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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도쿄 여행 (1) [일상/보고, 듣고, 느끼다]

출발 전
결혼 후 처음 맞은 여름휴가는 입덧 크리로 불발, 두 번째 여름휴가는 이사 준비에 여념이 없어 결국 패스. 올해 여름휴가는 절대 놓칠 수 없다!!라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었다. 무조건 편히 쉬다 오자는 생각에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럭셔리하게 지내보자며 그동안 모아놓은 여행용 저금을 탈탈 다 털어보자고 했는데…. 비행기 표를 못 구하는 바람에 결국 제주도 행은 실패(덕분에 smk군은 만 이틀 정도 나한테 들들 볶였다. 3월달부터 비행기 표라도 미리 잡아놓으라고 입이 닳도록 얘기했건만 6월 들어서야 알아보겠다고 했으니 표가 남아있을 리가 있나;). 에라 모르겠다 이왕 이리 된 거 가까운 일본이나 가자 싶어 30분만에 여행사 정하고 예약금 입금까지 완료. 욱 하는 성질머리가 번개같은 추진력에 도움이 되었다고나 할까-_-

그러나 7월 말까지 내가 너무 바빠서 제대로 된 여행계획은 짜지도 못 하고, smk군 역시 내가 주말 출근한 동안 기린이 돌보느라 덩달아 분주했다. 결국 출발 전날에야 대충 짐 꾸리고 멍 때리고 앉아서는 ‘나리타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가나?’를 고민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우리 부부의 필수 코스인 맛집 순례계획도 하나도 정해진 게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 앞에서 급 당황!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웹에서 검색하는 것도 시간이 넉넉지 않으니 그냥 제대로 된 가이드북을 한 권 사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부랴부랴 신세계 센텀의 교보문고에 가서 『클로즈업 도쿄』를 사왔다. 그때 시간이 7월 31일 오후 5시-_- 후…될 대로 되라지;


1일째

8시 비행기였던지라 좀 여유있게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공항까지 가는 동안 한숨 자겠거니 했던 기린이는 눈을 말똥말똥 뜬 채 앉아 있다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발동이 걸려서는 걸어 다니겠다고 난리를 쳤다.

 
공항 스타벅스에서. 이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평화로웠으나;

결국 티켓 발권하고 짐 부치는 동안 공항 1층을 휘젓고 다니다가, 출국장에서 기다리는 동안에는 저 혼자 편의점 안에 들어가서 우유를 사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smk군이 허겁지겁 달려와 제일 작은 우유팩을 하나 사줬는데 다 먹고 나서는 그만 실수로 그 팩을 쓰레기통에 내가 버리는 바람에 온 공항이 떠나가라 울어 제끼는 사태 발생(원래대로라면 지가 자진해서 넘겨줄 때까지 계속 갖고 놀게 둬야 한다). 똑딱이 카메라를 쥐어주고 겨우겨우 달래서 비행기에 탔는데 이륙할 때까지는 전자기기를 못 쓰니까 승무원이 카메라를 넣어달라고 부탁해서 뺐었더니만 또 다시 광란의 울부짖음; 승무원들이 달래보겠다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가 그놈의 낯가림 때문에 초음파 음역대까지 울음소리가 치솟고…. 난감해하던 차에 승무원 중 한분이 바나나를 쥐어주는 바람에 어찌어찌 진정이 되었다. 정말이지 혼이 쏘옥 빠졌다가 돌아온 듯한 30여분간이었다(그리고 여행하는 내내 이런 혼이 빠졌다가 돌아오는 경험이 몇 번 있었다-_-).


결국 비행 내도록 잠은 푹 잘 잤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JR우구이스다니역 근처에 있는 칸데오호텔우에노코엔이라 일단 닛포리까지 가서 우구이스다니까지 가는 루트를 선택했다. 게이세이라인이 나리타에서 닛포리:우에노까지 가는 열차인데 스카이엑세스라인과 게이세이혼센이 있다. 스카이엑세스의 경우 2010. 7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는데 나리타에서 닛포리까지 36분이면 도착(최고 시속 160㎞)하고 대신에 요금은 성인 1명당 2,400엔이다. 게이세이혼센과 스카이엑세스 둘 중에서 고민하다가 일단 비싸도 전 좌석 지정제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기린이를 데리고 있으니 좀 편한 쪽을 이용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스카이엑세스 티켓을 발권, 탑승했다.



이만큼 비싼 돈 내고 탔다는 인증샷-_-

각 열차칸마다 짐을 둘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닛포리까지 가는 동안 기내에서 베이비밀로 받은 후르츠칵테일과 샌드위치를 기린이에게 먹이면서 이동, 닛포리에서는 야마노테선을 이용, JR우구이스다니까지 이동했다.

저 과일들 덕분에 그래도 좀 조용히 올 수 있었다;

남쪽 출구로 나오면 바로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끄트머리에 계단이 있어서 유모차랑 짐가방을 들고 내려가느라 좀 애먹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자동차가 내려가는 길 오른쪽에 자전거나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동네 사람들은 그쪽 길로 유모차를 끌고 왔다갔다하는 걸 봤다. 덕분에 여행 마지막 날 다시 캐리어와 유모차를 갖고 나올 때는 한결 편하게 역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호텔은 2010년에 새로 오픈한 곳이라 굉장히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였다(기린이 챙기고 하다보니 경황이 없어 결국 돌아오는 날까지 호텔 사진을 못 찍었다). 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인데 우리가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반 정도. 프론트에 근처에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식당이 있는지 물어보니 호텔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죽 가다보면 ‘가스토Gusto’라는 패밀리레스토랑이 있다며 그쪽을 추천해줬다. 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걸 깜박한 내 잘못이라고 해야 하나…. 일본에 있는 동안 가격대 성능비 최악의 식당이었다-_- 햄버그스테이크와 오무라이스, 생맥주 한잔에 2,021엔이라는 거금을 내고 우리 부부는 그나마 패밀리레스토랑이니 기린이가 좀 설쳐도 면구스럽지 않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후).

식당에서 나와도 체크인까지는 한 시간 정도 더 기다려야 했다. 어차피 기린이 기저귀도 사야 했던 터라 호텔 1층에 있는 슈퍼로 go go. 그런데 슈퍼 안을 한 바퀴 반을 돌았는데도 기저귀가 없다? 동네 사람들이 많이 오는 슈퍼인데? 이상한 마음에 점원에게 물어보니 기저귀는 없단다. 결국 기저귀 찾아 삼만리 시작, 편의점에서 편의점으로, 슈퍼에서 슈퍼로…. 세 번째로 들른 가게에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최대한 곤란한 표정으로 이 근처에 기저귀 팔 만한 곳이 없을까 물어보니 점원들도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길을 일러줬다; 결국 40분 남짓 헤맨 끝에 ‘이나게야’라는 마트에서 기저귀와 아기용 과자, 우유, 와코도 보리차를 득템하는데 성공하고 더위에 지쳐 곯아떨어진 기린이를 안고 뻘뻘 땀을 흘리며 호텔로 돌아왔다.

마음같아서는 여행이고 그냥 방안에 드러누워 있고 싶었다. 8월 초, 한여름의 절정에 우리가 어쩌자고 일본, 그것도 도쿄를 왔던가! OTL 비행기 뜨는 날짜가 어중간해도 그냥 홋카이도로 할걸, 하고 미친듯이 후회하는 것도 잠시,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싶어 주섬주섬 채비를 하고 아사쿠사로 향했다. 에도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그 아사쿠사, 센소지, 나카미세도리…. 휴일이라 그런지 일본인도 많고 관광객도 가득가득해서 그야말로 여행 분위기는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 조잡하지만 일본색 넘치는 기념품 가게들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일단 사진은 찍자.

그러나 내 모든 관심은 아사쿠사 실크 푸딩에 쏠려 있었으니; 아사쿠사역에 내리자마자 ‘푸딩, 푸딩!!’을 외쳐대는 내게 smk군은 그래도 신사 입구까지는 다녀와봐야 하지 않겠냐고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서 겨우겨우 끌고 갔다. 오미쿠지며 본당 앞의 대형 화로도 보고 했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는 푸딩만 가득. 그러나 푸딩 가게 이름을 미처 외워놓지 못한 smk군은 결국 헤매기 시작하고 더운 날씨에 딸램까지 안고 있느라 마나님의 체온과 불쾌지수는 급격히 상승했다. 우여곡절 끝에 푸딩 가게를 찾은 순간 smk군은 이렇게 외쳤다. “살았다!!!!!!!”


점원인지 사장인지 모르겠지만 푸딩 가게의 남자직원이 어찌나 잘 생겼는지 더위에 칭얼대던 기린이가 직원 앞에서는 헤~하면서 수줍수줍 방긋방긋 웃는 통에 나와 smk군은 잠깐 어이상실-_-  가게의 대표상품이라는 실크푸딩, 캐러멜 맛, 그리고 아기가 있으니 딸기맛이 어떻겠냐는 직원의 추천에 따라 요 3종류를 사 봤다. 길 건너 스타벅스에서 잠시 땀을 식히면서 아이스커피와 푸딩을 시식한 결과 푸딩의 맛은 지금까지 먹어본 것 중에서 가히 베스트 오브 베스트. 입안에서 사르르 스며드는 맛도 그렇고 뒷맛도 아주 깔끔하다. 푸딩 3개를 한꺼번에 다 먹었는데도 느끼하다거나 맛이 겉도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대만족.

 다음 코스는 8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돈까스 전문 ‘이센’ 본점이다. 가게에 들어서니 아기를 데리고 있어서인지 바로 다다미방으로 안내해줬다. 서빙해주시는 분들은 모두 나이 지긋하신 할머님들.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몇 마디 말을 건네시는 것만으로도 관광객인 걸 알았는지 바로 한국어 메뉴판도 갖다주셨다. 안심과 모듬정식을 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린이가 보채기 시작했다. 달래고 또 달래고 따끈한 새우튀김도 줘봤지만 다 싫어 다 싫어 엄마한테 매달릴 테야 엉엉엉 하며 또 다시 초음파 공격; 결국 점원 할머님께 스미마셍을 연발하며 남은 음식은 좀 싸주십사 부탁드렸다. ‘쯧쯧 멀리서 이거 먹겠다고 왔는데 아기 때문에 불쌍하게도~’란 내용을 함축한 듯한 표정으로 카와이소~를 연발하는 할머님…. 그리고 옆 자리에 두 돌 정도 되어보이는 여아를 데리고 온 가족들 역시 이해한다는 표정…. 아아 나의 맛집 기행은 이렇게 막을 내리는 것인가!!! OTL

돌아오는 내도록 칭얼대던 기린이는 호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치고는 잠시 뭔가에 집중하는 듯 하더니 응아를 푸지게 쌌다. 아마 편한 곳에서 응아를 하고 싶은데 계속 밖에만 있다보니 짜증이 났던 모양이다. 결국 돌아오는 날까지 딸래미의 쾌변을 위해 우리 가족은 야경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저녁 여섯시까지 도시락 사들고 재깍재깍 호텔 방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쾌변 후 샤워하고 먹고 싶은 과자며 밥이며 다 먹고 난 후 바로 꿈나라로 직행한 기린이.


그리고 남은 것은 우리 부부의 처참하기 그지없는 저녁상-_-


이동경로
나리타 공항→게이세이특급 이용 닛포리까지(2,400엔*2인=4,800엔)→우구이스다니(130엔*2인=260엔)→패밀리레스토랑 가스토(2,021엔!!! OTL)→마트 이나게야에서 기저귀(1,480엔)+우유, 바나나, 보리차, 기타 등등(2,187엔)→호텔 체크인 후 아사쿠사까지(580엔)→아사쿠사 실크푸딩(990엔)→스타벅스(400엔)→이센(우에노히로코지 역, 160엔*2인=320엔, 히레까스와 모듬튀김 5,000엔)→기린이 땡깡 조기진압을 위한 긴급 구호물자과자 구입(882엔)→오카치마치에서 다시 우구이스다니까지(130엔*2인=260엔)




2010/09/04 09:05 | 관련글(트랙백) 0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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