠ_ㅜ 비바람을 뚫고 강행한 이날의 식도락 기행은 이렇게 쫑을 맺었다. 디 아트의 경우 다른 커피류가 아직 산적해있으니 남포동 들를 일이 있으면 필히 한번씩 찍고 돌아와야 할 듯. 맛도 분위기도 서비스도 훌륭한 카페를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참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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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5 11:16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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